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 김정은의 ‘금연천국’ 북한 만들기

입력 2020.12.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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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 흡연 장면 보신 기억 있으신가요? 적어도 지상파 TV에선 가물가물하실겁니다. KBS와 SBS는 2002년부터, MBC도 2004년부터 흡연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자칫 시청자들에게 흡연을 권장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북한은 그 반대입니다. 조선중앙TV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고뇌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담배연기를 '남자의 향기'라고 추켜세우는 북한에서는 비싼 담배를 피우며 은근히 지위나 권위를 과시하는 문화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최근 '금연법'을 제정하고 TV를 통해 금연 캠페인을 하는 등 부쩍 금연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 北, '금연법' 채택... 식당·정류소·광장서도 흡연 금지

북한은 지난달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금연법'을 새로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금연법은 31개 조문으로 구성됐는데, 공공장소, 보육기관, 의료·보건시설, 공공운수수단 등에 금연 장소를 지정하고 흡연질서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연재 기사를 싣고 금연법을 좀 더 자세히 소개했는데요. 내용을 보면 ▲여관·호텔·상점·식당·이발소·목욕탕과 같은 상업·급양 편의봉사시설 ▲극장·영화관·도서관·체육관·광장·정류소·대합실·공동위생실(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 ▲탁아소·유치원 등 어린이 보육기관 ▲ 소학교·중학교는 물론 대학·양성소를 포함한 교육기관 ▲병원·진료소·요양소 등 의료보건시설 ▲여객기·열차·여객선·지하전동차(지하철)·궤도전차·버스 등 공공운수수단 등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장소를 상세히 규정해 놨습니다.

정류소나 광장과 같은 야외 공간, 대학과 같은 성인 교육시설도 포함된 것이 눈에 띕니다.

금연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중이라며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31일 보도한 사진. [사진출처: 연합뉴스]금연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중이라며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31일 보도한 사진. [사진출처: 연합뉴스]

북한에서 ▲혁명전적지·사적지·박물관·사적관 등 최고지도자 관련 사상교양장소와 ▲산림구역·탈곡장 등 화재 위험이 있는 장소 ▲연유(연료로 쓰는 기름) 판매소 및 창고·가스공급소 등 폭발 위험이 있는 장소도 흡연 금지 장소로 명시됐습니다.

흡연 금지 장소와 각 기관·기업소·단체 등이 정한 금연장소에는 금연 마크를 붙이고 흡연을 통제하게 됩니다.

■ 외국인도 어기면 처벌..."치료약도 개발하라"

금연법 적용 대상에는 북한 기관과 기업소, 단체, 주민을 비롯해 북한에 있는 외국인도 포함됐습니다. 체류 기간이나 목적에 무관하게 북한에 머무는 동안에는 금연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앙보건지도기관이 국가적 금연 전략을 세우고, 금연 연구 사업과 금연치료 약품 개발 등을 통해 국가적으로 금연율을 높이는 방안 등도 법에 담겼습니다. '조선의 오늘'은 "흡연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인민의 생명과 건강, 환경을 보호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요구"라며 "흡연에 대한 법적·사회적 통제를 강화해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보다 문화·위생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하는 데서 지켜야 할 준칙들이 규제되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 '담배통제법' 이미 있는데...더 강력해진 흡연 제한

북한의 금연관련법, 처음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2005년에 이미 '담배통제법'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33개 조문으로 구성된 담배통제법은 담배의 생산·제조·유통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금연 관련 내용도 일부 담고 있습니다.

28조에서 흡연 금지 장소를 규정했고, 29조에서는 미성년자와 학생 등은 담배를 피울 수 없다며 흡연금지대상도 명시해 놨습니다. 26조에는 기관과 기업소 등이 담배를 잘 팔리게 할 목적으로 담배 선전을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고, 30조에서는 보건기관과 출판보도기관이 담배의 해로움을 선전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어길 경우 행정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까지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이 이미 있었음에도 이번에 별도의 금연법을 채택한 것은 금연 관련 규정을 한층 강화·보완한 것으로 보입니다.

■ '담배 냄새는 사회주의 상징'이라더니…통제 강화 목적은?

북한이 올 들어 캠페인까지 벌이며 이토록 금연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05년 담배통제법에서 보듯 북한은 금연 필요성은 꽤 오래전부터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금연법을 채택하면서까지 부쩍 흡연을 규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잘 통제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석탄 타는 냄새와 담배 냄새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의 상징이었다"며 "북한이 금연을 강조한 것은 오래됐지만 다양한 즐길거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에서 담배는 대체하기 어려운 기호식품이기에 통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도 "건강과 환경 등에 있어 담배가 미치는 사회적 손실과 해악을 고민해 왔을 것"이라며 "흡연 문제를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 강력한 지침과 경고를 내리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정은 위원장의 '담배 사랑'은 치외법권?

