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종부세 폭탄론’, 언론은 무엇을 외면했나

입력 2020.12.0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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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언론이 집중한 주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입니다. 언론들은 '눈덩이 종부세', '공포의 종부세 폭탄', '종부세 악 소리'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종부세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

갑자기 대한민국에 떨어진 '종부세 폭탄'. 누가 얼마나 내길래 세금 폭탄이라고 표현하는 걸까요. 저널리즘토크쇼J가 짚어봤습니다.

■ '서민'도 부담 느끼는 종부세?...대상자는 국민의 1.3%

11월 25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74만4천 명입니다. 지난해보다 14만9천 명, 25% 증가했습니다. 세액은 올해 4조 2,687억 원으로 지난해 3조 3,471억 원보다 27% 정도 늘었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언론들이 보도한 건데, 관련 기사들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종부세는 흔히 고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알려져 있는데, '1주택자도 종부세 공포', '서민들 분노 폭발' 등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서민도 종부세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심지어 공포심까지 느낀다는 건데 사실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주택분 종부세 대상은 66만 명으로 전 국민의 1.3% 수준입니다. 이중 다주택자가 37만여 명으로 이들이 내는 종부세액이 전체의 82%를 차지합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종부세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주택 가격으로 13억 이상, 공시가격으로 9억을 제외하고 그 이상이 되는 부분에 대해 종부세를 내게 된다"며 "전 국민의 1.3%라고 보도하면 너무 적게 보이니까 언론이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 중', '공동주택을 소유한 사람 중'에 몇 퍼센트라는 식으로 대상 범위를 좁혀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매년 반복되는 '종부세 폭탄론' 보도...'집값 상승' 뺀 채 종부세만 강조

'종부세 폭탄론'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십여 년 전에도 '종부세 폭탄 터진다'는 제목의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매해 연말이면 똑같은 보도를 반복하는 겁니다.

J의 고정패널인 강유정 교수는 "(종부세 폭탄론이) 성공한 프레임으로 (기자들이) 과장과 선정을 보태 자극성 강한 기사만 만들고 있다"며 "사람들의 관심사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 경제매체 기자는 종부세 보도에 방향성이 정해져 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이 기자는 "아침 회의가 끝나고 나면 '액수가 얼마나 늘고, 사람이 몇 명 늘었다'는 식으로 보도 방향이 정해져서 온다"며 "'폭탄', '공포' 등의 표현이 적힌 지시가 내려오고, 그게 그대로 기사화가 된다. 그렇게 쓰지 말자고 얘기해도 안 먹힌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종부세 폭탄론' 기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종부세가 올랐다는 건 그만큼 집값이 올랐기 때문인데 대부분 이러한 맥락은 생략한 채 종부세 액수만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취재진이 '종부세'라는 키워드로 기사들을 분석한 결과, 총 65건의 기사 중 종부세와 집값을 함께 언급한 기사는 8건에 불과했습니다. 대폭 오른 집값 내용은 뺀 채 종부세가 얼마나 올랐는지만 언급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언론이 외면하는 98.7%의 목소리..."정파성에 따라 왜곡하면 안 돼"

이렇게 언론이 종부세를 내는 전체 국민의 1.3% 목소리에 집중하는 동안 나머지 98.7%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당했습니다.

이에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종부세를 내야 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겠다', '언론이 걱정해야 하는 건 폐지 줍는 노인이지 강남에 집 두 채를 가져 종부세 걱정하는 노인이 아니다' 등 박탈감을 느끼는 시민들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이봉수 교수는 "세금 관련 보도에는 항상 이데올로기와 정파성이 끼어든다"며 "언론이 추구하는 가치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은 좋지만, 정파성에 따라 왜곡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주 저널리즘토크쇼J는 언론이 '종부세 폭탄론'에 집착하는 이유, 그리고 외면하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다뤄봅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말 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J-pick'으로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 연속 보도를 소개합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이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보도를 통해 그들의 인권이 어떻게 짓밟혔는지, 그리고 언론은 그 오랜 시간 왜 침묵했는지 짚어봅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116회는 <'종부세 폭탄론', 언론은 무엇을 외면했나>와 <'살아남은 형제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두 가지 주제로 12월 6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승현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 겸 변호사,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이대진 부산일보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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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종부세 폭탄론’, 언론은 무엇을 외면했나
    • 입력 2020-12-05 06:19:32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 2주간 언론이 집중한 주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입니다. 언론들은 '눈덩이 종부세', '공포의 종부세 폭탄', '종부세 악 소리'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종부세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

갑자기 대한민국에 떨어진 '종부세 폭탄'. 누가 얼마나 내길래 세금 폭탄이라고 표현하는 걸까요. 저널리즘토크쇼J가 짚어봤습니다.

