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용산 미군기지…맨발도 괜찮을까요?

입력 2020.12.11 (18:02) 수정 2020.12.1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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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주한미군 기지 12곳이 오늘 한국에 반환됐습니다. 모두 합하면 서울 여의도의 절반이 넘는(146만 5천㎡) 땅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용산의 미군기지가 일부지만 포함됐습니다. 용산 기지 중 첫 반환입니다.

1882년 임오군란 직후 청나라 군대가 자리 잡고, 1904년 러일전쟁 때 일본군영이 설치된 이후, 줄곧 외국군의 주둔지였던 이곳을 '공원'으로 되살리기 위한 첫걸음인 셈입니다.

용산 미군기지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속 정원으로 조성될 계획입니다.

다른 곳의 미군기지 역시, 아파트로 또 병원으로 탈바꿈해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 '찔끔' 반환이지만, 용산 공원 첫 걸음

정부는 오늘(11일) 오전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그동안 반환이 미뤄져 온 12개 미군기지를 반환받았습니다.

서울에서는 중구 극동공병단, 용산구 캠프 킴과 니블로배럭스, 서빙고부지, 8군 종교휴양소 부지를 돌려받았는데, 용산기지 내 2구역(스포츠 필드와 소프트볼 경기장)이 가장 주목받는 곳입니다.

용산의 2개 구역 규모는 5만㎡ 규모로 전체 용산기지 규모에 비하면 2.6%에 해당하는 작은 규모입니다.

규모는 작아도 앞으로 전체 부지를 돌려받기 위한 첫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앞으로 경기도 평택 기지로 옮기면, 전체 용산 기지 반환 협상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환 부지 활용 계획을 보면, 우선 극동공병단에는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이 들어섭니다. 용산기지 내 두 구역은 공원으로 조성되며, 캠프 킴은 LH에 넘겨줘 공공주택건설 부지로 활용됩니다.

한남 외국인아파트가 있던 니블로배럭스는 원소유자에게 반환하고, 서빙고부지와 8군 종교휴양소 대지는 매각됩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반환된 기지는 모두 6곳입니다. 대구 남구 캠프 워커 헬기장, 경기 하남 성남골프장, 의정부 캠프 잭슨, 동두천 캠프 모빌 일부, 경북 포항 해병포항파견대, 강원 태백 필승사격장 일부 등입니다.

대구 캠프 워커는 지방자치단체에 매각해 도로가 건설됩니다. 성남골프장과 의정부 캠프 잭슨, 동두천 캠프 모빌 일부는 매각합니다. 포항 해병포항파견대와 태백 필승사격장 일부는 군에서 사용할 계획입니다.


■ 맨발로 뛰어도 괜찮은 곳인가요?

돌려받았다고 해서 미군기지를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군부대가 주둔하는 동안 땅과 지하수가 얼마나 오염이 됐는지를 점검하고, 오염이 있다면 정화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들 반환 부지에 대한 환경 오염 평가와 정화 작업에 2∼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염 조사와 공사,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자체에서 오염 정화 기준과 검증을 까다롭게 정할 경우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은 환경 오염 정화 비용은 한국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비용 분담은 추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4개 미군기지 반환 때와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한미는 여전히 환경오염 책임과 정화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군에 공여한 부지가 기름에 오염되고 맹독성 발암물질 등이 검출되는 것은 미군 주둔에 따른 것이라는 한국 입장에 대해 미국 측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정화 의무가 없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겁니다.

한미 양측은 일단 ▲ 오염 정화 책임 ▲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 ▲ 한국이 제안하는 SOFA 관련 문서 개정 가능성 등에 대해 계속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기지 반환에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반환되는 기지는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개발을 위해 조속한 반환을 강력히 요구해 온 곳"이면서 "반환이 지연될 경우, 주변 지역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 반환이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 한미 양측의 공감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여의도 8배 남았다...'선례'가 중요한 이유

한국이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 대상 기지는 모두 80곳. 지금까지 56곳을 돌려받았고, 이번에 12곳까지 포함하면 모두 68곳을 돌려받은 셈이 됩니다. 이제 남은 대상기지는 12곳입니다.

반환되어야 할 12개 기지 면적은 2천 3백만㎡ 규모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8배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 두 곳(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곳을 돌려받아야 용산공원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첫 삽을 뜰 수 있습니다.

백 년 넘게 철책 너머 외국군의 주둔지였고, 이제는 국민들의 휴식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되는 곳인 만큼, 용산기지는 오염 측정과 정화에 더욱 엄격해야 합니다.

