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얼굴 천재’ 티베트 청년이 공무원 된 사연은?

입력 2020.12.15 (18:55) 수정 2020.12.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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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전통 복식을 입고 중국 고원의 태양빛 아래 수줍게 웃음짓는 남성.

단 7초의 영상으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 포털 사이트에 나왔다 하면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인물, 딩전입니다.

7초 영상으로 뜬 티베트 청년…"순수의 결정체"


딩전은 밀레니엄에 태어나 올해 스무 살이 됐는데요.

7초짜리 영상이 틱톡에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천만 뷰 이상 조회되면서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자신과 함께 사진을 찍은 백마 '진주' 역시 인기몰이 중인데요.

그의 인기 비결은 청량한 외모에서 비롯됐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딩전은 유명세를 탄 뒤 자신은 연예인으로 데뷔할 생각이 없고 가장 원하는 건 티베트 전통 경마대회에 진주와 함께 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은 중국어를 거의 못하는 데다 학교를 한 번도 다니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네티즌들은 그의 이런 순박함과 순수함에 더 열광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남자의 이목구비를 가졌고,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성격도 좋고, 순진하다." 등의 이유로 딩전이 좋다고 말합니다.

특히 초원, 설산, 푸른 하늘, 말을 타는 모습, 원시적인 삶의 모습을 보며 그의 때 타지 않은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하는데요.

영상 공개된 지 8일 만에 공무원이 되기까지

앞서 딩전이 기르는 진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덩달아 화제가 된 곳도 생겼습니다.

바로 딩전이 사는 쓰촨성의 리탕현 간쯔입니다.


관련 검색이 급증하자 국영기업인 리탕현 문화관광체육투자발전유한공사는 곧바로 딩전과 두 가지 계약에 나섰습니다.

하나는 한 달 3,500위안(우리 돈 60만 원 정도)에 보험까지 가입해주는 조건으로 딩전이 리탕현 홍보를 맡는다는 근로 계약입니다. 한마디로 특별채용 공무원이 된 겁니다.

딩전은 본인이 원하면 5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할 수 있는데요.

또 다른 계약은 딩전의 저작권과 초상권 관련한 업무를 이 기업이 대신하는 대신 어떤 이익도 기업이 가져가지 않는다는 계약입니다.

이렇게 되면 SNS 생방송 등을 통해서 부차적인 수입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11일 2시간도 안 되는 생방송을 하고 150,000만 위안, 우리 돈 2,500만 원 넘는 돈을 벌었다고 전해졌습니다.

중국 대졸 신규 취업자들이 평균 6~7,000위안 정도를 받는 것에 비하면 월급도, 부수입도 매우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딩전이 고향 홍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리탕을 향한 관심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딩전이 국영기업 공무원이 된 것이 지난달 18일, 며칠 뒤에는 '딩전의 세계'라는 리탕현 홍보 영상이 게시됐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리탕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11월 마지막 주 검색량은 620% 급증했습니다.

중국의 성수기인 국경일에 비해서도 4배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또 내년 가장 유망한 여행지 1위 역시 딩전의 고향 간쯔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딩전을 향한 관심, 그 뒤에는….

주목할 만한 건 폭발적인 인기, 그가 이뤄낸 성과뿐만 아니라 바로 '국가의 관심'입니다.


사실 딩전은 티베트 사람, 중국에서는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장족입니다.

그리고 그의 고향인 쓰촨성 리탕현 간쯔는 대표적인 빈곤 탈출 대상 지역으로 꼽히는데요.

올해의 경우 리탕현의 사정은 더 안 좋아서 리탕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GDP는 3억89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티베트인들은 해외에서 늘 인권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거론되는 사람들이자 대부분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 티베트인이, 중국 국유기업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용됐고 그 결과 고향도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 중국이 노리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불어 그가 중국의 소수민족이고, 중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관영매체 CCTV는 논평에서 "현지 문화와 관광 부문의 시기적절한 대응으로 우리가 딩전의 순진한 웃음 뒤에 있는 고향의 아름다움을 보게 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아예 트위터에 딩전 관련 트윗을 3개나 올리며 그를 해외 네티즌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수많은 '딩전들'은 어디서 뭘 할까?

1950년 중국이 점령한 티베트 자치구는 아직도 독립을 원하는 세력이 있고 인도에는 망명 정부도 있습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약 150여 명의 티베트 승려가 중국에 저항해 분신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은 이 때문에 현재도 티베트 자치구에 대한 통제를 하고 있는데요.

외국인들은 허가를 받은 단체 관광을 제외하고는 티베트 자치구에 갈 수 없는 것도 그런 통제의 일부입니다.

그래서인지 티베트인들의 현재 상황을 접하기는 매우 어려운데요.


반면 중국에서는 오늘도 딩전에 대한 소식이 쏟아집니다.

