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까지 손 뻗친 서울 큰손…마구잡이 주거시설 전환

입력 2020.12.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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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 아파트나 다름없는 '생활형 숙박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주로 영업이 여의치 않은 모텔이나 호텔 등 숙박업소가 부동산 개발업체의 타겟이 돼 생활형 숙박시설로 개발이 추진돼 왔는데요. 이제 이들은 해운대 일대 소규모 오피스텔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돈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들여 개발 시도

호텔과 모텔이 다닥다닥 들어선 해운대 해수욕장 뒷골목. 관광객들로 활기를 띄던 모습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영업이 어려워진 모텔 주인들을 만나 있는대로 건물을 사들였습니다. 모텔 주인은 장사가 안 되는 건물을 팔아서 좋고, 업체는 건물을 사들여 개발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이런 거래가 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모텔을 사들이던 서울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이번에는 오피스텔 매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오피스텔은 최근 소유주 80% 이상의 찬성으로 재건축이 결정됐는데, 해당 부동산 개발업체가 전체 47가구 중 45가구를 샀습니다. 이 업체는 건물을 허물고 42층 규모 생활형 숙박시설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부동산 개발업체는 계획한 땅에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데는 다 접촉을 한다. 단독 주택이든 오피스텔이든 연립주택이든. 땅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축법 개정으로 100% 동의 없이도 재건축 가능

주인 한 사람과 거래하면 되는 숙박업소와 달리 오피스텔은 소유주가 여러명으로 나뉘어 있어 매입 절차가 비교적 까다롭습니다. 해당 오피스텔 전체 가구 중 2가구는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요. 부동산 개발업체는 이와 상관없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소유주 80% 이상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집합건물법상 '매도 청구권'을 행사해 반대 소유주들의 집을 시가에 사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반대하는 소유주가 있더라도 재건축 허가까지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원래 소유주 100% 의 동의가 있어야 했지만, 건물 소유주 80% 이상만 동의해도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입법 과정을 거쳐 이런 내용이 담긴 건축법 개정안을 내년 6월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노후 건물 재건축 촉진 위한 규제 완화, '부동산 쇼핑'에 악용

오피스텔 재개발에 반대하는 소유주는 이대로 집을 빼앗길까 불안합니다. 소유주는 "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앉아서 당하고만 있다. 앞으로 개발업자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땅을 가져가 버리면, 우리는 80% 이상 동의만 생기면 그냥 빼앗기게 되는 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건축허가 요건을 완화해 오래된 건물의 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들이 이처럼 개발업체들의 '부동산 쇼핑'에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안일규 부산경남 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생활형 숙박시설은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한데, 이번 법 개정으로 오히려 개발이 쉬워져 생활형 숙박시설이 난립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피스텔을 사들인 부동산 개발업체 측은 법적인 요건을 갖춰 오피스텔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는 이제 오피스텔까지 사실상 주거시설로 마구잡이로 전환할 위기입니다.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규제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지 않는다면 법과 제도의 허점을 노린 이런 난개발은 계속될 것입니다.

[연관기사] 소형 오피스텔까지 싹쓸이…“막을 방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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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스텔까지 손 뻗친 서울 큰손…마구잡이 주거시설 전환
    • 입력 2020-12-09 15:02:33
    취재K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 아파트나 다름없는 '생활형 숙박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주로 영업이 여의치 않은 모텔이나 호텔 등 숙박업소가 부동산 개발업체의 타겟이 돼 생활형 숙박시설로 개발이 추진돼 왔는데요. 이제 이들은 해운대 일대 소규모 오피스텔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돈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들여 개발 시도

호텔과 모텔이 다닥다닥 들어선 해운대 해수욕장 뒷골목. 관광객들로 활기를 띄던 모습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영업이 어려워진 모텔 주인들을 만나 있는대로 건물을 사들였습니다. 모텔 주인은 장사가 안 되는 건물을 팔아서 좋고, 업체는 건물을 사들여 개발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이런 거래가 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모텔을 사들이던 서울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이번에는 오피스텔 매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오피스텔은 최근 소유주 80% 이상의 찬성으로 재건축이 결정됐는데, 해당 부동산 개발업체가 전체 47가구 중 45가구를 샀습니다. 이 업체는 건물을 허물고 42층 규모 생활형 숙박시설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부동산 개발업체는 계획한 땅에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데는 다 접촉을 한다. 단독 주택이든 오피스텔이든 연립주택이든. 땅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축법 개정으로 100% 동의 없이도 재건축 가능

주인 한 사람과 거래하면 되는 숙박업소와 달리 오피스텔은 소유주가 여러명으로 나뉘어 있어 매입 절차가 비교적 까다롭습니다. 해당 오피스텔 전체 가구 중 2가구는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요. 부동산 개발업체는 이와 상관없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소유주 80% 이상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집합건물법상 '매도 청구권'을 행사해 반대 소유주들의 집을 시가에 사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반대하는 소유주가 있더라도 재건축 허가까지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원래 소유주 100% 의 동의가 있어야 했지만, 건물 소유주 80% 이상만 동의해도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입법 과정을 거쳐 이런 내용이 담긴 건축법 개정안을 내년 6월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노후 건물 재건축 촉진 위한 규제 완화, '부동산 쇼핑'에 악용

오피스텔 재개발에 반대하는 소유주는 이대로 집을 빼앗길까 불안합니다. 소유주는 "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앉아서 당하고만 있다. 앞으로 개발업자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땅을 가져가 버리면, 우리는 80% 이상 동의만 생기면 그냥 빼앗기게 되는 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건축허가 요건을 완화해 오래된 건물의 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들이 이처럼 개발업체들의 '부동산 쇼핑'에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안일규 부산경남 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생활형 숙박시설은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한데, 이번 법 개정으로 오히려 개발이 쉬워져 생활형 숙박시설이 난립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피스텔을 사들인 부동산 개발업체 측은 법적인 요건을 갖춰 오피스텔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는 이제 오피스텔까지 사실상 주거시설로 마구잡이로 전환할 위기입니다.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규제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지 않는다면 법과 제도의 허점을 노린 이런 난개발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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