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쓰러지셨어요, 제발 살려주세요”…‘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

입력 2020.12.09 (13:01) 수정 2020.12.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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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되고도 지난 6일부터 나흘째 자택에서 대기 중인 67세 김 모 씨 (사진:가족 제공)

확진되고도 지난 6일부터 나흘째 자택에서 대기 중인 67세 김 모 씨 (사진:가족 제공)

오늘(9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명에 가까워지면서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중환자죠, 위중증 환자가 밤사이 15명이나 늘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부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입원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없어서 자택에 대기하다가 사망했던 코로나19 확진자의 안타까운 사례를 지난 1차 유행 때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 67세 아버지 확진 이어, 어머니·여동생도 확진..."아무 조치 없어"

이런 가운데 KBS에는 '살려달라'는 다급한 제보가 오늘 아침 접수됐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살고 있는 한 남성의 전화였는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주부터 67세의 아버지께서 식사도 못하시고 몸살 기운이 있어서 금요일쯤 선별진료소에 갔어요. 그런데 선별진료소에서는 '딱히 증상이 없고 몸살 기운만 있으니까 (진단)검사 받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안내를 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지시고 급기야 병원에 입원하셔야 할 상태까지 갔는데, 링거라도 맞으려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요즘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지난 6일 일요일에 진단 검사를 받았는데 그날 밤 확진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보건 당국에서 늘 설명하는 것처럼 이 분은 67세, '고령자'이자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게다가 이 남성은 말초신경 치료를 오래도록 받고 있는 환자입니다. 그런데도 확진 당일부터 보건당국을 통해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하루가 지났는데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에 보건소에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이동 동선 파악만 하더라고요.

그러는 새 하루가 지났고, 월요일에 저와 여동생, 64세의 어머니까지 진단 검사를 받았는데 급기야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저만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김 씨의 가족 4명 중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김 씨만 음성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 "나흘째 병상에 못 가...오늘 새벽 결국 쓰러져"

그런데 김 씨가 KBS에 다급히 연락한 이유는 김 씨 아버지가 결국 오늘 새벽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밤에 확진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관련해 보건소에서는 '화요일쯤 병상이 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수요일이에요. 아직 집에 있습니다, 저희 네 식구 모두요. 너무 두렵습니다. 나흘째 병상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어요.

보건소에서는 '기다려라, 어쩔 수 없다'란 말만 반복하고 있어서, 경기도의 병상을 담당하는 사람을 수소문해 그 사람에게 전화해서 오늘 새벽 상황을 말하니 '내 번호는 보건소랑 직접 통화하는 번호니까 전화하지 말고 보건소에 연락하라'고 바로 끊었습니다.

결국, 그냥 또 기다리는 거예요. 이러다 아버지 잘못되시면 어떻게 하죠? 여동생과 어머니도 기침이 심해지고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는데 너무 무섭습니다."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67세 아버지는 나흘째 자택에 대기 중이고, 여동생과 어머니는 사흘째 자택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와중에 당국에서는 유일하게 음성 판정을 받은 아들 김 씨를 위해서 '내일 구호물품을 보내주겠다'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김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제가 먹고 살 것, 자가격리하는 걸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 확진 판정받은 우리 가족들 좀 어떻게 해달라고요!"

급기야 김 씨는 <월요일 가족들 검사. 어머니랑 여동생 점점 기침 잦아지고>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올리며 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 확인해 보니 "확진자 급증...경기도 내 생활치료센터, 병원 꽉 차"

실제로 병상이 없어서 대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그럼 다른 조치 방법은 없는지 취재진이 관할 보건소에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시 보건 당국 관계자는 "병상 배정은 도에서 일괄합니다. 저희가 병상 배정요청은 확진 당일 오전 중에 바로 요청해요. 그런데 확진자가 너무 폭발적이다 보니까... 그런데 이렇게 말씀을 드려도 병상 배정이 안 돼요. 병상이 없어요. 생활치료센터든 병원이든 배정이 안 돼요. 경기도 내 모두 꽉 찼어요."

