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만원 VS 96만원…55만원이 가른 기소 여부

입력 2020.12.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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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8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사 술 접대 의혹'을 수사해 술자리가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술 접대를 받은 검사 1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술 접대를 받은 검사는 3명이었는데, 3명 중 2명은 불기소 처분되고 검사 1명만 기소한 겁니다.

기소되지 않은 검사 2명은 술자리에서 일찍 나온 덕에 접대 받은 비용이 줄어들면서 기소를 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관기사 : “‘검사 술접대’는 있었다”…현직 검사 등 3명 기소

■114.5만 원 VS 96.2만 원…기소 여부 가른 추가비용 55만원

지난해 7월 18일, 서울 강남구 한 유흥주점에서 밤 9시 30분에 시작된 술자리는 다음날 1시가 돼서야 끝났습니다. 검찰이 영수증을 통해 확인한 이 날 술값은 536만 원.

접대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현직 검사 3명과 술값을 낸 김봉현 회장, 자리를 주선한 검찰 출신 이주형 변호사까지 총 5명이었습니다.

모두가 끝까지 있었다면 인당 접대비는 술값 총액을 5로 나눠 나오는 107만 2천 원이 됩니다.

하지만 접대받은 검사 3명 중 2명은 밤 11시 전에 술자리를 빠져나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이 떠난 뒤 밴드비용, 유흥접객원 추가비용 등이 55만 원의 술값이 추가됐습니다. 전체 술값 536만 원 중 55만 원은 검사 1명과 김 전 회장, 이 변호사의 술값에만 계산돼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이를 따져 계산해보니 기소된 A 부부장검사의 접대 비용으로 산정된 금액은 114만 5천 원이었습니다. 백만 원을 넘어 직무관련성 여부에 관계없이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됩니다.
집에 일찍 간 검사 2명의 접대 비용은술값 총액 536만 원에서 추가비용 55만 원을 뺀 481만 원을 5로 나눠서 나온 96만 2천 원, 백만 원 이하가 돼 기소를 면했습니다. 4만 원 차이가 운명을 가른 셈입니다.

이들에 대해 검찰은 감찰을 통해 내부 징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기소는 면했다고 하지만 부적절한 술자리에 참석했던 것이 확인된다면 무거운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봉현이 양복값 부풀려"…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의혹들

검찰은 어제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전 회장이 제기한 다양한 의혹들에 대한 수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제기한 '검사 술접대 은폐 의혹', '정관계 로비 관련 회유, 협박 의혹' 등은 담당 검사, 당시 변호인 등을 조사했지만, 의혹을 인정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정관계 로비 수사를 진행하며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이른바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김 전 회장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은 대부분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변호인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김 전 회장이 2016년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선물했다고 알려진 양복의 경우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양복값을 천만 원으로 진술하도록 유도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수사 과정을 확인해보니 반대로 양복 비용을 부풀린 건 김 전 회장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회장이 천만 원의 양복비용을 주장했지만, 수사팀은 당시 양복을 맞춘 재단사와 김 전 회장 지인 진술 등을 통해 양복비용을 200만~250만 원으로 특정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거짓말을 유도했다고 했지만, 수사팀이 확인한 결과 거짓말을 한 건 김 전 회장이었다는 겁니다.

■윤갑근 구속영장 청구…라임 로비 의혹 정치인 수사는 진행 중

김 전 회장이 제기한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정관계 로비 수사 등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어제 라임자산운용 투자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우리은행을 상대로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지급 후 우리은행 행장 등에 로비가 이뤄졌고, 면담 시 얘기했음에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이미 다른 피의자에게 진술받은 내용을 토대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야당 정치인이 윤 도당위원장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4일에는 우리은행 본점과 윤 도당위원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검찰은 어제 술접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사건도 현재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회장이 과거 검찰 조사에서 기 의원 측에 현금과 양복을 건넸다고 진술하고, 전·현직 정치인들의 필리핀 여행에 리조트 숙박비를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된 수사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찰은 지난 10월 기 의원과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등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기 의원 등은 2016년에 만났던 일이고, 라임 펀드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며 로비 의혹을 부정하는 입장을 내비친 데다, 정치인 로비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라고 지시했다는 김 전 회장의 과거 대화 등이 공개되면서 김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트리고 있어 정관계 로비 수사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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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5만원 VS 96만원…55만원이 가른 기소 여부
    • 입력 2020-12-09 14:31:17
    취재K

검찰이 어제(8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사 술 접대 의혹'을 수사해 술자리가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술 접대를 받은 검사 1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술 접대를 받은 검사는 3명이었는데, 3명 중 2명은 불기소 처분되고 검사 1명만 기소한 겁니다.

