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조두순’들에게 ‘화학적 거세’가 해법인가?

입력 2020.12.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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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에 대해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성 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조두순의 '화학적 거세', 가능한 일인지 따져봤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이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고 자기 과시형이라고 진단한 조두순 개인에 대한 보도보다는 사회적 이슈인 성범죄자들의 재범 방지를 위한 제도로써 '화학적 거세'는 유효한지,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 2011년 성 충동 약물치료 관련법 도입…조두순, 해당 X

조두순의 대법원 판결은 2009년에 이뤄졌고요. 성 충동 약물치료 제도를 담은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성 충동 약물치료법)은 2011년에 시행됐습니다. 이에 따라 현행법을 적용해 조두순에게 '화학적 거세'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판결 당시에 치료감호 명령이 있었다면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를 거쳐 약물치료도 가능하지만, 당시 법원은 치료감호 명령을 하지 않았고요.

현행법은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명령할 수 있는데요. 선고 때 명령이 포함되지 않았던 수형자에게 적용하려면 요건이 좀 더 까다로워집니다.

재범 위험성에 대한 전문의의 감정이 있어야 하고, 수형자가 동의해야 합니다. 조두순에게 현행법을 소급 적용할 수 없지만, 소급 적용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이미 형기를 사는 조두순의 동의가 있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당사자 동의 없이 화학적 거세를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 나라도 있을까요?

■ 일부 국가, 아동성범죄자 대상 당사자 동의 없는 '화학적 거세' 시행


2018년 법무부의 제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 충동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국가들 대부분은 당사자 동의 하에 약물 치료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폴란드는 2009년 형법을 개정해 유럽 최초로 치료에 동의하지 않은 대상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도 가능하게 했는데요.

1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가족 구성원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징역형이 선고된 자가 해당합니다.

체코도 성 충동 약물 치료에 대상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몰도바는 2012년, 16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에게 대상자의 동의 없이도 성 충동 약물 치료토록 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이듬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강제적 치료제도가 폐지됐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는 재범의 경우 성 충동 약물치료를 사실상 강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상자가 약물치료와 '물리적 거세' 가운데 물리적 거세를 선택하면 약물 치료를 제외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두순에게도 성 충동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의됐는데요. 관련 내용도 살펴보겠습니다.

■ "조두순 '화학적 거세'" 법안 발의했지만…

지난 10월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개정안은 13세 미만 대상 성폭력 범죄자에 한해 피고인 동의 없이도 약물치료를 강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해당 법 시행 전에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판결 당시 성 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받지 않은 조두순도 치료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이 의원은 법안 발의 직후 KBS 라디오에 나와서 발의 취지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의원은 "성 충동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보안 처분(사회적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형벌을 보충하거나 이에 대신하는 보호·교육·교정·치료 및 그 밖의 처분)이라고 했다"면서 "형벌이 아닌 치료 목적이기 때문에 소급 입법 범위를 정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성범죄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혜택이나 보상과 같은 수혜적 법률은 소급 입법이 가능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입법은 소급 입법시 위헌 시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성 충동 약물치료 제도, 효과는?

이은의 변호사도 성 충동 약물치료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이 변호사는 "해당 제도는 형벌이 아닌 치료에 방점이 있다."면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상습성 등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화학적 거세 효과는 어땠을까요?

법무부가 2018년 공개한 '성 충동 약물치료의 성과 및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약물 치료가 종료됐거나 진행 중인 스물 다섯명의 약물 치료 평균 기간은 22.3개월이었는데요. 약물 치료 기간 동종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법원이 약물 치료를 기각했던 성범죄자들 6명 가운데 3명은 출소 후, 평균 14.6개월 만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포함해 법 시행 후 현재까지 모두 49명에게 화학적 거세가 집행됐는데요. 아직까지 재범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범 방지 효과, 있었던 겁니다.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화학적 거세 제도, 보완할 점은 무엇일까요? 다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UCekrVbNqFM