병상으로 옮기거나 생활치료센터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에 가서 관리해줄 방법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보건 관계자는 "현재는 없습니다. 지금 실정은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수도권 병상이 현재 10여 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는 컨테이너 병상이라도 부랴부랴 만들고 있습니다.

위중증 환자용 병상뿐만 아니라 생활치료센터도 꽉 찬 지자체가 있다니, 이제는 경증 환자를 관리하는 곳도 모자랄 판입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병명의 환자 치료로 상황이 여의치 않겠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 병상 분담률을 높이는 방안이나 전국 모든 지자체가 병상 상황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다시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취재를 하는 도중 수화기 너머로는 아파하는 67세 아버지의 음성과, 어찌할 줄 몰라 울고 있는 또 다른 가족의 음성이 계속 들려왔습니다.

아래는 김 씨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빠른 조치가 취해지길 바랍니다.

"지난 토요일에 검사를 받고 일요일에 확진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병상 부족을 이유로 아무 대처도 없이 집에서 그냥 '방치' 중입니다. 어떠한 치료도 못 받고 집에서 계속 대기 중 입니다.
저희 어머니와 동생도 월요일 저녁에 확진 연락 받았습니다.
저만 지금 음성 판정이고 모두 같은 집에서 대기 중입니다. 어머님도 동생도 기침이 점점 잦아지고 있는데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오늘 새벽에 몇번 쓰러지시고 다들 방문을 닫고 있으니 쓰러지셨는지도 몰랐습니다.
아무리 가족이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계속 지켜보고 있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도저히 안됩니다.
안산시 OOO 보건소 에서는 확진자 관리 시설이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료 무조건 '기다려라' 이 말 뿐입니다.
와서 환자 상태를 보거나 어떠한 조치도 없이 그냥 계속 기다리는 중입니다. 믿고 기다려보려고 했는데 계속 기다리다가 아버지 더 위독해지시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건지 너무 답답합니다.
제발 빠른 대처 부탁드립니다.
누가 문제인건지 어느 선에서 일처리를 느긋하게 하고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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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쓰러지셨어요, 제발 살려주세요”…‘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
    • 입력 2020-12-09 13:01:17
    • 수정2020-12-11 16:34:29
    취재K

확진되고도 지난 6일부터 나흘째 자택에서 대기 중인 67세 김 모 씨 (사진:가족 제공)

오늘(9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명에 가까워지면서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중환자죠, 위중증 환자가 밤사이 15명이나 늘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부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입원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없어서 자택에 대기하다가 사망했던 코로나19 확진자의 안타까운 사례를 지난 1차 유행 때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 67세 아버지 확진 이어, 어머니·여동생도 확진..."아무 조치 없어"

이런 가운데 KBS에는 '살려달라'는 다급한 제보가 오늘 아침 접수됐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살고 있는 한 남성의 전화였는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주부터 67세의 아버지께서 식사도 못하시고 몸살 기운이 있어서 금요일쯤 선별진료소에 갔어요. 그런데 선별진료소에서는 '딱히 증상이 없고 몸살 기운만 있으니까 (진단)검사 받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안내를 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지시고 급기야 병원에 입원하셔야 할 상태까지 갔는데, 링거라도 맞으려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요즘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지난 6일 일요일에 진단 검사를 받았는데 그날 밤 확진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보건 당국에서 늘 설명하는 것처럼 이 분은 67세, '고령자'이자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게다가 이 남성은 말초신경 치료를 오래도록 받고 있는 환자입니다. 그런데도 확진 당일부터 보건당국을 통해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하루가 지났는데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에 보건소에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이동 동선 파악만 하더라고요.

그러는 새 하루가 지났고, 월요일에 저와 여동생, 64세의 어머니까지 진단 검사를 받았는데 급기야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저만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김 씨의 가족 4명 중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김 씨만 음성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 "나흘째 병상에 못 가...오늘 새벽 결국 쓰러져"

그런데 김 씨가 KBS에 다급히 연락한 이유는 김 씨 아버지가 결국 오늘 새벽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밤에 확진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관련해 보건소에서는 '화요일쯤 병상이 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수요일이에요. 아직 집에 있습니다, 저희 네 식구 모두요. 너무 두렵습니다. 나흘째 병상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어요.

