[취재후] 빌려준 지 20일 만에… 공장은 왜 ‘쓰레기산’이 됐나?

입력 2020.12.03 (09:00) 수정 2020.12.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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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 빌려줬는데 …돌아온 건 '쓰레기 7천 톤'

경기도 안성시 외곽에 있는 연면적 2천 제곱미터 가량의 공장형 건물, 소유자 A씨는 임대를 놓을 목적으로 큰 돈을 대출받아 지난 6월쯤 건물을 지었습니다. 취재진이 보기에도 새 건물이었습니다.

헌데 내부에는 온갖 종류의 폐기물 7천톤이 쌓여 있습니다. 한창 새것이어야 할 공장 내벽과 골조는 폐기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우그러지고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건물 짓고 한참 세가 안 나가다가 어렵게 계약이 성사됐는데…" A씨는 취재진에게 차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 트럭용 컨테이너 수리를 할 거라 속이고 실제로는 폐기물 투기

A씨가 지난 10월 임차인과 맺은 임대차계약서입니다.


보증금 팔천만 원에 임차 기간은 1년, 계약서에 따르면 임차인은 윙바디트럭의 수리와 보관을 주로 하기 위해 이 건물을 빌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1월 초쯤, 불과 20일 만에 공장 안에는 7천톤의 폐기물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20일 만에 수천 톤의 폐기물이 쌓였다는 건, 애초 건물을 빌린 목적이 트럭 수리가 아니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대목입니다.


■ 가림막 설치하고 중장비 동원하고…전국에서 폐기물이 몰려왔다.

건물 소유주를 속여 적당한 장소를 빌린 투기 일당들은 치밀하게 다음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돈을 들여 건물 외부를 가림막으로 에워쌓습니다. 가림막 설치 길이만 수 킬로미터입니다. 혹시라도 외부에 노출될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낮이 아닌 밤에만 투기 작업을 했습니다. 목포와 평택, 그 외 전국에서 일당들의 연락을 받고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밤마다 이곳으로 몰려왔습니다.


이렇게 모인 폐기물들은 하나 같이 규격이 일정합니다. 가로세로 1미터, 폭 2미터의 직사각형 형태로 압축 처리돼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양의 폐기물을 쌓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투기 일당들은 압축된 폐기물들을
많은 수의 중장비를 동원해 빈틈없이 공장에 쌓아 올렸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물류창고에 화물을 쌓아 놓은 것 같았습니다.


■ 7천 톤 처리 비용은 10억 원 이상…"10분 의 1도 안되는 값에 장소 빌려 투기하고 잠적"

이쯤되면 궁금해집니다. '이렇게나 정성들여서' 왜 불법 투기를 하는 걸까?

답은 간단합니다. 엄청난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기물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비용은 톤당 최소 15만 원. 폐기물 종류나 운임거리에 따라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7천 톤을 처리하려면 못해도 10억 원 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보증금 8천만 원에 공장을 빌려 설치막을 세우고 중장비를 동원해도 1억 원이 넘지 않습니다. 정상적으로 처리할 비용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이용해 전문 투기 조직들이 '불법 투기'를 돈벌이로 하고 있습니다.

폐기물처리업자 등으로부터 처리비 명목으로 돈과 폐기물을 넘겨받고는 이렇게 공장이나 토지를 빌려 불법 투기하거나 매립합니다. 그리고 발각되기 전에 잠적하고 처리비용을 챙기는 수법입니다.


■ 잊을만 하면 나오는 '불법 투기'…왜 근절되지 않을까?


폐기물 불법 투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뉴스입니다. 그만큼 전국에 걸쳐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 행위입니다.

