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설탕물과 시스캔디, 그리고 테슬라…

입력 2020.12.08 (09:02) 수정 2020.12.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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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필요에 따라 이것에서 저것으로 변화하고, 그것들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당화된다"
- 아낙시만드로스, 그리스의 철학자

기억난다. 그때는 '캔디전쟁'이라고 했다. 2년전 테슬라는 위기였다. 버핏이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고, 그러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답게 악담을 쏟아냈다. 자신도 ’캔디회사‘를 만들어 버핏의 ’해자‘를 가득 채워버리겠다고 했다.

2년이 흘러 테슬라는 질주하고 있고, 테슬라의 주가는 테슬라를 추월하고 있다. 주가는 1년 새 10배가 올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버핏이 (뒤늦게라도) 테슬라의 주식을 바구니에 담느냐에 쏠린다. 91살의 현인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테슬라에 투자할까. 이 싸움은 기업의 가치와 투자에 대한 기업인과 투자자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좋아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치보다, 지금 확인된 가치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가치보다 주가가 낮으면 산다. 그래서 애초에 아마존이나 애플 주식도 사지 않았다. 그러니 2030년에 화성에 인구 8만 명이 사는 기지를 만들겠다는 둥, 뇌에 칩을 심어서 뇌파로 병을 고치겠다는 몽상가의 회사에 투자할 리가 있는가.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툭하면 진짜 우주선을 쏴 올린다. 그 우주선은 한번에 60개 정도의 소형위성을 발사하는데 그렇게 만2천여 개 위성을 띄워 하늘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만들겠다고 한다)

차를 좋아하는 내 친구는 몇 해 전 테슬라의 모델 3를 주문했다가 얼마 뒤 취소했다. “생각해보니 그 차가 진짜 나오겠어...?”그리고 얼마 안 돼 월가에선 테슬라가 파산한다는 말이 나왔다. 주문이 넘쳐나는데 모델3를 제때 납품하지 못했다. 컨퍼런스콜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였던 일론 머스크는 몽상가에서 사기꾼으로 변해갔다(나는 당시 우리 시장의 그 차가운 분석들을 기억한다).

그렇게 아이언맨의 꿈은 멈추는 것 같았다. 그해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번지자, 버핏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 테슬라(Tesla)가 대박을 친다. 도로에 부쩍 늘었다. 올해 50만대를 생산한다. 슬그머니 흑자 전환하더니 주가가 치솟는다. 골드만삭스가 그러는데 780달러까지 간단다(지난해 말에 50달러가 채 안됐다).


도요타의 아키오 회장은 "테슬라는 요리법만 가진 가짜 식당이다“ 라고 했었다. 실제 폭스바겐이나 도요타는 1년에 1천만대 이상의 차를 판다. 테슬라는 50만대를 판매한다. 그런데 지금 테슬라 주가는 도요타의 3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35년과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다. 석유로 굴러가는 차는 이제 끝났다. 딱 마차에서 내연기관차로 바뀌던 120년전 분위기다. 아마존이 월마트를 뛰어넘을 때 분위기다(월마트라는 공룡이 아직 살아있나?). 테슬라는 그 선두에 있다. 공교롭게 버핏은 늘 우리가 1900년에 태어났다면 무슨 주식을 샀을까 되돌아보라고 주문했었다.


테슬라는 플랫폼 기업이다. 쉽게 말해 어디든 뻗어 나갈 수 있는 기업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에 대한 거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비가 시간당 30mm 오는데, 도로표지판이 안 보일 경우 레벨 2의 자율주행차가 좌회전 신호를 놓칠 가능성을 숫자로 알고 있다‘

당연히 테슬라는 테슬라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습관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그 운전자의 위험도를 수치화 할 수 있고, 그 수치를 보험료로 환산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해 실제 'Tesla Insurance'를 출시했다. 최대 60%까지 보험료가 저렴하다.