■ '서민'도 부담 느끼는 종부세?...대상자는 국민의 1.3%

11월 25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74만4천 명입니다. 지난해보다 14만9천 명, 25% 증가했습니다. 세액은 올해 4조 2,687억 원으로 지난해 3조 3,471억 원보다 27% 정도 늘었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언론들이 보도한 건데, 관련 기사들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종부세는 흔히 고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알려져 있는데, '1주택자도 종부세 공포', '서민들 분노 폭발' 등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서민도 종부세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심지어 공포심까지 느낀다는 건데 사실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주택분 종부세 대상은 66만 명으로 전 국민의 1.3% 수준입니다. 이중 다주택자가 37만여 명으로 이들이 내는 종부세액이 전체의 82%를 차지합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종부세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주택 가격으로 13억 이상, 공시가격으로 9억을 제외하고 그 이상이 되는 부분에 대해 종부세를 내게 된다"며 "전 국민의 1.3%라고 보도하면 너무 적게 보이니까 언론이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 중', '공동주택을 소유한 사람 중'에 몇 퍼센트라는 식으로 대상 범위를 좁혀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매년 반복되는 '종부세 폭탄론' 보도...'집값 상승' 뺀 채 종부세만 강조

'종부세 폭탄론'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십여 년 전에도 '종부세 폭탄 터진다'는 제목의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매해 연말이면 똑같은 보도를 반복하는 겁니다.

J의 고정패널인 강유정 교수는 "(종부세 폭탄론이) 성공한 프레임으로 (기자들이) 과장과 선정을 보태 자극성 강한 기사만 만들고 있다"며 "사람들의 관심사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 경제매체 기자는 종부세 보도에 방향성이 정해져 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이 기자는 "아침 회의가 끝나고 나면 '액수가 얼마나 늘고, 사람이 몇 명 늘었다'는 식으로 보도 방향이 정해져서 온다"며 "'폭탄', '공포' 등의 표현이 적힌 지시가 내려오고, 그게 그대로 기사화가 된다. 그렇게 쓰지 말자고 얘기해도 안 먹힌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종부세 폭탄론' 기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종부세가 올랐다는 건 그만큼 집값이 올랐기 때문인데 대부분 이러한 맥락은 생략한 채 종부세 액수만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취재진이 '종부세'라는 키워드로 기사들을 분석한 결과, 총 65건의 기사 중 종부세와 집값을 함께 언급한 기사는 8건에 불과했습니다. 대폭 오른 집값 내용은 뺀 채 종부세가 얼마나 올랐는지만 언급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언론이 외면하는 98.7%의 목소리..."정파성에 따라 왜곡하면 안 돼"

이렇게 언론이 종부세를 내는 전체 국민의 1.3% 목소리에 집중하는 동안 나머지 98.7%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당했습니다.

이에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종부세를 내야 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겠다', '언론이 걱정해야 하는 건 폐지 줍는 노인이지 강남에 집 두 채를 가져 종부세 걱정하는 노인이 아니다' 등 박탈감을 느끼는 시민들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이봉수 교수는 "세금 관련 보도에는 항상 이데올로기와 정파성이 끼어든다"며 "언론이 추구하는 가치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은 좋지만, 정파성에 따라 왜곡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주 저널리즘토크쇼J는 언론이 '종부세 폭탄론'에 집착하는 이유, 그리고 외면하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다뤄봅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말 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J-pick'으로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 연속 보도를 소개합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이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보도를 통해 그들의 인권이 어떻게 짓밟혔는지, 그리고 언론은 그 오랜 시간 왜 침묵했는지 짚어봅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116회는 <'종부세 폭탄론', 언론은 무엇을 외면했나>와 <'살아남은 형제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두 가지 주제로 12월 6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승현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 겸 변호사,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이대진 부산일보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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