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출소…‘과거 딛고 치유자로’ 아동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듣다

입력 2020.12.12 (21:38) 수정 2020.12.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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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전자발찌를 찬 채 오늘(12일) 오전 출소했습니다.

출소 뒤에는 경기도 안산 준법지원센터로 이동해 전자발찌 개시 신고서를 제출한 뒤 집으로 갔습니다.

출소와 함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는 최근 사진 등 신상 정보도 공개됐습니다.

조두순은 반성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희 KBS는 조두순이 자기과시형 범죄자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조두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보도는 자제하기로 했다는 점,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

그 일환으로 오늘도 조두순 거주지까지 따라가는 취재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성범죄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제도나 구조, 그리고 인식의 문제에 집중하는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오늘은 성범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먼저 성폭력의 상처를 극복하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홍진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김영서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20살 때까지 친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영서/성폭력 피해자 :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세상 속에서 나 혼자 살아가는 것 같은 고립감 속에서 지냈던 것 같아요.”]

김 씨는 과거의 기억을 극복한 기록을 책으로 펴냈고, 이제는 성폭력 전문 상담가로서 다른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영서/성폭력 피해자 : “피해를 말하는 것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교육들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미성년자 성폭행의 경우 76%가 친족이나 주변 지인으로부터 범죄가 일어납니다.

피해자가 성인이 돼 가족이나 주변 울타리를 벗어나서야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해 친족 성폭력의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서/성폭력 피해자 : “(친족 성폭력 피해를) 외부에 알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10년이라고 해요. 그런데 공소시효가 (보통) 10년이에요 현재... 나와서 ‘어, 이제 신고 좀 해볼까, 아니면 도움을 요청해볼까?’라고 했을 때 공소시효가 끝나있는 거예요.”]

7살 때 성추행을 당한 김민지 씨도 어두운 기억을 정면으로 응시한 내면의 기록을 책으로 담았습니다.

[김민지/성폭력 피해자 : “지금까지 사회 분위기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부끄럽고 숨겨야 할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미투운동 이후에 인식이 많이 바뀌었죠. 그리고 저도 다른 생존자들과 연대하면서 바뀌기 시작한 거예요.”]

가까운 사람에게서 성폭력을 당한 경우 피해를 호소해도 외면받거나 피해자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신고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김영서/성폭력 피해자 : “난생처음으로 제 입으로 ‘아빠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저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셨어요. 그때 상황에서는 ‘아. 이제 세상에 도움을 요청해도 안 되는구나’….”]

[김민지/성폭력 피해자 : “그냥 곁에 있어주세요. 그냥 함께 그 경험을 같이 해주세요. 그리고 가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묻지 마세요.”]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 유성주 유용규/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 제작: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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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두순 출소…‘과거 딛고 치유자로’ 아동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듣다
    • 입력 2020-12-12 21:38:56
    • 수정2020-12-12 22:20:17
    뉴스 9
[앵커]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전자발찌를 찬 채 오늘(12일) 오전 출소했습니다.

출소 뒤에는 경기도 안산 준법지원센터로 이동해 전자발찌 개시 신고서를 제출한 뒤 집으로 갔습니다.

출소와 함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는 최근 사진 등 신상 정보도 공개됐습니다.

조두순은 반성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희 KBS는 조두순이 자기과시형 범죄자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조두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보도는 자제하기로 했다는 점,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

그 일환으로 오늘도 조두순 거주지까지 따라가는 취재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성범죄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제도나 구조, 그리고 인식의 문제에 집중하는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오늘은 성범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먼저 성폭력의 상처를 극복하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홍진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김영서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20살 때까지 친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영서/성폭력 피해자 :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세상 속에서 나 혼자 살아가는 것 같은 고립감 속에서 지냈던 것 같아요.”]

김 씨는 과거의 기억을 극복한 기록을 책으로 펴냈고, 이제는 성폭력 전문 상담가로서 다른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영서/성폭력 피해자 : “피해를 말하는 것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교육들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미성년자 성폭행의 경우 76%가 친족이나 주변 지인으로부터 범죄가 일어납니다.

피해자가 성인이 돼 가족이나 주변 울타리를 벗어나서야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해 친족 성폭력의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서/성폭력 피해자 : “(친족 성폭력 피해를) 외부에 알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10년이라고 해요. 그런데 공소시효가 (보통) 10년이에요 현재... 나와서 ‘어, 이제 신고 좀 해볼까, 아니면 도움을 요청해볼까?’라고 했을 때 공소시효가 끝나있는 거예요.”]

7살 때 성추행을 당한 김민지 씨도 어두운 기억을 정면으로 응시한 내면의 기록을 책으로 담았습니다.

[김민지/성폭력 피해자 : “지금까지 사회 분위기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부끄럽고 숨겨야 할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미투운동 이후에 인식이 많이 바뀌었죠. 그리고 저도 다른 생존자들과 연대하면서 바뀌기 시작한 거예요.”]

가까운 사람에게서 성폭력을 당한 경우 피해를 호소해도 외면받거나 피해자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신고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김영서/성폭력 피해자 : “난생처음으로 제 입으로 ‘아빠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저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셨어요. 그때 상황에서는 ‘아. 이제 세상에 도움을 요청해도 안 되는구나’….”]

[김민지/성폭력 피해자 : “그냥 곁에 있어주세요. 그냥 함께 그 경험을 같이 해주세요. 그리고 가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묻지 마세요.”]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 유성주 유용규/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 제작: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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