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로 바뀐 기대…유족 “국가의 배신” 격앙

입력 2020.12.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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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전 가슴에 묻은 가족…시신 없는 장례

1980년 1월.
강원도 고성군 앞바다에서 60톤급 해경 경비정 72정이 침몰했습니다. 당시 이 경비정에 타고 있던 해경 대원과 전경 17명은 전원 실종됐습니다. 곧바로 수색 작업이 진행됐지만, 단 1명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새벽 시간이라 대부분 침몰 선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시신 없는 영결식과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영문도 모른 채 가족을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침몰 사고 이후 진행된 72정 대원 합동 위령제침몰 사고 이후 진행된 72정 대원 합동 위령제

■ 해경 72정 선체 발견...유해 수습 기대

2019년 4월. 해경은 바닷속 수심 105미터에서 침몰한 72정 선체를 발견했습니다. 72정 침몰 39년 만입니다.

함포 거치대와 하부 가림막 등 방치되고 있던 선체가 고스란히 파악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초조해졌습니다. 침몰 당시 선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순직자 유해 수습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무인잠수정(ROV)으로 확인한 ‘침몰 72정’ 선체무인잠수정(ROV)으로 확인한 ‘침몰 72정’ 선체

■ 국회 농해수위 205억 증액 의결...인양 '청신호'

2020년 11월.
선체 확인 후 1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유해 수습과 72정 인양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해경 담당 상임위인 국회 농해수위는 이 경비정 인양을 위해 예산 205억 원을 증액 의결했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국회의원과 유가족, 해경 전우 등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해경은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침몰 경비정 상태 파악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연구용역에서는 5가지 인양 방안이 나왔습니다. 최대 160억 6천만 원이 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유가족들은 가족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 분노로 바뀐 기대..예산 전액 삭감

2020년 12월.
유가족들의 기대는 한 달도 안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 의결 과정에 72정 인양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앞서 국회 농해수위가 증액 의결한 205억 원 중 1원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지원금과 백신 비용 증액 등의 과정에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가족들은 격앙됐습니다. 실종된 가족의 유해를 40년 만에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시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겁니다.


■ 국가가 또다시 배신 "해도 너무 해"

유가족들은 국가가 실종 대원들을 또다시 배신했다고 말합니다. 1980년 침몰 당시 외면당하면서 한 번 배신당했고, 40년 후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입장입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분노를 어떻게 얘기할 수 없다"며 "(순직 대원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갔는데, 그거(유해 수습)를 당연히 국가의 책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 "이런 식이라면 누가 나라를 위해 희생을 하고, 군대에 누가 자식을 보내겠느냐"며, "해도 너무 한다"고 말했습니다.


■ 다시 시작된 기다림...해경 "인양 계속 추진"

40년 넘게 기다렸던 유족들은 또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병주 유가족 대표는 "(실종 대원의) 부모님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그분들 돌아가시기 전에 인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인양 예산 전액 삭감 소식에 해양경찰도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다만, 선체 인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예산 확보 노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40년도 기다렸는데, 몇 년 더 못 기다리겠느냐는 실종 대원들의 가족들. 이들의 기다림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저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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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로 바뀐 기대…유족 “국가의 배신” 격앙
    • 입력 2020-12-05 13:49:43
    취재K

■ 40년 전 가슴에 묻은 가족…시신 없는 장례

1980년 1월.
강원도 고성군 앞바다에서 60톤급 해경 경비정 72정이 침몰했습니다. 당시 이 경비정에 타고 있던 해경 대원과 전경 17명은 전원 실종됐습니다. 곧바로 수색 작업이 진행됐지만, 단 1명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새벽 시간이라 대부분 침몰 선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시신 없는 영결식과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영문도 모른 채 가족을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침몰 사고 이후 진행된 72정 대원 합동 위령제
■ 해경 72정 선체 발견...유해 수습 기대

2019년 4월. 해경은 바닷속 수심 105미터에서 침몰한 72정 선체를 발견했습니다. 72정 침몰 39년 만입니다.

함포 거치대와 하부 가림막 등 방치되고 있던 선체가 고스란히 파악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초조해졌습니다. 침몰 당시 선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순직자 유해 수습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무인잠수정(ROV)으로 확인한 ‘침몰 72정’ 선체
■ 국회 농해수위 205억 증액 의결...인양 '청신호'

2020년 11월.
선체 확인 후 1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유해 수습과 72정 인양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해경 담당 상임위인 국회 농해수위는 이 경비정 인양을 위해 예산 205억 원을 증액 의결했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국회의원과 유가족, 해경 전우 등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해경은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침몰 경비정 상태 파악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연구용역에서는 5가지 인양 방안이 나왔습니다. 최대 160억 6천만 원이 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유가족들은 가족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 분노로 바뀐 기대..예산 전액 삭감

2020년 12월.
유가족들의 기대는 한 달도 안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 의결 과정에 72정 인양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앞서 국회 농해수위가 증액 의결한 205억 원 중 1원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지원금과 백신 비용 증액 등의 과정에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가족들은 격앙됐습니다. 실종된 가족의 유해를 40년 만에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시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겁니다.


■ 국가가 또다시 배신 "해도 너무 해"

유가족들은 국가가 실종 대원들을 또다시 배신했다고 말합니다. 1980년 침몰 당시 외면당하면서 한 번 배신당했고, 40년 후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입장입니다.

조병주 해경 72정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분노를 어떻게 얘기할 수 없다"며 "(순직 대원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갔는데, 그거(유해 수습)를 당연히 국가의 책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 "이런 식이라면 누가 나라를 위해 희생을 하고, 군대에 누가 자식을 보내겠느냐"며, "해도 너무 한다"고 말했습니다.


■ 다시 시작된 기다림...해경 "인양 계속 추진"

40년 넘게 기다렸던 유족들은 또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병주 유가족 대표는 "(실종 대원의) 부모님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그분들 돌아가시기 전에 인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인양 예산 전액 삭감 소식에 해양경찰도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다만, 선체 인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예산 확보 노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40년도 기다렸는데, 몇 년 더 못 기다리겠느냐는 실종 대원들의 가족들. 이들의 기다림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저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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