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갈이’로 고가 와인 만 원에 ‘꿀꺽’

입력 2020.12.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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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있는 계산대에서도 결제를 시도하는 남성 (제공=부산경찰청)직원이 있는 계산대에서도 결제를 시도하는 남성 (제공=부산경찰청)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해부터 고급 와인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재고가 계속 맞지 않았는데, 유독 20만 원 안팎의 고가 와인이 모자랐습니다. 반대로 팔려나간 저가 와인은 재고가 남았습니다.

저가의 와인을 팔고도 진열대에서 사라진 건 고가의 와인. 어떻게 된 일일까요? 마트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저가 와인 가격표 떼어 내 고급 와인병에

매장 CCTV를 살펴보던 경찰의 눈에 들어온 건 한 30대 남성입니다. 진열대 주변을 서성이던 이 남성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와인병에 붙입니다. 그리고는 와인을 가지고 곧장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이 와인병에 붙인 종이의 정체는 '가격표'였습니다.

평소 와인을 즐기지만, 고가 제품은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 남성. 우연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저가 와인의 가격표가 햇빛에 노출돼 접착면이 떨어진 걸 발견했습니다. 문득 이 가격표를 다른 와인 제품에 붙이면 계산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남성은 마트로 향했고, 고가의 와인병에 미리 준비해 간 1만5천 원짜리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무인 계산대에서 이 와인을 계산합니다. 고급 와인이 저가 와인으로 둔갑하는 순간입니다.

대담해진 남성은 판매원이 있는 계산대에도 결제를 시도했습니다. 이곳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직원들이 바쁘게 계산하고 넘어가다보니 제대로 확인이 안 된 겁니다.

저가 와인병에서 떼어 낸 가격표 붙인 고급 와인 (제공=부산경찰청)저가 와인병에서 떼어 낸 가격표 붙인 고급 와인 (제공=부산경찰청)

■마트 5곳 돌며 260만 원 상당 와인 훔쳐

'가짜 가격표'로도 어떻게 계산이 가능했던 걸까. 가격표에는 상품의 고유 번호가 아닌 금액 정보만이 표시됐기 때문입니다. 바코드를 찍으면 금액만 책정되는 방식입니다.

이런 허점을 노린 남성은 지난해 9월부터 경남과 부산 일대의 특정 대형마트 5곳을 돌며 19병의 와인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가격만 260만 원에 달합니다.

마트 진열대의 와인 재고가 맞지 않아 결국 덜미가 잡힌 남성. 경찰이 이 남성의 집을 찾았을 땐 훔친 19병 중 8병은 마신 뒤였습니다. 어디에 팔지도 않고 오로지 '마시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경찰은 이 와인 애호가(?)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고급 와인 11병을 압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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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표 갈이’로 고가 와인 만 원에 ‘꿀꺽’
    • 입력 2020-12-09 13:15:52
    취재K
직원이 있는 계산대에서도 결제를 시도하는 남성 (제공=부산경찰청)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해부터 고급 와인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재고가 계속 맞지 않았는데, 유독 20만 원 안팎의 고가 와인이 모자랐습니다. 반대로 팔려나간 저가 와인은 재고가 남았습니다.

저가의 와인을 팔고도 진열대에서 사라진 건 고가의 와인. 어떻게 된 일일까요? 마트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저가 와인 가격표 떼어 내 고급 와인병에

매장 CCTV를 살펴보던 경찰의 눈에 들어온 건 한 30대 남성입니다. 진열대 주변을 서성이던 이 남성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와인병에 붙입니다. 그리고는 와인을 가지고 곧장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이 와인병에 붙인 종이의 정체는 '가격표'였습니다.

평소 와인을 즐기지만, 고가 제품은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 남성. 우연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저가 와인의 가격표가 햇빛에 노출돼 접착면이 떨어진 걸 발견했습니다. 문득 이 가격표를 다른 와인 제품에 붙이면 계산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남성은 마트로 향했고, 고가의 와인병에 미리 준비해 간 1만5천 원짜리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무인 계산대에서 이 와인을 계산합니다. 고급 와인이 저가 와인으로 둔갑하는 순간입니다.

대담해진 남성은 판매원이 있는 계산대에도 결제를 시도했습니다. 이곳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직원들이 바쁘게 계산하고 넘어가다보니 제대로 확인이 안 된 겁니다.

저가 와인병에서 떼어 낸 가격표 붙인 고급 와인 (제공=부산경찰청)
■마트 5곳 돌며 260만 원 상당 와인 훔쳐

'가짜 가격표'로도 어떻게 계산이 가능했던 걸까. 가격표에는 상품의 고유 번호가 아닌 금액 정보만이 표시됐기 때문입니다. 바코드를 찍으면 금액만 책정되는 방식입니다.

이런 허점을 노린 남성은 지난해 9월부터 경남과 부산 일대의 특정 대형마트 5곳을 돌며 19병의 와인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가격만 260만 원에 달합니다.

마트 진열대의 와인 재고가 맞지 않아 결국 덜미가 잡힌 남성. 경찰이 이 남성의 집을 찾았을 땐 훔친 19병 중 8병은 마신 뒤였습니다. 어디에 팔지도 않고 오로지 '마시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경찰은 이 와인 애호가(?)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고급 와인 11병을 압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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