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창] 고비 때마다 속도전…北 주민들 피로감은?

입력 2020.12.04 (13:47) 수정 2020.12.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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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조선중앙TV와 대외선전 매체는 연일 '80일 전투'를 구호를 내세우면서 성공적인 목표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80일 전투'는 북한 당국이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고 체제결속을 끌어올리려는 전방위 속도전을 의미합니다. 이제 한 달여 남은 '80일 전투',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정숙평양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직포공의 모습김정숙평양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직포공의 모습

씩씩하고 일 잘하는 '준마처녀'...모범사례 집중 홍보

최근 북한이 '80일 전투'의 성공사례로 소개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김정숙평양방직공장입니다. 조선중앙TV에 소개한 영상을 보면 출근하는 공장 직원들 사이로 선동대원들의 모습이 보이고, 공장 곳곳에는 80일 전투 선전물이 붙어 있습니다.

북한에선 씩씩하고 일 잘하는 여성을 '준마처녀'로 비유합니다. 북한 매체는 애초에 목표한 생산계획을 넘어선 직포공들을 별도로 소개하며 일일히 성과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북한 당국이 '80일 전투' 모범사례를 강조하며 선전 효과를 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 같은 전투는 수해 복구지역은 물론 주요 건설 현장과 농장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경제활동마다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상 모든 주민이 '80일 전투'에 총동원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 "시련과 난관 과감히 정면돌파"

'80일 전투'가 처음 언급된 건 지난 10월 초 열린 제7기 19차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입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 당국은 내년 1월 8차 당 대회까지 전방위 속도전을 벌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올여름 잇따른 수해와 코로나 19까지 유례없는 시련과 난관들을 과감히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그 성과를 완수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더구나 내년에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해야 해서 '80일 전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1980년 ‘100일 전투’를 벌여 공장과 발전소, 병원 등을 건립했다.북한은 1980년 ‘100일 전투’를 벌여 공장과 발전소, 병원 등을 건립했다.

고비 때마다 진행된 속도전...'기적의 창조' 강조

과거에도 북한은 속도전식 경제건설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첫 속도전은 1974년의 '70일 전투'입니다. 당시 북한 주민들은 밧줄 하나에 간신히 몸을 의지해 지하광산을 오르내리고 채굴을 하는 등 주민들의 모든 노동력을 동원했습니다.

1980년에 6차 당 대회를 앞두고는 '100일 전투'를 벌였는데, 북한을 대표하는 체육시설인 창광원과 북한의 최대 산부인과인 평양산원이 이때 건립됐습니다.

2016년엔 '70일 전투'가 진행됐습니다. 북한이 '70일 전투'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 건 백두산 영웅청년 발전소입니다. 당시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하면서 완공 시점을 넉 달이나 앞당겼고 24시간 작업을 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곧바로 '200일 전투'를 이어간 북한 당국은 2016년에는 '여명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밤낮으로 공사를 진행됐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기적의 창조'라고 일컬으며 속도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영웅발전소 건립을 위해 북한 주민들이 동원돼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2016년 영웅발전소 건립을 위해 북한 주민들이 동원돼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

피로감 쌓이는 속도전.."경제 성과에 한계 있어"

북한 당국은 속도전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올해의 경우 북한 주민들은 경제난과 잇따른 속도전으로 피로감이 쌓였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에서 속도전을 경험했던 탈북민 최송죽씨는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무조건 전투할 때는 진짜로 노동단련대회와 같습니다. 일의 강도가 높고, 말 그대로 전투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겨울은 북한 주민들에게 그 어느 때 보다 엄혹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오로지 주민들의 노동력 동원만으로 이뤄지는 속도전은 예전과 달리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노력 동원만으로 경제난을 돌파하는 건 무리이고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건 고통과 피로감이 가득 쌓인 주민들의 민심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함께 내일(5일) 아침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초특급'으로 격상한 소식 등을 자세히 전합니다.

