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 쏟아진 5세기 신라 고분…주인은 왕족 여성?

입력 2020.12.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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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7년째 발굴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최근 주목할만한 발굴성과를 얻었습니다. 고분의 축조 시기와 축조 방식을 비롯해 고분 주인공(피장자)의 사회적 지위와 성별 등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들을 발견한 건데요.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그 의미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초호화 장신구 무더기 발굴…최상위 왕족 여성?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는 땅속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 덧널을 조성한 뒤 돌을 쌓아 올리는,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입니다. 왕과 왕족들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 대릉원 지구에 인접한 곳에 있는데요. 봉분의 지름이 동서 30.82m, 남북 23.12m로, 신라 고분 가운데 약 33번째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먼저 발굴 현장부터 영상으로 둘러볼까요?


이 고분에서는 고분 주인공이 착장했던 금동관 1점과 금드리개 1쌍, 금귀걸이 1쌍, 가슴걸이 1식, 금ㆍ은 팔찌(12점), 금ㆍ은 반지(10점), 은허리띠 장식(1점) 등 장신구 조합이 한꺼번에 발굴됐습니다.

쪽샘 44호분 고분에서 발굴된 피장자가 착장했던 장신구들.쪽샘 44호분 고분에서 발굴된 피장자가 착장했던 장신구들.

이는 전형적인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나오는 장신구 양식들인데요. 특히, 가슴걸이는 남색 유리구슬과 달개(금관 따위에 매달아 반짝거리도록 한 얇은 쇠붙이 장식)가 달린 금구슬, 은구슬을 4줄로 엮어 곱은옥을 매달았는데 이러한 형태는 황남대총이나 천마총 같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만 확인된 디자인입니다. 신라는 당시 주변국과 다른 독특한 장신구 착장 방식이 있었다는데요. 전문가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이런 장신구 구성과 재질 등을 고려했을 때 고분의 주인공은 최상층인 왕족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큰 칼이 아닌 은장식 작은 손 칼을 지닌 것으로 봐 여성일 가능성이 큽니다. 출토유물을 기준으로 고분 주인공의 키는 약 150㎝ 전후로 추정되는데 금동관, 귀걸이, 팔찌, 허리띠 장식 등 장신구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은 점도 피장자가 여성일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출토된 금동관의 크기가 작아서 어린아이일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또 장신구들의 형태가 금관총 출토 유물과 유사한 점에 비춰 고분의 축조연대는 5세기 후반으로 추정됩니다.

■ 피장자 여성 추정 고분에서 바둑돌 출토는 '처음'

고분에서 출토된 바둑돌고분에서 출토된 바둑돌

이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중 유독 눈에 띄는 건 바로 바둑돌입니다. 피장자 발치 아래에 부장된 토기군(土器群) 사이에 200여 점이 모여진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과거에도 신라 시대 바둑돌은 황남대총 남분(243점), 천마총(350점), 금관총(200여 점), 서봉총(2점) 등 최상위 등급의 돌무지덧널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는데요. 이후 시기로 넘어가면 7세기대 굴식돌방무덤(횡혈식석실묘)인 용강동 6호분(170점)에서도 확인됐고, 분황사지에서는 가로ㆍ세로 15줄이 그어진 바둑판 모양의 전돌이 출토되기도 했습니다. 옛 기록에서는 신라의 바둑 문화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바둑돌이 출토된 무덤의 피장자는 모두 남성으로 추정돼 당시 바둑이 남자의 전유물로 이해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피장자는 왕족 여성으로 추정되고 있어 당시 바둑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료로도 기대됩니다.


■ 고분 주인공 생전에 건강 상태 나빴다?