(그래서 버핏에게 미운털이 박혔나? 버핏은 애플의 보험사 GEICO 등 수많은 보험사의 대주주다. 버핏은 한때 ’자동차회사의 보험사가 성공하는 것은 보험사의 자동차 회사가 성공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지구인들이 본격적으로 테슬라를 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서 중국 상하이, 그리고 곧 베를린 공장, 텍사스 공장이 가동된다. 주가는 폭등에 폭등을 거듭한다. 결국 테슬라는 며칠전 시가총액 기준으로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를 제쳤다.(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가 2,5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때, 테슬라의 매출은 250억 달러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버핏은 테슬라를 사버릴 수도 있었다)

일론 머스크의 자산도 버핏을 뛰어넘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엉뚱한 기업가와 진지한 투자자의 싸움은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남아공에서 태어나 자신이 만든 게임을 12살 때 500달러에 게임잡지에 팔았던 이 기업인은 그렇게 91살의 투자자를 뛰어넘었다.

일론 머스크는 워런 버핏을 제치고 세계 4번째 부호가 됐다. 세계 제 1의 부자는 여전히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지만, 이 순위는 빌 게이츠의 천문학적 기부가 있어서 가능했다.일론 머스크는 워런 버핏을 제치고 세계 4번째 부호가 됐다. 세계 제 1의 부자는 여전히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지만, 이 순위는 빌 게이츠의 천문학적 기부가 있어서 가능했다.

버핏은 이제 테슬라에 투자할까? 버핏은 초창기 애플에 투자하지 못한 것을 ’실수‘라고 인정한 적이 있다. 그는 2016년에 결국 애플 주식을 샀다.

그 애플을 만든 스티브잡스(Steve Jobs)는 일론 머스크 보다 더 입이 거칠었다. 83년, 스티브 잡스가 펩시의 존 스컬리부사장을 영입할 때 했다는 그 유명한 말. “언제까지 설탕물만 팔 건가?”펩시보다 더 많이 팔리는 설탕물, 코카콜라의 대주주도 워런 버핏이다. 그는 또다른 투자자로부터 '당뇨와 비만을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설탕물'을 파는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 비판을 받은 이듬해 버핏은 애플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버핏의 품격과 투자원칙을 신뢰한다. 오마하의 현인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경영진을 신뢰할 수 있고, 특히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기업'을 사야한다고 했다. 테슬라는 그 규범집을 완전히 벗어난다.

버핏의 유명한 명언. (눈사람을 잘 만들려면) 습기를 머금은 눈과 긴 언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테슬라는 눈이 없는 곳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투자자들(특히 테슬라 투자비중이 높은 한국의 서학개미들)은 20세기 투자자가 21세기 기업가에게 투자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 버핏은 어떤 결정을 할까. 그가 건강해서 오래오래 이 싸움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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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8 09:02:02
    • 수정2020-12-21 10: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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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필요에 따라 이것에서 저것으로 변화하고, 그것들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당화된다"
- 아낙시만드로스, 그리스의 철학자

기억난다. 그때는 '캔디전쟁'이라고 했다. 2년전 테슬라는 위기였다. 버핏이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고, 그러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답게 악담을 쏟아냈다. 자신도 ’캔디회사‘를 만들어 버핏의 ’해자‘를 가득 채워버리겠다고 했다.

2년이 흘러 테슬라는 질주하고 있고, 테슬라의 주가는 테슬라를 추월하고 있다. 주가는 1년 새 10배가 올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버핏이 (뒤늦게라도) 테슬라의 주식을 바구니에 담느냐에 쏠린다. 91살의 현인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테슬라에 투자할까. 이 싸움은 기업의 가치와 투자에 대한 기업인과 투자자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좋아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치보다, 지금 확인된 가치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가치보다 주가가 낮으면 산다. 그래서 애초에 아마존이나 애플 주식도 사지 않았다. 그러니 2030년에 화성에 인구 8만 명이 사는 기지를 만들겠다는 둥, 뇌에 칩을 심어서 뇌파로 병을 고치겠다는 몽상가의 회사에 투자할 리가 있는가.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툭하면 진짜 우주선을 쏴 올린다. 그 우주선은 한번에 60개 정도의 소형위성을 발사하는데 그렇게 만2천여 개 위성을 띄워 하늘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만들겠다고 한다)

차를 좋아하는 내 친구는 몇 해 전 테슬라의 모델 3를 주문했다가 얼마 뒤 취소했다. “생각해보니 그 차가 진짜 나오겠어...?”그리고 얼마 안 돼 월가에선 테슬라가 파산한다는 말이 나왔다. 주문이 넘쳐나는데 모델3를 제때 납품하지 못했다. 컨퍼런스콜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였던 일론 머스크는 몽상가에서 사기꾼으로 변해갔다(나는 당시 우리 시장의 그 차가운 분석들을 기억한다).

