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뢰·폭발물 피해자 2,884명 최초 발굴…사고 위험 여전

입력 2020.12.04 (21:41) 수정 2020.12.04 (22: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난 여름 집중호우가 내린 뒤 강원도 철원에서는 유실지뢰가 잇따라 발견됐는데요.

이처럼 전국 각지에는 6.25때부터 매설된 지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KBS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국의 지뢰·폭발물 피해자를 조사했는데, 얼마나 됐을까요?

박상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평생 소금밭을 갈아온 강경환 씨.

강 씨에겐 양손이 없습니다.

48년 전 초등학생 시절, 동네에서 놀다 지뢰 폭발 사고를 당했습니다.

[강경환/지뢰 피해자 : "돌을 주워서 이렇게 해놓고 치는 순간 폭음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지고 정신을 잃은 거예요."]

6.25 전쟁을 계기로, 국군과 미군은 북한의 기습을 막기 위해 지뢰를 다량 매설했습니다.

전국적으로 100만 개 이상의 지뢰가 묻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는 평화나눔회와 함께 지뢰와 폭발물, 불발탄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사상 처음으로 전수조사했습니다.

신문 창간호부터 관련 사고를 일일이 검색했습니다.

이렇게 발굴한 피해자는 모두 2884명.

지자체가 공식으로 파악한 지뢰 피해자 수보다 4배나 많습니다.

전방 지역은 물론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었습니다.

특히 피해자 중 40%가 넘는 1,100여 명이 사고 당시 19살 미만 미성년자로 확인됐습니다.

[김종완/평화나눔회 박사 : "감춰져 있던 피해자들이 나오고 국가에서는 (조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고, 저희들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뢰로 인한 인명 피해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여름 철원을 덮친 집중호우.

가정집 대문 앞과 농경지 곳곳에서 유실지뢰가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이용금/강원도 철원군 : "우리가 이런 풀에 들어가서 걸을 수가 없어요. 불안해서..."]

수도권도 예외가 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선 70대 낚시객이 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었고, 인근 한강 둔치에서도 발목지뢰 2발이 발견됐습니다.

[신상훈/경기 고양시 생태하천과장 : "사고가 나다 보니까 우리 지역 관내 한강 수변이 절대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됐고요."]

6.25 전쟁이 남긴 비극의 씨앗, 지뢰.

[서정호/지뢰 피해자 : "55년 동안 우리를 그냥 정부에서 방치해버린 거예요."]

[문형모/지뢰 피해자 : "놀다가 다쳤기 때문에 (보상이) 안 된다고 그래서 안 되나 보다 하고 그냥 살았죠."]

보상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피해 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현실 속에, 지뢰 위험은 여전히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상용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영상편집:송화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지뢰·폭발물 피해자 2,884명 최초 발굴…사고 위험 여전
    • 입력 2020-12-04 21:41:12
    • 수정2020-12-04 22:13:25
    뉴스 9
[앵커]

지난 여름 집중호우가 내린 뒤 강원도 철원에서는 유실지뢰가 잇따라 발견됐는데요.

이처럼 전국 각지에는 6.25때부터 매설된 지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KBS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국의 지뢰·폭발물 피해자를 조사했는데, 얼마나 됐을까요?

박상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평생 소금밭을 갈아온 강경환 씨.

강 씨에겐 양손이 없습니다.

48년 전 초등학생 시절, 동네에서 놀다 지뢰 폭발 사고를 당했습니다.

[강경환/지뢰 피해자 : "돌을 주워서 이렇게 해놓고 치는 순간 폭음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지고 정신을 잃은 거예요."]

6.25 전쟁을 계기로, 국군과 미군은 북한의 기습을 막기 위해 지뢰를 다량 매설했습니다.

전국적으로 100만 개 이상의 지뢰가 묻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는 평화나눔회와 함께 지뢰와 폭발물, 불발탄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사상 처음으로 전수조사했습니다.

신문 창간호부터 관련 사고를 일일이 검색했습니다.

이렇게 발굴한 피해자는 모두 2884명.

지자체가 공식으로 파악한 지뢰 피해자 수보다 4배나 많습니다.

전방 지역은 물론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었습니다.

특히 피해자 중 40%가 넘는 1,100여 명이 사고 당시 19살 미만 미성년자로 확인됐습니다.

[김종완/평화나눔회 박사 : "감춰져 있던 피해자들이 나오고 국가에서는 (조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고, 저희들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뢰로 인한 인명 피해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여름 철원을 덮친 집중호우.

가정집 대문 앞과 농경지 곳곳에서 유실지뢰가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이용금/강원도 철원군 : "우리가 이런 풀에 들어가서 걸을 수가 없어요. 불안해서..."]

수도권도 예외가 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선 70대 낚시객이 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었고, 인근 한강 둔치에서도 발목지뢰 2발이 발견됐습니다.

[신상훈/경기 고양시 생태하천과장 : "사고가 나다 보니까 우리 지역 관내 한강 수변이 절대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됐고요."]

6.25 전쟁이 남긴 비극의 씨앗, 지뢰.

[서정호/지뢰 피해자 : "55년 동안 우리를 그냥 정부에서 방치해버린 거예요."]

[문형모/지뢰 피해자 : "놀다가 다쳤기 때문에 (보상이) 안 된다고 그래서 안 되나 보다 하고 그냥 살았죠."]

보상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피해 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현실 속에, 지뢰 위험은 여전히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상용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영상편집:송화인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