출토된 돌절구와 공이출토된 돌절구와 공이

고분에서는 돌절구와 공이도 확인됐습니다. 돌절구의 크기(높이 13.5cm, 폭 11.5cm)와 함몰부의 용량(약 60ml)으로 볼 때 곡물을 빻는 실질적인 용도라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로 부장됐을 수 있는데요. 약제를 조제하는데 사용한 약용 절구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규산염 광물 중 하나인 운모도 발견됐는데요. 도교(道敎)에서는 운모가 장기간 복용하면 불로장생을 할 수 있는 선약(仙藥)으로 인식됐다고 합니다. 이런 유물들이 고분 주인공의 생전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닐까요? 전문가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또 다른 주목할만한 유물은 비단벌레 장식입니다. 주인공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품 상부에서 수십 점이 확인됐습니다. 비단벌레의 딱지날개 2매를 겹쳐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고, 앞뒤판 둘레를 금동판으로 고정해 만든 장식으로, 크기는 가로‧세로 1.6×3.0cm에 두께는 2㎜ 정도 소형입니다. 신라 고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가 없는 형태와 크기의 장식입니다.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비단벌레 장식은 기존 신라 고분에서도 황남대총 남분, 금관총, 계림로 14호 등 최상위 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어 이번 44호 피장자의 위계를 상징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유물로 판단됩니다.

■ 봉분은 '무지개떡'처럼 다양한 색깔

44호분 발굴조사는 현재 매장주체부에서의 유물 노출까지 진행됐습니다. 그동안 무덤 둘레에 쌓는 돌인 호석 주변에서 제사 흔적과 봉분 성토(흙쌓기)방식, 돌을 쌓아 올린 적석부 구조와 축조방식, 의례 행위 등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축조과정을 세밀하게 밝히고, 고분 구석구석의 구조를 치밀하게 조사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데요. 전문가가 좀 더 쉽게 이번 발굴의 의의를 설명해드립니다.


2014년 처음 발굴 작업에 나설 당시, 44호분 고분 주변에는 수풀이 무성했고 전봇대도 있어 이를 제거하는 작업부터 해야 했다는데요. 그런 만큼 지난 6년간의 발굴 성과는 더욱 값지게 다가옵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고분의 하부구조와 호석, 적석부에 대한 해체조사를 통해 고분 전체의 구조와 축조과정을 완벽히 복원해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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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둑돌 쏟아진 5세기 신라 고분…주인은 왕족 여성?
    • 입력 2020-12-07 13:31:16
    취재K
올해로 7년째 발굴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최근 주목할만한 발굴성과를 얻었습니다. 고분의 축조 시기와 축조 방식을 비롯해 고분 주인공(피장자)의 사회적 지위와 성별 등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들을 발견한 건데요.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그 의미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초호화 장신구 무더기 발굴…최상위 왕족 여성?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는 땅속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 덧널을 조성한 뒤 돌을 쌓아 올리는,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입니다. 왕과 왕족들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 대릉원 지구에 인접한 곳에 있는데요. 봉분의 지름이 동서 30.82m, 남북 23.12m로, 신라 고분 가운데 약 33번째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먼저 발굴 현장부터 영상으로 둘러볼까요?


이 고분에서는 고분 주인공이 착장했던 금동관 1점과 금드리개 1쌍, 금귀걸이 1쌍, 가슴걸이 1식, 금ㆍ은 팔찌(12점), 금ㆍ은 반지(10점), 은허리띠 장식(1점) 등 장신구 조합이 한꺼번에 발굴됐습니다.

쪽샘 44호분 고분에서 발굴된 피장자가 착장했던 장신구들.
이는 전형적인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나오는 장신구 양식들인데요. 특히, 가슴걸이는 남색 유리구슬과 달개(금관 따위에 매달아 반짝거리도록 한 얇은 쇠붙이 장식)가 달린 금구슬, 은구슬을 4줄로 엮어 곱은옥을 매달았는데 이러한 형태는 황남대총이나 천마총 같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만 확인된 디자인입니다. 신라는 당시 주변국과 다른 독특한 장신구 착장 방식이 있었다는데요. 전문가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이런 장신구 구성과 재질 등을 고려했을 때 고분의 주인공은 최상층인 왕족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큰 칼이 아닌 은장식 작은 손 칼을 지닌 것으로 봐 여성일 가능성이 큽니다. 출토유물을 기준으로 고분 주인공의 키는 약 150㎝ 전후로 추정되는데 금동관, 귀걸이, 팔찌, 허리띠 장식 등 장신구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은 점도 피장자가 여성일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출토된 금동관의 크기가 작아서 어린아이일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또 장신구들의 형태가 금관총 출토 유물과 유사한 점에 비춰 고분의 축조연대는 5세기 후반으로 추정됩니다.