북한이 이처럼 강력한 금연법을 채택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담배사랑' 여전해 보입니다. 금연법 채택 이후인 지난달 3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영상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김 위원장의 손에 담배 한 개비가 들려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월 29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 가 보도한 화면. 김 위원장의 손에 담배가 들려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월 29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 가 보도한 화면. 김 위원장의 손에 담배가 들려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책상에는 담뱃갑과 재떨이도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실내 회의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에도 북한 매체를 통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주 보도되며 '애연가'의 이미지를 쌓아 왔는데요.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어 온 김정은 위원장의 흡연 장면들. [사진출처: 연합뉴스]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어 온 김정은 위원장의 흡연 장면들. [사진출처: 연합뉴스]

최근 몇년간 북한 매체에서 보도된 장면들을 보면 건설현장과 열차 등의 교통수단, 각종 실내 시설 등을 시찰하면서, 또 백두산 등정을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들이 포착됐습니다.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이나 어린이 보육시설을 방문해서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 "'최고지도자의 흡연'은 예외일 수도"... 이번 선택은?

강력한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가운데 최고지도자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관영매체에 여과없이 보도되는 상황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그간 김정은 위원장이 각 부문에서 '간부들의 모범'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더욱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 위원장의 '담배 사랑' 탓에 최근 채택된 금연법이나 금연캠페인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의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출간한 '격노'에는 김 위원장의 흡연과 관련된 일화가 나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018년 5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인데요. 김 위원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 앤드루 김 당시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담배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고,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는 겁니다. 친근한 여담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얼어붙었고, 부인 리설주 여사가 '그 말이 맞다. 나도 흡연의 위험에 대해 남편에게 말해왔다'며 맞장구를 치자 그제야 분위기가 풀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일화가 사실이라면, 금연에 대해 누군가 '직언'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특성상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이 같은 법의 적용을 사실상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고지도자라면 이 정도는 인정하고 용인할 수 있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말대로 '흡연의 위험'에서까지 예외는 아닌 만큼 앞으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임 교수는 "사실상 이같은 법의 적용에 있어 최고지도자는 예외라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 자신도 모범을 보이고 건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당분간 적어도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모습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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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연가 김정은의 ‘금연천국’ 북한 만들기
    • 입력 2020-12-12 07:01:28
    취재K

요즘 TV에서 흡연 장면 보신 기억 있으신가요? 적어도 지상파 TV에선 가물가물하실겁니다. KBS와 SBS는 2002년부터, MBC도 2004년부터 흡연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자칫 시청자들에게 흡연을 권장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북한은 그 반대입니다. 조선중앙TV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고뇌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담배연기를 '남자의 향기'라고 추켜세우는 북한에서는 비싼 담배를 피우며 은근히 지위나 권위를 과시하는 문화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최근 '금연법'을 제정하고 TV를 통해 금연 캠페인을 하는 등 부쩍 금연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 北, '금연법' 채택... 식당·정류소·광장서도 흡연 금지

북한은 지난달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금연법'을 새로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금연법은 31개 조문으로 구성됐는데, 공공장소, 보육기관, 의료·보건시설, 공공운수수단 등에 금연 장소를 지정하고 흡연질서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연재 기사를 싣고 금연법을 좀 더 자세히 소개했는데요. 내용을 보면 ▲여관·호텔·상점·식당·이발소·목욕탕과 같은 상업·급양 편의봉사시설 ▲극장·영화관·도서관·체육관·광장·정류소·대합실·공동위생실(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 ▲탁아소·유치원 등 어린이 보육기관 ▲ 소학교·중학교는 물론 대학·양성소를 포함한 교육기관 ▲병원·진료소·요양소 등 의료보건시설 ▲여객기·열차·여객선·지하전동차(지하철)·궤도전차·버스 등 공공운수수단 등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장소를 상세히 규정해 놨습니다.

정류소나 광장과 같은 야외 공간, 대학과 같은 성인 교육시설도 포함된 것이 눈에 띕니다.

금연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중이라며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31일 보도한 사진. [사진출처: 연합뉴스]
북한에서 ▲혁명전적지·사적지·박물관·사적관 등 최고지도자 관련 사상교양장소와 ▲산림구역·탈곡장 등 화재 위험이 있는 장소 ▲연유(연료로 쓰는 기름) 판매소 및 창고·가스공급소 등 폭발 위험이 있는 장소도 흡연 금지 장소로 명시됐습니다.

