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에 나는 브로커?…위장 결혼에 가짜 임신까지

입력 2020.12.15 (14: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해운대 마린시티 일대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해 고급 주거단지로 알려진 해운대 마린시티. 이곳에 들어선 한 아파트는 4년 전 분양 당시 4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한 50대 남성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아파트에 청약을 넣어 당첨됐습니다. 당첨 비결은 '부양가족'이었습니다. 청약 전에 결혼한 뒤 부양가족이 갑자기 늘었는데요.

아파트 청약 직전에 성사된 이 결혼, 경찰 조사 결과 신랑 신부 모두 결혼 생활을 할 의사는 없이 아파트 당첨을 노린 '위장 결혼'이었습니다.


■다둥이 엄마와 위장 결혼…부양가족 수 늘려

이 남성이 생면부지의 40대 여성과 혼인신고를 한 건 2016년 4월이었습니다. 브로커가 두 사람을 연결해 줬습니다.

결혼하자마자 부양가족 수는 6명이 됐습니다. 자신의 자녀 1명과 배우자, 배우자의 자녀 4명을 더한 겁니다.

일반 분양에서 청약 가점은 총 84점. 이 가운데 '부양가족 수'는 당첨 여부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일 경우 35점 만점을 받습니다.

위장 결혼으로 청약 가점을 높인 덕에 이 남성은 결국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겁니다. 위장 결혼을 한 여성이 사례금 750만 원을 받은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쌍둥이 임신했다"…진단서도 위조

이 아파트에는 분양 당시 다자녀 특별공급 물량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다자녀 특공'입니다. 여기에도 부정한 방법이 동원됐습니다.

임신 진단서 위조였습니다.

다자녀 특공에 청약을 넣은 4명은 아이를 임신했다거나 심지어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임신 진단서는 병원에서 발급 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브로커가 개입해, 자녀 수를 늘려 청약 가점을 높이려고 위조한 가짜 임신 진단서였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람 중에는 가점을 잘 받기 위해 돈을 주고 청약 통장을 양도받거나 주민등록등본·초본,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부산지방경찰청 외경부산지방경찰청 외경

■아파트 한 곳서 부정 당첨 혐의 58명 적발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해당 아파트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고 압수수색 등에 나선 부산경찰청은 이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청약에 당첨된 혐의로 58명을 적발했습니다.

경찰은 당첨자 중 실제로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되팔아 부당 이득을 챙긴 겁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분양 당시 단기간에 1억 원 이상의 웃돈이 붙었습니다. 때문에 부당 이득의 규모는 수십억 원대로 추산됩니다. 이 돈의 대부분은 범행을 계획한 브로커 손에 넘어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가 점 조직 형태의 위조책 등을 동원해 위장 결혼과 가짜 서류 작성을 주도했다"며,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브로커의 윗선까지 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뛰는 집값에 나는 브로커?…위장 결혼에 가짜 임신까지
    • 입력 2020-12-15 14:38:33
    취재K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해 고급 주거단지로 알려진 해운대 마린시티. 이곳에 들어선 한 아파트는 4년 전 분양 당시 4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한 50대 남성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아파트에 청약을 넣어 당첨됐습니다. 당첨 비결은 '부양가족'이었습니다. 청약 전에 결혼한 뒤 부양가족이 갑자기 늘었는데요.

아파트 청약 직전에 성사된 이 결혼, 경찰 조사 결과 신랑 신부 모두 결혼 생활을 할 의사는 없이 아파트 당첨을 노린 '위장 결혼'이었습니다.


■다둥이 엄마와 위장 결혼…부양가족 수 늘려

이 남성이 생면부지의 40대 여성과 혼인신고를 한 건 2016년 4월이었습니다. 브로커가 두 사람을 연결해 줬습니다.

결혼하자마자 부양가족 수는 6명이 됐습니다. 자신의 자녀 1명과 배우자, 배우자의 자녀 4명을 더한 겁니다.

일반 분양에서 청약 가점은 총 84점. 이 가운데 '부양가족 수'는 당첨 여부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일 경우 35점 만점을 받습니다.

위장 결혼으로 청약 가점을 높인 덕에 이 남성은 결국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겁니다. 위장 결혼을 한 여성이 사례금 750만 원을 받은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쌍둥이 임신했다"…진단서도 위조

이 아파트에는 분양 당시 다자녀 특별공급 물량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다자녀 특공'입니다. 여기에도 부정한 방법이 동원됐습니다.

임신 진단서 위조였습니다.

다자녀 특공에 청약을 넣은 4명은 아이를 임신했다거나 심지어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임신 진단서는 병원에서 발급 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브로커가 개입해, 자녀 수를 늘려 청약 가점을 높이려고 위조한 가짜 임신 진단서였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람 중에는 가점을 잘 받기 위해 돈을 주고 청약 통장을 양도받거나 주민등록등본·초본,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부산지방경찰청 외경
■아파트 한 곳서 부정 당첨 혐의 58명 적발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해당 아파트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고 압수수색 등에 나선 부산경찰청은 이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청약에 당첨된 혐의로 58명을 적발했습니다.

경찰은 당첨자 중 실제로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되팔아 부당 이득을 챙긴 겁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분양 당시 단기간에 1억 원 이상의 웃돈이 붙었습니다. 때문에 부당 이득의 규모는 수십억 원대로 추산됩니다. 이 돈의 대부분은 범행을 계획한 브로커 손에 넘어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가 점 조직 형태의 위조책 등을 동원해 위장 결혼과 가짜 서류 작성을 주도했다"며,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브로커의 윗선까지 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