기소되지 않은 검사 2명은 술자리에서 일찍 나온 덕에 접대 받은 비용이 줄어들면서 기소를 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관기사 : “‘검사 술접대’는 있었다”…현직 검사 등 3명 기소

■114.5만 원 VS 96.2만 원…기소 여부 가른 추가비용 55만원

지난해 7월 18일, 서울 강남구 한 유흥주점에서 밤 9시 30분에 시작된 술자리는 다음날 1시가 돼서야 끝났습니다. 검찰이 영수증을 통해 확인한 이 날 술값은 536만 원.

접대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현직 검사 3명과 술값을 낸 김봉현 회장, 자리를 주선한 검찰 출신 이주형 변호사까지 총 5명이었습니다.

모두가 끝까지 있었다면 인당 접대비는 술값 총액을 5로 나눠 나오는 107만 2천 원이 됩니다.

하지만 접대받은 검사 3명 중 2명은 밤 11시 전에 술자리를 빠져나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이 떠난 뒤 밴드비용, 유흥접객원 추가비용 등이 55만 원의 술값이 추가됐습니다. 전체 술값 536만 원 중 55만 원은 검사 1명과 김 전 회장, 이 변호사의 술값에만 계산돼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이를 따져 계산해보니 기소된 A 부부장검사의 접대 비용으로 산정된 금액은 114만 5천 원이었습니다. 백만 원을 넘어 직무관련성 여부에 관계없이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됩니다.
집에 일찍 간 검사 2명의 접대 비용은술값 총액 536만 원에서 추가비용 55만 원을 뺀 481만 원을 5로 나눠서 나온 96만 2천 원, 백만 원 이하가 돼 기소를 면했습니다. 4만 원 차이가 운명을 가른 셈입니다.

이들에 대해 검찰은 감찰을 통해 내부 징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기소는 면했다고 하지만 부적절한 술자리에 참석했던 것이 확인된다면 무거운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봉현이 양복값 부풀려"…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의혹들

검찰은 어제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전 회장이 제기한 다양한 의혹들에 대한 수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제기한 '검사 술접대 은폐 의혹', '정관계 로비 관련 회유, 협박 의혹' 등은 담당 검사, 당시 변호인 등을 조사했지만, 의혹을 인정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정관계 로비 수사를 진행하며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이른바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김 전 회장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은 대부분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변호인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김 전 회장이 2016년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선물했다고 알려진 양복의 경우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양복값을 천만 원으로 진술하도록 유도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수사 과정을 확인해보니 반대로 양복 비용을 부풀린 건 김 전 회장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회장이 천만 원의 양복비용을 주장했지만, 수사팀은 당시 양복을 맞춘 재단사와 김 전 회장 지인 진술 등을 통해 양복비용을 200만~250만 원으로 특정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거짓말을 유도했다고 했지만, 수사팀이 확인한 결과 거짓말을 한 건 김 전 회장이었다는 겁니다.

■윤갑근 구속영장 청구…라임 로비 의혹 정치인 수사는 진행 중

김 전 회장이 제기한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정관계 로비 수사 등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어제 라임자산운용 투자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우리은행을 상대로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지급 후 우리은행 행장 등에 로비가 이뤄졌고, 면담 시 얘기했음에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이미 다른 피의자에게 진술받은 내용을 토대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야당 정치인이 윤 도당위원장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4일에는 우리은행 본점과 윤 도당위원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검찰은 어제 술접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사건도 현재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회장이 과거 검찰 조사에서 기 의원 측에 현금과 양복을 건넸다고 진술하고, 전·현직 정치인들의 필리핀 여행에 리조트 숙박비를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된 수사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찰은 지난 10월 기 의원과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등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기 의원 등은 2016년에 만났던 일이고, 라임 펀드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며 로비 의혹을 부정하는 입장을 내비친 데다, 정치인 로비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라고 지시했다는 김 전 회장의 과거 대화 등이 공개되면서 김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트리고 있어 정관계 로비 수사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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