흡연 금지 장소와 각 기관·기업소·단체 등이 정한 금연장소에는 금연 마크를 붙이고 흡연을 통제하게 됩니다.

■ 외국인도 어기면 처벌..."치료약도 개발하라"

금연법 적용 대상에는 북한 기관과 기업소, 단체, 주민을 비롯해 북한에 있는 외국인도 포함됐습니다. 체류 기간이나 목적에 무관하게 북한에 머무는 동안에는 금연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앙보건지도기관이 국가적 금연 전략을 세우고, 금연 연구 사업과 금연치료 약품 개발 등을 통해 국가적으로 금연율을 높이는 방안 등도 법에 담겼습니다. '조선의 오늘'은 "흡연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인민의 생명과 건강, 환경을 보호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요구"라며 "흡연에 대한 법적·사회적 통제를 강화해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보다 문화·위생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하는 데서 지켜야 할 준칙들이 규제되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 '담배통제법' 이미 있는데...더 강력해진 흡연 제한

북한의 금연관련법, 처음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2005년에 이미 '담배통제법'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33개 조문으로 구성된 담배통제법은 담배의 생산·제조·유통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금연 관련 내용도 일부 담고 있습니다.

28조에서 흡연 금지 장소를 규정했고, 29조에서는 미성년자와 학생 등은 담배를 피울 수 없다며 흡연금지대상도 명시해 놨습니다. 26조에는 기관과 기업소 등이 담배를 잘 팔리게 할 목적으로 담배 선전을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고, 30조에서는 보건기관과 출판보도기관이 담배의 해로움을 선전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어길 경우 행정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까지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이 이미 있었음에도 이번에 별도의 금연법을 채택한 것은 금연 관련 규정을 한층 강화·보완한 것으로 보입니다.

■ '담배 냄새는 사회주의 상징'이라더니…통제 강화 목적은?

북한이 올 들어 캠페인까지 벌이며 이토록 금연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05년 담배통제법에서 보듯 북한은 금연 필요성은 꽤 오래전부터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금연법을 채택하면서까지 부쩍 흡연을 규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잘 통제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석탄 타는 냄새와 담배 냄새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의 상징이었다"며 "북한이 금연을 강조한 것은 오래됐지만 다양한 즐길거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에서 담배는 대체하기 어려운 기호식품이기에 통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도 "건강과 환경 등에 있어 담배가 미치는 사회적 손실과 해악을 고민해 왔을 것"이라며 "흡연 문제를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 강력한 지침과 경고를 내리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정은 위원장의 '담배 사랑'은 치외법권?

북한이 이처럼 강력한 금연법을 채택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담배사랑' 여전해 보입니다. 금연법 채택 이후인 지난달 3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영상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김 위원장의 손에 담배 한 개비가 들려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월 29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 가 보도한 화면. 김 위원장의 손에 담배가 들려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책상에는 담뱃갑과 재떨이도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실내 회의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에도 북한 매체를 통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주 보도되며 '애연가'의 이미지를 쌓아 왔는데요.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어 온 김정은 위원장의 흡연 장면들. [사진출처: 연합뉴스]
최근 몇년간 북한 매체에서 보도된 장면들을 보면 건설현장과 열차 등의 교통수단, 각종 실내 시설 등을 시찰하면서, 또 백두산 등정을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들이 포착됐습니다.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이나 어린이 보육시설을 방문해서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 "'최고지도자의 흡연'은 예외일 수도"... 이번 선택은?

강력한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가운데 최고지도자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관영매체에 여과없이 보도되는 상황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그간 김정은 위원장이 각 부문에서 '간부들의 모범'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더욱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 위원장의 '담배 사랑' 탓에 최근 채택된 금연법이나 금연캠페인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의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출간한 '격노'에는 김 위원장의 흡연과 관련된 일화가 나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018년 5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인데요. 김 위원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 앤드루 김 당시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담배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고,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는 겁니다. 친근한 여담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얼어붙었고, 부인 리설주 여사가 '그 말이 맞다. 나도 흡연의 위험에 대해 남편에게 말해왔다'며 맞장구를 치자 그제야 분위기가 풀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일화가 사실이라면, 금연에 대해 누군가 '직언'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특성상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이 같은 법의 적용을 사실상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고지도자라면 이 정도는 인정하고 용인할 수 있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말대로 '흡연의 위험'에서까지 예외는 아닌 만큼 앞으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임 교수는 "사실상 이같은 법의 적용에 있어 최고지도자는 예외라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 자신도 모범을 보이고 건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당분간 적어도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모습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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