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징역 3년’…누구를 위하여 전단을 날리나?

입력 2020.12.15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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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어젯밤(14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전단 살포처럼 남북합의서를 어기는 행동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북한에서 볼 수 있게 큰 전광판에 게시물을 띄우는 행위도 같은 처벌을 받습니다.

■ 전달 살포에 김여정 "망나니짓"

탈북자단체들이 제작하는 대북 전단은 거친 표현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단파 라디오와 동영상이 저장된 DVD를 함께 날려보내기도 합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수차례 경고에 2014년 10월에는 경기도 연천에서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14.5mm 고사총 10여 발을 발사하고, 이에 대해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하는 긴박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6월 4일 담화에서 전단 살포를 "쓰레기들의 광대놀음", "망나니짓"이라 비판했습니다.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하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거나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남한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 16일, 북한은 김 부부장이 예고한 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이때를 즈음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 여러건 제출됐습니다.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입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이름 붙이고, 북한에 굴복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과 접경 지역의 안전을 내세웠습니다.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이 공격하면, 접경 지역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논리입니다.

탈북자단체 등이 전단을 날릴 때마다, 지역 주민들이 이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통일부 역시 어제 대북전단 금지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대북 전단으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위협받는 건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라며, 표현의 자유 이전에 생존의 문제로 사안을 바라봐 달라는 겁니다.

법안을 놓고는 "법안의 규제 대상이 너무 광범위해 인도주의적 대북 활동도 침해할 수 있다(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 "민주주의 원칙과 인권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입법(크리스 스미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라는 일부 국제 사회의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6개월간 법안에 반대해온 논리였습니다.

■ 대북전단 가라앉으면 남북관계 훈풍 불까?

정부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이 그 자체로 북한에 보내는 긍정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4년 고위군사회담 합의서, 그리고 2018년 판문점 선언까지 상호 비방과 전단 살포 중단하겠다는 남북의 약속이 있었지만,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는 계속돼 왔고, 북한은 남한 정부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북전단 금지법 통과는, 그래서 남북간 합의 사항에 대한 남한 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고, 북한에게는 대남 관계에 있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걸림돌 때문에 당장에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주기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초특급'으로 상향하고, 내년 초 당 대회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한 80일 전투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지켜보며 대외정책을 가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유독 예민했던 북한 반응..왜?

지난 6월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왜 그렇게 강경하게 반응했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최근 10년간만 따져봐도 북한으로 날려 보낸 전단이 2천만 장을 넘을 정도로 대북전단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격노는 갑작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북전단에 '위선자 김정은' 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등 '최고 존엄'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당해봐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6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전단에 꽁초를 뿌린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이어 내부의 불만을 감추기 위한 '연막'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북미 협상 실패에 대한 북한 내부의 좌절감을, 한국에 대한 분노로 돌리려고 했다는 겁니다.

코로나 19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전단이나 페트병에 바이러스가 묻어 퍼질까 봐 예년과 달리 극히 민감하게 대응했다는 겁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석 달 뒤 시행에 들어가지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국가가 대북전단을 처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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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징역 3년’…누구를 위하여 전단을 날리나?
    • 입력 2020-12-15 05:34:39
    취재K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어젯밤(14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전단 살포처럼 남북합의서를 어기는 행동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북한에서 볼 수 있게 큰 전광판에 게시물을 띄우는 행위도 같은 처벌을 받습니다.

■ 전달 살포에 김여정 "망나니짓"

탈북자단체들이 제작하는 대북 전단은 거친 표현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단파 라디오와 동영상이 저장된 DVD를 함께 날려보내기도 합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수차례 경고에 2014년 10월에는 경기도 연천에서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14.5mm 고사총 10여 발을 발사하고, 이에 대해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하는 긴박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6월 4일 담화에서 전단 살포를 "쓰레기들의 광대놀음", "망나니짓"이라 비판했습니다.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하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거나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남한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 16일, 북한은 김 부부장이 예고한 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이때를 즈음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 여러건 제출됐습니다.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입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이름 붙이고, 북한에 굴복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과 접경 지역의 안전을 내세웠습니다.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이 공격하면, 접경 지역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논리입니다.

탈북자단체 등이 전단을 날릴 때마다, 지역 주민들이 이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통일부 역시 어제 대북전단 금지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대북 전단으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위협받는 건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라며, 표현의 자유 이전에 생존의 문제로 사안을 바라봐 달라는 겁니다.

법안을 놓고는 "법안의 규제 대상이 너무 광범위해 인도주의적 대북 활동도 침해할 수 있다(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 "민주주의 원칙과 인권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입법(크리스 스미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라는 일부 국제 사회의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6개월간 법안에 반대해온 논리였습니다.

■ 대북전단 가라앉으면 남북관계 훈풍 불까?

정부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이 그 자체로 북한에 보내는 긍정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4년 고위군사회담 합의서, 그리고 2018년 판문점 선언까지 상호 비방과 전단 살포 중단하겠다는 남북의 약속이 있었지만,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는 계속돼 왔고, 북한은 남한 정부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북전단 금지법 통과는, 그래서 남북간 합의 사항에 대한 남한 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고, 북한에게는 대남 관계에 있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걸림돌 때문에 당장에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주기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초특급'으로 상향하고, 내년 초 당 대회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한 80일 전투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지켜보며 대외정책을 가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유독 예민했던 북한 반응..왜?

지난 6월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왜 그렇게 강경하게 반응했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최근 10년간만 따져봐도 북한으로 날려 보낸 전단이 2천만 장을 넘을 정도로 대북전단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격노는 갑작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북전단에 '위선자 김정은' 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등 '최고 존엄'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당해봐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6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전단에 꽁초를 뿌린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이어 내부의 불만을 감추기 위한 '연막'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북미 협상 실패에 대한 북한 내부의 좌절감을, 한국에 대한 분노로 돌리려고 했다는 겁니다.

코로나 19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전단이나 페트병에 바이러스가 묻어 퍼질까 봐 예년과 달리 극히 민감하게 대응했다는 겁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석 달 뒤 시행에 들어가지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국가가 대북전단을 처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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