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창] 올해 최고 세계문학 선정…북한판 ‘사랑과 전쟁’ 내용은?

입력 2020.12.11 (10:18) 수정 2020.12.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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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잡지 '라이브러리 저널'이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 10개 중 하나로 북한 소설 '벗'을 선정했습니다. '벗'은 북한의 유명작가인 백남룡 씨의 작품인데, 1988년에 평양 문예출판사에서 발간됐습니다.

올해 4월 임마누엘 김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번역해 미국에서 출간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는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북한판 '사랑과 전쟁'..'이혼' 주제로 다뤄

소설 ‘벗’이 북한 드라마 ‘가정’으로 각색돼 방영됐다.소설 ‘벗’이 북한 드라마 ‘가정’으로 각색돼 방영됐다.

소설 '벗'은 북한의 한 예술단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성악가가 남편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줄 알고 결혼했지만 같이 살면서 다른 생각으로 사사건건 다투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 북한의 한 가정을 그렸습니다.

소설의 구성을 살펴보면 종영된 KBS 드라마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떠오르게 합니다. 소설 속 인물인 판사 정진우는 예술단 소속 성악가 채순희가 선반기계공인 남편 리석춘과의 이혼을 간절히 요청하자 "리혼(이혼)이라는 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퇴장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라고 호통을 치기도 합니다.

북한 사회에서는 드물게 '이혼'을 주제로 다룬 소설 '벗'은 드라마 '가정'으로 각색돼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당초 10부작으로 예고된 드라마는 9부까지만 공개된 채 돌연 방영이 중단됐습니다. 드라마 내용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에 상당기간 찬반 논란이 계속돼 그 여파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설 '벗' 리얼리즘 문학...'수령형상문학'과 차이

북한 유명소설가 백남룡이 원고를 집필하는 모습북한 유명소설가 백남룡이 원고를 집필하는 모습

'벗'은 기존 북한 소설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북한은 1967년 지도자의 유일사상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수령의 업적이나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다루는 ‘수령형상문학’ 작업을 본격화합니다.

4·15문학창작단이 김 씨 일가의 영웅적 행적을 작품화하는데 1949년생으로 알려진 백남룡 작가도 이곳 소속입니다. 백남룡 작가 또한 여러 편의 수령형상문학을 쓴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0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을 다룬 첫 장편소설 ‘부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8년 발표한 '벗'은 수령형상문학과는 결이 다른 소설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감정 표현들로 이루어진 리얼리즘 문학에 가깝습니다. '벗’은 1992년에 남한에서도 출간됐는데, 당시 북한 문학은 체제 선전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상 생활을 들여다볼 드문 기회 제공"

'라이브러리저널'은 '벗'을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으로 선정하면서 "북한 정부의 승인을 받는 작품으로 자주 미묘한 선전을 펼치긴 하지만, 전체주의 체제 아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벗'을 번역을 한 임마뉴엘 김 조지워싱턴대 교수 또한 "북한이 언론에 비쳐지는 것과 다른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양한 북한 문학들을 통해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일상을 살펴볼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내일(12일) 아침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망언"이라고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등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 관련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 <남북의 창>과 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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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창] 올해 최고 세계문학 선정…북한판 ‘사랑과 전쟁’ 내용은?
    • 입력 2020-12-11 10:18:07
    • 수정2020-12-11 10:18:35
    취재K
미국 잡지 '라이브러리 저널'이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 10개 중 하나로 북한 소설 '벗'을 선정했습니다. '벗'은 북한의 유명작가인 백남룡 씨의 작품인데, 1988년에 평양 문예출판사에서 발간됐습니다.

올해 4월 임마누엘 김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번역해 미국에서 출간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는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북한판 '사랑과 전쟁'..'이혼' 주제로 다뤄

소설 ‘벗’이 북한 드라마 ‘가정’으로 각색돼 방영됐다.
소설 '벗'은 북한의 한 예술단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성악가가 남편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줄 알고 결혼했지만 같이 살면서 다른 생각으로 사사건건 다투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 북한의 한 가정을 그렸습니다.

소설의 구성을 살펴보면 종영된 KBS 드라마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떠오르게 합니다. 소설 속 인물인 판사 정진우는 예술단 소속 성악가 채순희가 선반기계공인 남편 리석춘과의 이혼을 간절히 요청하자 "리혼(이혼)이라는 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퇴장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라고 호통을 치기도 합니다.

북한 사회에서는 드물게 '이혼'을 주제로 다룬 소설 '벗'은 드라마 '가정'으로 각색돼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당초 10부작으로 예고된 드라마는 9부까지만 공개된 채 돌연 방영이 중단됐습니다. 드라마 내용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에 상당기간 찬반 논란이 계속돼 그 여파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설 '벗' 리얼리즘 문학...'수령형상문학'과 차이

북한 유명소설가 백남룡이 원고를 집필하는 모습
'벗'은 기존 북한 소설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북한은 1967년 지도자의 유일사상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수령의 업적이나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다루는 ‘수령형상문학’ 작업을 본격화합니다.

4·15문학창작단이 김 씨 일가의 영웅적 행적을 작품화하는데 1949년생으로 알려진 백남룡 작가도 이곳 소속입니다. 백남룡 작가 또한 여러 편의 수령형상문학을 쓴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0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을 다룬 첫 장편소설 ‘부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8년 발표한 '벗'은 수령형상문학과는 결이 다른 소설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감정 표현들로 이루어진 리얼리즘 문학에 가깝습니다. '벗’은 1992년에 남한에서도 출간됐는데, 당시 북한 문학은 체제 선전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상 생활을 들여다볼 드문 기회 제공"

'라이브러리저널'은 '벗'을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으로 선정하면서 "북한 정부의 승인을 받는 작품으로 자주 미묘한 선전을 펼치긴 하지만, 전체주의 체제 아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벗'을 번역을 한 임마뉴엘 김 조지워싱턴대 교수 또한 "북한이 언론에 비쳐지는 것과 다른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양한 북한 문학들을 통해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일상을 살펴볼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내일(12일) 아침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망언"이라고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등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 관련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 <남북의 창>과 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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