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배양 닭고기 판매허가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입력 2020.12.04 (09:09) 수정 2020.12.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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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을 맞는 나라가 어딘가에 관심이 집중됐던 이틀전(2일), 싱가포르에서 눈에 띄는 발표 하나가 나왔다(만약 인류가 100년 후에도 바이러스에 살아 남아있다면 역사는 이 소식에도 큰 관심을 가질 듯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연구실에서 세포증식으로 배양한 닭고기의 판매를 승인했다.

싱가포르 식품처(SFA)는 'Eat JUST사'의 연구실 세포 배양 치킨의 소비자 판매를 허용했다. 이제 닭이 낳은 달걀에서 깨어난 치킨이 아닌, 바이오리액터에서 세포를 증식시켜 만든 치킨(cell cultured meat)을 공식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됐다. 인류는 더이상 가축을 기를 필요가 없는 세상에 크게 한걸음 더 다가섰다.

Q1. 믿을 수 있을까?

싱가포르 식품처(SFA)는 이미 지난 11월, 홈페이지에 이 제품에 대한 모든 성분을 공개했다. 제조공정과 독성실험, 그리고 성분검사를 완료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이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 됐다. 'Eat JUST'는 지금은 프리미엄 닭고기 가격이지만, 조만간 소비자 가격이 재래식 닭고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제 치킨을 맥주처럼 건강하게 배양해서 소비할 수 있습니다"


Q2. 어떤 닭이 진짜 친환경인가?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너무 인공적(artificial)이다' 라는 지적이 나온다. 'Eat JUST'는 그러나 자사의 닭이 진짜 닭(real chicken)이라고 말한다. 실제 우리가 먹는 고기의 대부분은 인공적인 수정과 성장촉진제, 그리고 항생제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른 뒤 '도축'을 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고기의 가장 큰 장점은 동물을 '살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지속가능합니다"


Q3 인간의 식생활을 대체할까?

이미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식물성고기(Plant based meat)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곧 우리 마트에서도 판매된다). 이 기술은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특히 동물을 식품으로 소비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가짜 고기다. 고기처럼 맛있다지만, 솔직히 '바삭한 육즙'이 없다.

하지만 '배양된 고기'는 과학적으로 '진짜 고기'다. 화학성분이 같으니 영양분도 맛도 똑같다. 오히려 미네랄이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항생제는 검출되지 않으며, 살모넬라 같은 세균의 감염으로부터 더 안전하다.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해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숫자가 100억 명에 육박하면서 인류의 고기소비는 더 빠르게 늘고있다(크게 헛다리 짚은 경제학자 맬서스가 죽어서도 기뻐할 소식이다). 유엔 농업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960년 이후 닭고기를 포함한 가금육류의 전 세계 소비량은 5배 증가했다. 닭고기 소비는 해마다 2%씩 증가한다. 미국 농무부는 내년에 인류가 1억2190만 톤의 닭고기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가축과 가금류를 기르기 위해 인류는 환경을 훼손한다(전세계 온실가스의 7%는 축산부분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동물을 최대한 빨리 살이 찌게 하고, 병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수많은 약품을 투여하고, 그리고 인간의 방식으로 '도축'한다.


배양 고기 기술은 비단 닭고기에 머물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가 원하는 특정 부위를 얼마든지 무한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인은 더이상 '삼겹살'부위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맥주처럼 고기도 배양하는 시대가 열린다. 이를 위해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다. 천문학적 자본이 모아진다.

빌 게이츠는 물론이고, 디카프리오까지 이들 회사에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는 "소가 자라는 속도보다 이들 기술이 더 빨리 진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체고기는 진짜 우리의 식생활을 대체할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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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4 09:09:14
    • 수정2020-12-21 10:55:43
    특파원 리포트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을 맞는 나라가 어딘가에 관심이 집중됐던 이틀전(2일), 싱가포르에서 눈에 띄는 발표 하나가 나왔다(만약 인류가 100년 후에도 바이러스에 살아 남아있다면 역사는 이 소식에도 큰 관심을 가질 듯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연구실에서 세포증식으로 배양한 닭고기의 판매를 승인했다.

싱가포르 식품처(SFA)는 'Eat JUST사'의 연구실 세포 배양 치킨의 소비자 판매를 허용했다. 이제 닭이 낳은 달걀에서 깨어난 치킨이 아닌, 바이오리액터에서 세포를 증식시켜 만든 치킨(cell cultured meat)을 공식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됐다. 인류는 더이상 가축을 기를 필요가 없는 세상에 크게 한걸음 더 다가섰다.

Q1. 믿을 수 있을까?

싱가포르 식품처(SFA)는 이미 지난 11월, 홈페이지에 이 제품에 대한 모든 성분을 공개했다. 제조공정과 독성실험, 그리고 성분검사를 완료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이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 됐다. 'Eat JUST'는 지금은 프리미엄 닭고기 가격이지만, 조만간 소비자 가격이 재래식 닭고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제 치킨을 맥주처럼 건강하게 배양해서 소비할 수 있습니다"


Q2. 어떤 닭이 진짜 친환경인가?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너무 인공적(artificial)이다' 라는 지적이 나온다. 'Eat JUST'는 그러나 자사의 닭이 진짜 닭(real chicken)이라고 말한다. 실제 우리가 먹는 고기의 대부분은 인공적인 수정과 성장촉진제, 그리고 항생제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른 뒤 '도축'을 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고기의 가장 큰 장점은 동물을 '살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지속가능합니다"


Q3 인간의 식생활을 대체할까?

이미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식물성고기(Plant based meat)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곧 우리 마트에서도 판매된다). 이 기술은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특히 동물을 식품으로 소비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가짜 고기다. 고기처럼 맛있다지만, 솔직히 '바삭한 육즙'이 없다.

하지만 '배양된 고기'는 과학적으로 '진짜 고기'다. 화학성분이 같으니 영양분도 맛도 똑같다. 오히려 미네랄이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항생제는 검출되지 않으며, 살모넬라 같은 세균의 감염으로부터 더 안전하다.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해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숫자가 100억 명에 육박하면서 인류의 고기소비는 더 빠르게 늘고있다(크게 헛다리 짚은 경제학자 맬서스가 죽어서도 기뻐할 소식이다). 유엔 농업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960년 이후 닭고기를 포함한 가금육류의 전 세계 소비량은 5배 증가했다. 닭고기 소비는 해마다 2%씩 증가한다. 미국 농무부는 내년에 인류가 1억2190만 톤의 닭고기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가축과 가금류를 기르기 위해 인류는 환경을 훼손한다(전세계 온실가스의 7%는 축산부분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동물을 최대한 빨리 살이 찌게 하고, 병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수많은 약품을 투여하고, 그리고 인간의 방식으로 '도축'한다.


배양 고기 기술은 비단 닭고기에 머물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가 원하는 특정 부위를 얼마든지 무한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인은 더이상 '삼겹살'부위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맥주처럼 고기도 배양하는 시대가 열린다. 이를 위해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다. 천문학적 자본이 모아진다.

빌 게이츠는 물론이고, 디카프리오까지 이들 회사에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는 "소가 자라는 속도보다 이들 기술이 더 빨리 진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체고기는 진짜 우리의 식생활을 대체할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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