오늘 한미간 합의를 포함해 앞서 돌려받은 미군기지에서 오염 정화의 책임과 비용을 종국적으로 누가 질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할 기지 반환 협상에서 선례이자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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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용산 미군기지…맨발도 괜찮을까요?
    • 입력 2020-12-11 18:02:29
    • 수정2020-12-11 18:19:15
    취재K
전국의 주한미군 기지 12곳이 오늘 한국에 반환됐습니다. 모두 합하면 서울 여의도의 절반이 넘는(146만 5천㎡) 땅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용산의 미군기지가 일부지만 포함됐습니다. 용산 기지 중 첫 반환입니다.

1882년 임오군란 직후 청나라 군대가 자리 잡고, 1904년 러일전쟁 때 일본군영이 설치된 이후, 줄곧 외국군의 주둔지였던 이곳을 '공원'으로 되살리기 위한 첫걸음인 셈입니다.

용산 미군기지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속 정원으로 조성될 계획입니다.

다른 곳의 미군기지 역시, 아파트로 또 병원으로 탈바꿈해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 '찔끔' 반환이지만, 용산 공원 첫 걸음

정부는 오늘(11일) 오전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그동안 반환이 미뤄져 온 12개 미군기지를 반환받았습니다.

서울에서는 중구 극동공병단, 용산구 캠프 킴과 니블로배럭스, 서빙고부지, 8군 종교휴양소 부지를 돌려받았는데, 용산기지 내 2구역(스포츠 필드와 소프트볼 경기장)이 가장 주목받는 곳입니다.

용산의 2개 구역 규모는 5만㎡ 규모로 전체 용산기지 규모에 비하면 2.6%에 해당하는 작은 규모입니다.

규모는 작아도 앞으로 전체 부지를 돌려받기 위한 첫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앞으로 경기도 평택 기지로 옮기면, 전체 용산 기지 반환 협상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환 부지 활용 계획을 보면, 우선 극동공병단에는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이 들어섭니다. 용산기지 내 두 구역은 공원으로 조성되며, 캠프 킴은 LH에 넘겨줘 공공주택건설 부지로 활용됩니다.

한남 외국인아파트가 있던 니블로배럭스는 원소유자에게 반환하고, 서빙고부지와 8군 종교휴양소 대지는 매각됩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반환된 기지는 모두 6곳입니다. 대구 남구 캠프 워커 헬기장, 경기 하남 성남골프장, 의정부 캠프 잭슨, 동두천 캠프 모빌 일부, 경북 포항 해병포항파견대, 강원 태백 필승사격장 일부 등입니다.

대구 캠프 워커는 지방자치단체에 매각해 도로가 건설됩니다. 성남골프장과 의정부 캠프 잭슨, 동두천 캠프 모빌 일부는 매각합니다. 포항 해병포항파견대와 태백 필승사격장 일부는 군에서 사용할 계획입니다.


■ 맨발로 뛰어도 괜찮은 곳인가요?

돌려받았다고 해서 미군기지를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군부대가 주둔하는 동안 땅과 지하수가 얼마나 오염이 됐는지를 점검하고, 오염이 있다면 정화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들 반환 부지에 대한 환경 오염 평가와 정화 작업에 2∼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염 조사와 공사,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자체에서 오염 정화 기준과 검증을 까다롭게 정할 경우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은 환경 오염 정화 비용은 한국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비용 분담은 추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4개 미군기지 반환 때와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한미는 여전히 환경오염 책임과 정화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군에 공여한 부지가 기름에 오염되고 맹독성 발암물질 등이 검출되는 것은 미군 주둔에 따른 것이라는 한국 입장에 대해 미국 측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정화 의무가 없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겁니다.

한미 양측은 일단 ▲ 오염 정화 책임 ▲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 ▲ 한국이 제안하는 SOFA 관련 문서 개정 가능성 등에 대해 계속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기지 반환에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반환되는 기지는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개발을 위해 조속한 반환을 강력히 요구해 온 곳"이면서 "반환이 지연될 경우, 주변 지역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 반환이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 한미 양측의 공감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여의도 8배 남았다...'선례'가 중요한 이유

한국이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 대상 기지는 모두 80곳. 지금까지 56곳을 돌려받았고, 이번에 12곳까지 포함하면 모두 68곳을 돌려받은 셈이 됩니다. 이제 남은 대상기지는 12곳입니다.

반환되어야 할 12개 기지 면적은 2천 3백만㎡ 규모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8배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 두 곳(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곳을 돌려받아야 용산공원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첫 삽을 뜰 수 있습니다.

백 년 넘게 철책 너머 외국군의 주둔지였고, 이제는 국민들의 휴식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되는 곳인 만큼, 용산기지는 오염 측정과 정화에 더욱 엄격해야 합니다.

오늘 한미간 합의를 포함해 앞서 돌려받은 미군기지에서 오염 정화의 책임과 비용을 종국적으로 누가 질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할 기지 반환 협상에서 선례이자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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