보건소에서는 '기다려라, 어쩔 수 없다'란 말만 반복하고 있어서, 경기도의 병상을 담당하는 사람을 수소문해 그 사람에게 전화해서 오늘 새벽 상황을 말하니 '내 번호는 보건소랑 직접 통화하는 번호니까 전화하지 말고 보건소에 연락하라'고 바로 끊었습니다.

결국, 그냥 또 기다리는 거예요. 이러다 아버지 잘못되시면 어떻게 하죠? 여동생과 어머니도 기침이 심해지고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는데 너무 무섭습니다."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67세 아버지는 나흘째 자택에 대기 중이고, 여동생과 어머니는 사흘째 자택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와중에 당국에서는 유일하게 음성 판정을 받은 아들 김 씨를 위해서 '내일 구호물품을 보내주겠다'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김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제가 먹고 살 것, 자가격리하는 걸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 확진 판정받은 우리 가족들 좀 어떻게 해달라고요!"

급기야 김 씨는 <월요일 가족들 검사. 어머니랑 여동생 점점 기침 잦아지고>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올리며 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 확인해 보니 "확진자 급증...경기도 내 생활치료센터, 병원 꽉 차"

실제로 병상이 없어서 대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그럼 다른 조치 방법은 없는지 취재진이 관할 보건소에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시 보건 당국 관계자는 "병상 배정은 도에서 일괄합니다. 저희가 병상 배정요청은 확진 당일 오전 중에 바로 요청해요. 그런데 확진자가 너무 폭발적이다 보니까... 그런데 이렇게 말씀을 드려도 병상 배정이 안 돼요. 병상이 없어요. 생활치료센터든 병원이든 배정이 안 돼요. 경기도 내 모두 꽉 찼어요."

병상으로 옮기거나 생활치료센터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에 가서 관리해줄 방법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보건 관계자는 "현재는 없습니다. 지금 실정은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수도권 병상이 현재 10여 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는 컨테이너 병상이라도 부랴부랴 만들고 있습니다.

위중증 환자용 병상뿐만 아니라 생활치료센터도 꽉 찬 지자체가 있다니, 이제는 경증 환자를 관리하는 곳도 모자랄 판입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병명의 환자 치료로 상황이 여의치 않겠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 병상 분담률을 높이는 방안이나 전국 모든 지자체가 병상 상황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다시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취재를 하는 도중 수화기 너머로는 아파하는 67세 아버지의 음성과, 어찌할 줄 몰라 울고 있는 또 다른 가족의 음성이 계속 들려왔습니다.

아래는 김 씨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빠른 조치가 취해지길 바랍니다.

"지난 토요일에 검사를 받고 일요일에 확진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병상 부족을 이유로 아무 대처도 없이 집에서 그냥 '방치' 중입니다. 어떠한 치료도 못 받고 집에서 계속 대기 중 입니다.
저희 어머니와 동생도 월요일 저녁에 확진 연락 받았습니다.
저만 지금 음성 판정이고 모두 같은 집에서 대기 중입니다. 어머님도 동생도 기침이 점점 잦아지고 있는데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오늘 새벽에 몇번 쓰러지시고 다들 방문을 닫고 있으니 쓰러지셨는지도 몰랐습니다.
아무리 가족이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계속 지켜보고 있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도저히 안됩니다.
안산시 OOO 보건소 에서는 확진자 관리 시설이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료 무조건 '기다려라' 이 말 뿐입니다.
와서 환자 상태를 보거나 어떠한 조치도 없이 그냥 계속 기다리는 중입니다. 믿고 기다려보려고 했는데 계속 기다리다가 아버지 더 위독해지시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건지 너무 답답합니다.
제발 빠른 대처 부탁드립니다.
누가 문제인건지 어느 선에서 일처리를 느긋하게 하고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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