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단독] 25폭에 펼쳐진 조선 사신단 여정…희귀 사행기록화 최초 공개

입력 2020.12.12 (21:51) 수정 2020.12.1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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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면 무사 귀환을 기념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 남겼습니다.

이걸 '사행기록화'라고 하는데요.

험난한 바닷길 중국 여정이 담긴 화첩이 사라져 그동안 모사본만 전해졌는데, 최근 그 원본일 가능성이 큰 화첩이 KBS에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안다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조선 중기인 1624년.

정사 이덕형과 부사 오숙, 서장관 홍익한으로 이뤄진 조선 사신단이 명나라에 파견됩니다.

지금의 평안북도 지역에 있는 선사포에서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넌 뒤 육로로 명나라 수도 북경까지 2천km가 넘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무사히 귀국한 세 사람은 이를 기념해 중국행 여정을 25폭의 그림에 담은 화첩 세 본을 만들어 나눠 가집니다.

하지만 세 원본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현재 전하는 건 원본을 베껴 만든 모사본들뿐.

그런데 최근 사신단의 정사였던 이덕형의 후손에게 대대로 전해오던 화첩이 최초로 KBS에 공개됐습니다.

두 권으로 이뤄진 화첩에는 이덕형의 글과 함께, 배를 타고 출발하는 날부터 중국의 여러 도시를 거쳐 수도 북경에 이르는 여정이 그림 25폭에 펼쳐져 있습니다.

학계에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희귀본입니다.

그림 수준도 다른 모사본보다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용을 그린 솜씨가 굉장히 뛰어난 솜씨예요당시에 도화서에 소속되어 있는 화원의 수준이 아니면 그림을 이렇게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특히 눈에 띄는 건 화첩 맨 뒤에 있는 이덕형 외증손자의 글입니다.

"이 그림은 외증조부께서 바닷길을 통해 명나라에 가셨을 때 그려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혀놓았습니다.

그동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이덕형의 원본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저렇게 작품의 내력을 적은 것은 이 작품 하나밖에 남아있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저 작품이 자기 외증조부(이덕형)가 갖고 있었던 그 작품(원본)일 수도 있고."]

만약 원본이라면 국보급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 귀중한 화첩은 조선 미술사는 물론 한-중 교류사 연구에 획기적인 사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배정철 조영천/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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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문화][단독] 25폭에 펼쳐진 조선 사신단 여정…희귀 사행기록화 최초 공개
    • 입력 2020-12-12 21:51:26
    • 수정2020-12-12 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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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면 무사 귀환을 기념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 남겼습니다.

이걸 '사행기록화'라고 하는데요.

험난한 바닷길 중국 여정이 담긴 화첩이 사라져 그동안 모사본만 전해졌는데, 최근 그 원본일 가능성이 큰 화첩이 KBS에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안다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조선 중기인 1624년.

정사 이덕형과 부사 오숙, 서장관 홍익한으로 이뤄진 조선 사신단이 명나라에 파견됩니다.

지금의 평안북도 지역에 있는 선사포에서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넌 뒤 육로로 명나라 수도 북경까지 2천km가 넘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무사히 귀국한 세 사람은 이를 기념해 중국행 여정을 25폭의 그림에 담은 화첩 세 본을 만들어 나눠 가집니다.

하지만 세 원본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현재 전하는 건 원본을 베껴 만든 모사본들뿐.

그런데 최근 사신단의 정사였던 이덕형의 후손에게 대대로 전해오던 화첩이 최초로 KBS에 공개됐습니다.

두 권으로 이뤄진 화첩에는 이덕형의 글과 함께, 배를 타고 출발하는 날부터 중국의 여러 도시를 거쳐 수도 북경에 이르는 여정이 그림 25폭에 펼쳐져 있습니다.

학계에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희귀본입니다.

그림 수준도 다른 모사본보다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용을 그린 솜씨가 굉장히 뛰어난 솜씨예요당시에 도화서에 소속되어 있는 화원의 수준이 아니면 그림을 이렇게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특히 눈에 띄는 건 화첩 맨 뒤에 있는 이덕형 외증손자의 글입니다.

"이 그림은 외증조부께서 바닷길을 통해 명나라에 가셨을 때 그려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혀놓았습니다.

그동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이덕형의 원본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저렇게 작품의 내력을 적은 것은 이 작품 하나밖에 남아있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저 작품이 자기 외증조부(이덕형)가 갖고 있었던 그 작품(원본)일 수도 있고."]

만약 원본이라면 국보급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 귀중한 화첩은 조선 미술사는 물론 한-중 교류사 연구에 획기적인 사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배정철 조영천/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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