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성폭행 당한 뒤 “괜찮다” 말한 피해자…대법 “성관계 동의 아냐”

입력 2020.12.06 (11:44) 수정 2020.12.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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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상태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했다고 해서, 이를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2014년 7월 고등학생이던 피해자 등 3명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이미 일행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화장실에 앉아 있던 피해자를 또 다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는 등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당시 “괜찮냐”는 자신의 질문에 피해자가 “괜찮다”고 여러 번 답했고, 이후 피해자에게 호감이 있다며 성관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을 심리한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은 A 씨의 성폭행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당시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는 직전에 당한 성폭행 피해로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A 씨가 화장실에 나체로 있던 피해자에게 구조 등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성행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진술 자체로도 모순되고 경험칙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검찰 진술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A 씨에게 “괜찮다”고 여러 번 답한 것은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A 씨와의 성관계에 동의하는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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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6 11:44:33
    • 수정2020-12-06 11:54:19
    사회
술에 취한 상태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했다고 해서, 이를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2014년 7월 고등학생이던 피해자 등 3명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이미 일행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화장실에 앉아 있던 피해자를 또 다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는 등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당시 “괜찮냐”는 자신의 질문에 피해자가 “괜찮다”고 여러 번 답했고, 이후 피해자에게 호감이 있다며 성관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을 심리한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은 A 씨의 성폭행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당시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는 직전에 당한 성폭행 피해로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A 씨가 화장실에 나체로 있던 피해자에게 구조 등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성행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진술 자체로도 모순되고 경험칙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검찰 진술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A 씨에게 “괜찮다”고 여러 번 답한 것은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A 씨와의 성관계에 동의하는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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