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협조’ 뒤엎고 文대통령 공약도 저버린 민주당…왜?

입력 2020.12.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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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문제를 놓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가격이나 입찰 담합 행위 등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검찰도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당초 정부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이었고, 이는 국회 정무위 안건조정위에서도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 안을 전체회의에서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유지'로 뒤집은 겁니다.

안건조정위 처리 과정에서 '협조'했던 정의당은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민주 3명, 국민의힘 2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여당 손을 들어줬는데도, 법안 바꿔치기를 당한 셈이 됐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이 뒤통수를 맞았다', 정의당의 오늘 논평 제목입니다.


■ "여기서 거짓말로 통과시켜놓고 나중에 수정?…사기친 것"

공정거래법에 대한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의 결론은 '전속고발권 폐지'였습니다. 공정위 뿐 아니라 검찰에게도 고발 권한을 부여해 기업 감시를 더 확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한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을 발의하기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안건조정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속고발권 존속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고발권을 그대로 현행 유지하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내서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건조정위니까 결론이 나도 전체회의에서 수정해 가결할 수 있다"면서 안건조정위 의결을 뒤집었습니다.

이에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여당 간사가 사기치는 거다. 여기서 3:3이 나오면 법안이 다시 소위로 가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 거짓말로 통과시켜놓고 나중에 자기들이 숫자 많으니까 수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습니다. 배진교 의원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배 의원은 "안건조정위에서 처리된 안건과 무관하게 공정거래법은 안건위에서 실제로 다루지 않은 전속고발권 유지가 수정안으로 담겼다"면서 "수정안은 철회돼야 한다.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석했던 의원 한 사람으로서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켰고, 수정안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공정거래법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그룹법, 사회적참사법 등 다른 쟁점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캐스팅 보트'를 쥔 배 의원의 찬성표가 필요했던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의 결론을 스스로 뒤집은 것입니다. 아울러 민주당의 오랜 공약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스스로 저버린 셈이 됐습니다.


■ 정의당, "문 대통령 뒤통수도 내리친 것"…민주당 항의방문도

안건조정위 '캐스팅보터'로서 민주당의 신속한 법안 처리에 협조했던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장태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속이려고 덤벼드는 자들의 간교함의 극치를 보았다"며 "국회사에 전례없는 민주당의 뒤집기 신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 대변인은 특히 "민주당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뒤통수도 내리친 것"이라며 "문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김종철 대표 역시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시쳇말로 *아치(양아치)가 아니면 이럴 수가 있는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탄식했습니다.

정무위에 참석했던 배 의원 역시 오늘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공정거래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를 유지함으로 인해서 민주당이 이야기했던 공정경제 3법 취지가 완전히 퇴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항의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그 문제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말했다고, 강 원내대표는 전했습니다.

■ 민주당, 스스로 공약 뒤집은 이유는?…재계 우려? '尹 검찰' 우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정무위에 상정되기 전부터 민주당 안에선 '전속고발권 폐지→유지'로 입장을 선회할 것이란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는 재계의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정위 조사에 더해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면 기업이 정상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경영계는 이같은 우려를 꾸준히 국회에 전달해왔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안에선 다른 이유가 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의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결국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건데, 이는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당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겁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 검찰을 보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검찰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업을 검찰 손에 넘긴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잘 하면 되지 검찰 손에 넘기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도 했습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과 재계의 유착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겉으론 경제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모양새지만 실제론 검찰개혁의 연장선이란 얘기입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개혁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로 인해 경제개혁은 후퇴해도 괜찮은 건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더구나 자신들이 스스로 내걸었던 경제개혁 공약을 저버린 건, 설명이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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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당 ‘협조’ 뒤엎고 文대통령 공약도 저버린 민주당…왜?
    • 입력 2020-12-09 17:17:32
    취재K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문제를 놓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가격이나 입찰 담합 행위 등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검찰도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당초 정부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이었고, 이는 국회 정무위 안건조정위에서도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 안을 전체회의에서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유지'로 뒤집은 겁니다.

안건조정위 처리 과정에서 '협조'했던 정의당은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민주 3명, 국민의힘 2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여당 손을 들어줬는데도, 법안 바꿔치기를 당한 셈이 됐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이 뒤통수를 맞았다', 정의당의 오늘 논평 제목입니다.


■ "여기서 거짓말로 통과시켜놓고 나중에 수정?…사기친 것"

공정거래법에 대한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의 결론은 '전속고발권 폐지'였습니다. 공정위 뿐 아니라 검찰에게도 고발 권한을 부여해 기업 감시를 더 확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한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을 발의하기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안건조정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속고발권 존속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고발권을 그대로 현행 유지하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내서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건조정위니까 결론이 나도 전체회의에서 수정해 가결할 수 있다"면서 안건조정위 의결을 뒤집었습니다.

이에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여당 간사가 사기치는 거다. 여기서 3:3이 나오면 법안이 다시 소위로 가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 거짓말로 통과시켜놓고 나중에 자기들이 숫자 많으니까 수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습니다. 배진교 의원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배 의원은 "안건조정위에서 처리된 안건과 무관하게 공정거래법은 안건위에서 실제로 다루지 않은 전속고발권 유지가 수정안으로 담겼다"면서 "수정안은 철회돼야 한다.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석했던 의원 한 사람으로서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켰고, 수정안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공정거래법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그룹법, 사회적참사법 등 다른 쟁점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캐스팅 보트'를 쥔 배 의원의 찬성표가 필요했던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의 결론을 스스로 뒤집은 것입니다. 아울러 민주당의 오랜 공약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스스로 저버린 셈이 됐습니다.


■ 정의당, "문 대통령 뒤통수도 내리친 것"…민주당 항의방문도

안건조정위 '캐스팅보터'로서 민주당의 신속한 법안 처리에 협조했던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장태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속이려고 덤벼드는 자들의 간교함의 극치를 보았다"며 "국회사에 전례없는 민주당의 뒤집기 신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 대변인은 특히 "민주당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뒤통수도 내리친 것"이라며 "문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김종철 대표 역시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시쳇말로 *아치(양아치)가 아니면 이럴 수가 있는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탄식했습니다.

정무위에 참석했던 배 의원 역시 오늘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공정거래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를 유지함으로 인해서 민주당이 이야기했던 공정경제 3법 취지가 완전히 퇴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항의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그 문제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말했다고, 강 원내대표는 전했습니다.

■ 민주당, 스스로 공약 뒤집은 이유는?…재계 우려? '尹 검찰' 우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정무위에 상정되기 전부터 민주당 안에선 '전속고발권 폐지→유지'로 입장을 선회할 것이란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는 재계의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정위 조사에 더해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면 기업이 정상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경영계는 이같은 우려를 꾸준히 국회에 전달해왔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안에선 다른 이유가 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의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결국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건데, 이는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당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겁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 검찰을 보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검찰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업을 검찰 손에 넘긴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잘 하면 되지 검찰 손에 넘기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도 했습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과 재계의 유착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겉으론 경제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모양새지만 실제론 검찰개혁의 연장선이란 얘기입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개혁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로 인해 경제개혁은 후퇴해도 괜찮은 건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더구나 자신들이 스스로 내걸었던 경제개혁 공약을 저버린 건, 설명이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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