■ 피장자 여성 추정 고분에서 바둑돌 출토는 '처음'

고분에서 출토된 바둑돌
이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중 유독 눈에 띄는 건 바로 바둑돌입니다. 피장자 발치 아래에 부장된 토기군(土器群) 사이에 200여 점이 모여진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과거에도 신라 시대 바둑돌은 황남대총 남분(243점), 천마총(350점), 금관총(200여 점), 서봉총(2점) 등 최상위 등급의 돌무지덧널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는데요. 이후 시기로 넘어가면 7세기대 굴식돌방무덤(횡혈식석실묘)인 용강동 6호분(170점)에서도 확인됐고, 분황사지에서는 가로ㆍ세로 15줄이 그어진 바둑판 모양의 전돌이 출토되기도 했습니다. 옛 기록에서는 신라의 바둑 문화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바둑돌이 출토된 무덤의 피장자는 모두 남성으로 추정돼 당시 바둑이 남자의 전유물로 이해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피장자는 왕족 여성으로 추정되고 있어 당시 바둑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료로도 기대됩니다.


■ 고분 주인공 생전에 건강 상태 나빴다?

출토된 돌절구와 공이
고분에서는 돌절구와 공이도 확인됐습니다. 돌절구의 크기(높이 13.5cm, 폭 11.5cm)와 함몰부의 용량(약 60ml)으로 볼 때 곡물을 빻는 실질적인 용도라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로 부장됐을 수 있는데요. 약제를 조제하는데 사용한 약용 절구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규산염 광물 중 하나인 운모도 발견됐는데요. 도교(道敎)에서는 운모가 장기간 복용하면 불로장생을 할 수 있는 선약(仙藥)으로 인식됐다고 합니다. 이런 유물들이 고분 주인공의 생전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닐까요? 전문가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또 다른 주목할만한 유물은 비단벌레 장식입니다. 주인공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품 상부에서 수십 점이 확인됐습니다. 비단벌레의 딱지날개 2매를 겹쳐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고, 앞뒤판 둘레를 금동판으로 고정해 만든 장식으로, 크기는 가로‧세로 1.6×3.0cm에 두께는 2㎜ 정도 소형입니다. 신라 고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가 없는 형태와 크기의 장식입니다.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비단벌레 장식은 기존 신라 고분에서도 황남대총 남분, 금관총, 계림로 14호 등 최상위 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어 이번 44호 피장자의 위계를 상징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유물로 판단됩니다.

■ 봉분은 '무지개떡'처럼 다양한 색깔

44호분 발굴조사는 현재 매장주체부에서의 유물 노출까지 진행됐습니다. 그동안 무덤 둘레에 쌓는 돌인 호석 주변에서 제사 흔적과 봉분 성토(흙쌓기)방식, 돌을 쌓아 올린 적석부 구조와 축조방식, 의례 행위 등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축조과정을 세밀하게 밝히고, 고분 구석구석의 구조를 치밀하게 조사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데요. 전문가가 좀 더 쉽게 이번 발굴의 의의를 설명해드립니다.


2014년 처음 발굴 작업에 나설 당시, 44호분 고분 주변에는 수풀이 무성했고 전봇대도 있어 이를 제거하는 작업부터 해야 했다는데요. 그런 만큼 지난 6년간의 발굴 성과는 더욱 값지게 다가옵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고분의 하부구조와 호석, 적석부에 대한 해체조사를 통해 고분 전체의 구조와 축조과정을 완벽히 복원해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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