하지만, 범죄 행위에 비해 처벌의 정도는 약합니다.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할 경우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실제로 실형보다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폐기물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고 처리용량이 포화 수위에 이르는 상황에서 처리비용도 오르고 있습니다. 덩달아 전문 투기 조직도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촘촘한 감시와 함께 엄한 처벌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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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빌려준 지 20일 만에… 공장은 왜 ‘쓰레기산’이 됐나?
    • 입력 2020-12-03 09:00:11
    • 수정2020-12-21 14:15:27
    취재후·사건후

■ 공장 빌려줬는데 …돌아온 건 '쓰레기 7천 톤'

경기도 안성시 외곽에 있는 연면적 2천 제곱미터 가량의 공장형 건물, 소유자 A씨는 임대를 놓을 목적으로 큰 돈을 대출받아 지난 6월쯤 건물을 지었습니다. 취재진이 보기에도 새 건물이었습니다.

헌데 내부에는 온갖 종류의 폐기물 7천톤이 쌓여 있습니다. 한창 새것이어야 할 공장 내벽과 골조는 폐기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우그러지고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건물 짓고 한참 세가 안 나가다가 어렵게 계약이 성사됐는데…" A씨는 취재진에게 차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 트럭용 컨테이너 수리를 할 거라 속이고 실제로는 폐기물 투기

A씨가 지난 10월 임차인과 맺은 임대차계약서입니다.


보증금 팔천만 원에 임차 기간은 1년, 계약서에 따르면 임차인은 윙바디트럭의 수리와 보관을 주로 하기 위해 이 건물을 빌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1월 초쯤, 불과 20일 만에 공장 안에는 7천톤의 폐기물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20일 만에 수천 톤의 폐기물이 쌓였다는 건, 애초 건물을 빌린 목적이 트럭 수리가 아니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대목입니다.


■ 가림막 설치하고 중장비 동원하고…전국에서 폐기물이 몰려왔다.

건물 소유주를 속여 적당한 장소를 빌린 투기 일당들은 치밀하게 다음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돈을 들여 건물 외부를 가림막으로 에워쌓습니다. 가림막 설치 길이만 수 킬로미터입니다. 혹시라도 외부에 노출될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낮이 아닌 밤에만 투기 작업을 했습니다. 목포와 평택, 그 외 전국에서 일당들의 연락을 받고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밤마다 이곳으로 몰려왔습니다.


이렇게 모인 폐기물들은 하나 같이 규격이 일정합니다. 가로세로 1미터, 폭 2미터의 직사각형 형태로 압축 처리돼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양의 폐기물을 쌓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투기 일당들은 압축된 폐기물들을
많은 수의 중장비를 동원해 빈틈없이 공장에 쌓아 올렸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물류창고에 화물을 쌓아 놓은 것 같았습니다.


■ 7천 톤 처리 비용은 10억 원 이상…"10분 의 1도 안되는 값에 장소 빌려 투기하고 잠적"

이쯤되면 궁금해집니다. '이렇게나 정성들여서' 왜 불법 투기를 하는 걸까?

답은 간단합니다. 엄청난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기물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비용은 톤당 최소 15만 원. 폐기물 종류나 운임거리에 따라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7천 톤을 처리하려면 못해도 10억 원 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보증금 8천만 원에 공장을 빌려 설치막을 세우고 중장비를 동원해도 1억 원이 넘지 않습니다. 정상적으로 처리할 비용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이용해 전문 투기 조직들이 '불법 투기'를 돈벌이로 하고 있습니다.

폐기물처리업자 등으로부터 처리비 명목으로 돈과 폐기물을 넘겨받고는 이렇게 공장이나 토지를 빌려 불법 투기하거나 매립합니다. 그리고 발각되기 전에 잠적하고 처리비용을 챙기는 수법입니다.


■ 잊을만 하면 나오는 '불법 투기'…왜 근절되지 않을까?


폐기물 불법 투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뉴스입니다. 그만큼 전국에 걸쳐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 행위입니다.

하지만, 범죄 행위에 비해 처벌의 정도는 약합니다.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할 경우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실제로 실형보다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폐기물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고 처리용량이 포화 수위에 이르는 상황에서 처리비용도 오르고 있습니다. 덩달아 전문 투기 조직도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촘촘한 감시와 함께 엄한 처벌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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