* 관련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 <남북의 창>과 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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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창] 고비 때마다 속도전…北 주민들 피로감은?
    • 입력 2020-12-04 13:47:30
    • 수정2020-12-04 13:48:01
    취재K
최근 북한의 조선중앙TV와 대외선전 매체는 연일 '80일 전투'를 구호를 내세우면서 성공적인 목표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80일 전투'는 북한 당국이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고 체제결속을 끌어올리려는 전방위 속도전을 의미합니다. 이제 한 달여 남은 '80일 전투',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정숙평양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직포공의 모습
씩씩하고 일 잘하는 '준마처녀'...모범사례 집중 홍보

최근 북한이 '80일 전투'의 성공사례로 소개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김정숙평양방직공장입니다. 조선중앙TV에 소개한 영상을 보면 출근하는 공장 직원들 사이로 선동대원들의 모습이 보이고, 공장 곳곳에는 80일 전투 선전물이 붙어 있습니다.

북한에선 씩씩하고 일 잘하는 여성을 '준마처녀'로 비유합니다. 북한 매체는 애초에 목표한 생산계획을 넘어선 직포공들을 별도로 소개하며 일일히 성과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북한 당국이 '80일 전투' 모범사례를 강조하며 선전 효과를 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 같은 전투는 수해 복구지역은 물론 주요 건설 현장과 농장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경제활동마다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상 모든 주민이 '80일 전투'에 총동원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 "시련과 난관 과감히 정면돌파"

'80일 전투'가 처음 언급된 건 지난 10월 초 열린 제7기 19차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입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 당국은 내년 1월 8차 당 대회까지 전방위 속도전을 벌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올여름 잇따른 수해와 코로나 19까지 유례없는 시련과 난관들을 과감히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그 성과를 완수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더구나 내년에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해야 해서 '80일 전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1980년 ‘100일 전투’를 벌여 공장과 발전소, 병원 등을 건립했다.
고비 때마다 진행된 속도전...'기적의 창조' 강조

과거에도 북한은 속도전식 경제건설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첫 속도전은 1974년의 '70일 전투'입니다. 당시 북한 주민들은 밧줄 하나에 간신히 몸을 의지해 지하광산을 오르내리고 채굴을 하는 등 주민들의 모든 노동력을 동원했습니다.

1980년에 6차 당 대회를 앞두고는 '100일 전투'를 벌였는데, 북한을 대표하는 체육시설인 창광원과 북한의 최대 산부인과인 평양산원이 이때 건립됐습니다.

2016년엔 '70일 전투'가 진행됐습니다. 북한이 '70일 전투'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 건 백두산 영웅청년 발전소입니다. 당시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하면서 완공 시점을 넉 달이나 앞당겼고 24시간 작업을 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곧바로 '200일 전투'를 이어간 북한 당국은 2016년에는 '여명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밤낮으로 공사를 진행됐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기적의 창조'라고 일컬으며 속도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영웅발전소 건립을 위해 북한 주민들이 동원돼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
피로감 쌓이는 속도전.."경제 성과에 한계 있어"

북한 당국은 속도전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올해의 경우 북한 주민들은 경제난과 잇따른 속도전으로 피로감이 쌓였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에서 속도전을 경험했던 탈북민 최송죽씨는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무조건 전투할 때는 진짜로 노동단련대회와 같습니다. 일의 강도가 높고, 말 그대로 전투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겨울은 북한 주민들에게 그 어느 때 보다 엄혹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오로지 주민들의 노동력 동원만으로 이뤄지는 속도전은 예전과 달리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노력 동원만으로 경제난을 돌파하는 건 무리이고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건 고통과 피로감이 가득 쌓인 주민들의 민심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함께 내일(5일) 아침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초특급'으로 격상한 소식 등을 자세히 전합니다.

* 관련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 <남북의 창>과 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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