그렇게 아이언맨의 꿈은 멈추는 것 같았다. 그해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번지자, 버핏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 테슬라(Tesla)가 대박을 친다. 도로에 부쩍 늘었다. 올해 50만대를 생산한다. 슬그머니 흑자 전환하더니 주가가 치솟는다. 골드만삭스가 그러는데 780달러까지 간단다(지난해 말에 50달러가 채 안됐다).


도요타의 아키오 회장은 "테슬라는 요리법만 가진 가짜 식당이다“ 라고 했었다. 실제 폭스바겐이나 도요타는 1년에 1천만대 이상의 차를 판다. 테슬라는 50만대를 판매한다. 그런데 지금 테슬라 주가는 도요타의 3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35년과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다. 석유로 굴러가는 차는 이제 끝났다. 딱 마차에서 내연기관차로 바뀌던 120년전 분위기다. 아마존이 월마트를 뛰어넘을 때 분위기다(월마트라는 공룡이 아직 살아있나?). 테슬라는 그 선두에 있다. 공교롭게 버핏은 늘 우리가 1900년에 태어났다면 무슨 주식을 샀을까 되돌아보라고 주문했었다.


테슬라는 플랫폼 기업이다. 쉽게 말해 어디든 뻗어 나갈 수 있는 기업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에 대한 거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비가 시간당 30mm 오는데, 도로표지판이 안 보일 경우 레벨 2의 자율주행차가 좌회전 신호를 놓칠 가능성을 숫자로 알고 있다‘

당연히 테슬라는 테슬라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습관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그 운전자의 위험도를 수치화 할 수 있고, 그 수치를 보험료로 환산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해 실제 'Tesla Insurance'를 출시했다. 최대 60%까지 보험료가 저렴하다.

(그래서 버핏에게 미운털이 박혔나? 버핏은 애플의 보험사 GEICO 등 수많은 보험사의 대주주다. 버핏은 한때 ’자동차회사의 보험사가 성공하는 것은 보험사의 자동차 회사가 성공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지구인들이 본격적으로 테슬라를 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서 중국 상하이, 그리고 곧 베를린 공장, 텍사스 공장이 가동된다. 주가는 폭등에 폭등을 거듭한다. 결국 테슬라는 며칠전 시가총액 기준으로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를 제쳤다.(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가 2,5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때, 테슬라의 매출은 250억 달러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버핏은 테슬라를 사버릴 수도 있었다)

일론 머스크의 자산도 버핏을 뛰어넘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엉뚱한 기업가와 진지한 투자자의 싸움은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남아공에서 태어나 자신이 만든 게임을 12살 때 500달러에 게임잡지에 팔았던 이 기업인은 그렇게 91살의 투자자를 뛰어넘었다.

일론 머스크는 워런 버핏을 제치고 세계 4번째 부호가 됐다. 세계 제 1의 부자는 여전히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지만, 이 순위는 빌 게이츠의 천문학적 기부가 있어서 가능했다.
버핏은 이제 테슬라에 투자할까? 버핏은 초창기 애플에 투자하지 못한 것을 ’실수‘라고 인정한 적이 있다. 그는 2016년에 결국 애플 주식을 샀다.

그 애플을 만든 스티브잡스(Steve Jobs)는 일론 머스크 보다 더 입이 거칠었다. 83년, 스티브 잡스가 펩시의 존 스컬리부사장을 영입할 때 했다는 그 유명한 말. “언제까지 설탕물만 팔 건가?”펩시보다 더 많이 팔리는 설탕물, 코카콜라의 대주주도 워런 버핏이다. 그는 또다른 투자자로부터 '당뇨와 비만을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설탕물'을 파는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 비판을 받은 이듬해 버핏은 애플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버핏의 품격과 투자원칙을 신뢰한다. 오마하의 현인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경영진을 신뢰할 수 있고, 특히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기업'을 사야한다고 했다. 테슬라는 그 규범집을 완전히 벗어난다.

버핏의 유명한 명언. (눈사람을 잘 만들려면) 습기를 머금은 눈과 긴 언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테슬라는 눈이 없는 곳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투자자들(특히 테슬라 투자비중이 높은 한국의 서학개미들)은 20세기 투자자가 21세기 기업가에게 투자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 버핏은 어떤 결정을 할까. 그가 건강해서 오래오래 이 싸움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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