※ 취재 지원 : 김나영 팩트체크 인턴 기자(sjrnfl3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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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조두순’들에게 ‘화학적 거세’가 해법인가?
    • 입력 2020-12-10 08:04:08
    팩트체크K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에 대해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성 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조두순의 '화학적 거세', 가능한 일인지 따져봤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이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고 자기 과시형이라고 진단한 조두순 개인에 대한 보도보다는 사회적 이슈인 성범죄자들의 재범 방지를 위한 제도로써 '화학적 거세'는 유효한지,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 2011년 성 충동 약물치료 관련법 도입…조두순, 해당 X

조두순의 대법원 판결은 2009년에 이뤄졌고요. 성 충동 약물치료 제도를 담은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성 충동 약물치료법)은 2011년에 시행됐습니다. 이에 따라 현행법을 적용해 조두순에게 '화학적 거세'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판결 당시에 치료감호 명령이 있었다면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를 거쳐 약물치료도 가능하지만, 당시 법원은 치료감호 명령을 하지 않았고요.

현행법은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명령할 수 있는데요. 선고 때 명령이 포함되지 않았던 수형자에게 적용하려면 요건이 좀 더 까다로워집니다.

재범 위험성에 대한 전문의의 감정이 있어야 하고, 수형자가 동의해야 합니다. 조두순에게 현행법을 소급 적용할 수 없지만, 소급 적용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이미 형기를 사는 조두순의 동의가 있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당사자 동의 없이 화학적 거세를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 나라도 있을까요?

■ 일부 국가, 아동성범죄자 대상 당사자 동의 없는 '화학적 거세' 시행


2018년 법무부의 제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 충동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국가들 대부분은 당사자 동의 하에 약물 치료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폴란드는 2009년 형법을 개정해 유럽 최초로 치료에 동의하지 않은 대상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도 가능하게 했는데요.

1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가족 구성원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징역형이 선고된 자가 해당합니다.

체코도 성 충동 약물 치료에 대상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몰도바는 2012년, 16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에게 대상자의 동의 없이도 성 충동 약물 치료토록 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이듬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강제적 치료제도가 폐지됐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는 재범의 경우 성 충동 약물치료를 사실상 강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상자가 약물치료와 '물리적 거세' 가운데 물리적 거세를 선택하면 약물 치료를 제외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두순에게도 성 충동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의됐는데요. 관련 내용도 살펴보겠습니다.

■ "조두순 '화학적 거세'" 법안 발의했지만…

지난 10월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개정안은 13세 미만 대상 성폭력 범죄자에 한해 피고인 동의 없이도 약물치료를 강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해당 법 시행 전에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판결 당시 성 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받지 않은 조두순도 치료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이 의원은 법안 발의 직후 KBS 라디오에 나와서 발의 취지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의원은 "성 충동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보안 처분(사회적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형벌을 보충하거나 이에 대신하는 보호·교육·교정·치료 및 그 밖의 처분)이라고 했다"면서 "형벌이 아닌 치료 목적이기 때문에 소급 입법 범위를 정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성범죄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혜택이나 보상과 같은 수혜적 법률은 소급 입법이 가능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입법은 소급 입법시 위헌 시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성 충동 약물치료 제도, 효과는?

이은의 변호사도 성 충동 약물치료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이 변호사는 "해당 제도는 형벌이 아닌 치료에 방점이 있다."면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상습성 등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화학적 거세 효과는 어땠을까요?

법무부가 2018년 공개한 '성 충동 약물치료의 성과 및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약물 치료가 종료됐거나 진행 중인 스물 다섯명의 약물 치료 평균 기간은 22.3개월이었는데요. 약물 치료 기간 동종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법원이 약물 치료를 기각했던 성범죄자들 6명 가운데 3명은 출소 후, 평균 14.6개월 만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포함해 법 시행 후 현재까지 모두 49명에게 화학적 거세가 집행됐는데요. 아직까지 재범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범 방지 효과, 있었던 겁니다.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화학적 거세 제도, 보완할 점은 무엇일까요? 다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UCekrVbNqFM

※ 취재 지원 : 김나영 팩트체크 인턴 기자(sjrnfl3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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