"추운 날씨에 엄마가 빨래에 손이 시릴까 봐 첫 월급으로 세탁기를 산 딩전", "딩전 2시간 라이브방송, 15만 위안을 벌다." 같은 기사와는 동떨어진 대다수 '딩전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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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얼굴 천재’ 티베트 청년이 공무원 된 사연은?
    • 입력 2020-12-15 18:55:37
    • 수정2020-12-21 10:55:40
    특파원 리포트
티베트 전통 복식을 입고 중국 고원의 태양빛 아래 수줍게 웃음짓는 남성.

단 7초의 영상으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 포털 사이트에 나왔다 하면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인물, 딩전입니다.

7초 영상으로 뜬 티베트 청년…"순수의 결정체"


딩전은 밀레니엄에 태어나 올해 스무 살이 됐는데요.

7초짜리 영상이 틱톡에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천만 뷰 이상 조회되면서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자신과 함께 사진을 찍은 백마 '진주' 역시 인기몰이 중인데요.

그의 인기 비결은 청량한 외모에서 비롯됐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딩전은 유명세를 탄 뒤 자신은 연예인으로 데뷔할 생각이 없고 가장 원하는 건 티베트 전통 경마대회에 진주와 함께 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은 중국어를 거의 못하는 데다 학교를 한 번도 다니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네티즌들은 그의 이런 순박함과 순수함에 더 열광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남자의 이목구비를 가졌고,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성격도 좋고, 순진하다." 등의 이유로 딩전이 좋다고 말합니다.

특히 초원, 설산, 푸른 하늘, 말을 타는 모습, 원시적인 삶의 모습을 보며 그의 때 타지 않은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하는데요.

영상 공개된 지 8일 만에 공무원이 되기까지

앞서 딩전이 기르는 진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덩달아 화제가 된 곳도 생겼습니다.

바로 딩전이 사는 쓰촨성의 리탕현 간쯔입니다.


관련 검색이 급증하자 국영기업인 리탕현 문화관광체육투자발전유한공사는 곧바로 딩전과 두 가지 계약에 나섰습니다.

하나는 한 달 3,500위안(우리 돈 60만 원 정도)에 보험까지 가입해주는 조건으로 딩전이 리탕현 홍보를 맡는다는 근로 계약입니다. 한마디로 특별채용 공무원이 된 겁니다.

딩전은 본인이 원하면 5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할 수 있는데요.

또 다른 계약은 딩전의 저작권과 초상권 관련한 업무를 이 기업이 대신하는 대신 어떤 이익도 기업이 가져가지 않는다는 계약입니다.

이렇게 되면 SNS 생방송 등을 통해서 부차적인 수입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11일 2시간도 안 되는 생방송을 하고 150,000만 위안, 우리 돈 2,500만 원 넘는 돈을 벌었다고 전해졌습니다.

중국 대졸 신규 취업자들이 평균 6~7,000위안 정도를 받는 것에 비하면 월급도, 부수입도 매우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딩전이 고향 홍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리탕을 향한 관심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딩전이 국영기업 공무원이 된 것이 지난달 18일, 며칠 뒤에는 '딩전의 세계'라는 리탕현 홍보 영상이 게시됐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리탕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11월 마지막 주 검색량은 620% 급증했습니다.

중국의 성수기인 국경일에 비해서도 4배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또 내년 가장 유망한 여행지 1위 역시 딩전의 고향 간쯔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딩전을 향한 관심, 그 뒤에는….

주목할 만한 건 폭발적인 인기, 그가 이뤄낸 성과뿐만 아니라 바로 '국가의 관심'입니다.


사실 딩전은 티베트 사람, 중국에서는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장족입니다.

그리고 그의 고향인 쓰촨성 리탕현 간쯔는 대표적인 빈곤 탈출 대상 지역으로 꼽히는데요.

올해의 경우 리탕현의 사정은 더 안 좋아서 리탕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GDP는 3억89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티베트인들은 해외에서 늘 인권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거론되는 사람들이자 대부분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 티베트인이, 중국 국유기업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용됐고 그 결과 고향도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 중국이 노리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불어 그가 중국의 소수민족이고, 중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관영매체 CCTV는 논평에서 "현지 문화와 관광 부문의 시기적절한 대응으로 우리가 딩전의 순진한 웃음 뒤에 있는 고향의 아름다움을 보게 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아예 트위터에 딩전 관련 트윗을 3개나 올리며 그를 해외 네티즌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수많은 '딩전들'은 어디서 뭘 할까?

1950년 중국이 점령한 티베트 자치구는 아직도 독립을 원하는 세력이 있고 인도에는 망명 정부도 있습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약 150여 명의 티베트 승려가 중국에 저항해 분신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은 이 때문에 현재도 티베트 자치구에 대한 통제를 하고 있는데요.

외국인들은 허가를 받은 단체 관광을 제외하고는 티베트 자치구에 갈 수 없는 것도 그런 통제의 일부입니다.

그래서인지 티베트인들의 현재 상황을 접하기는 매우 어려운데요.


반면 중국에서는 오늘도 딩전에 대한 소식이 쏟아집니다.

"추운 날씨에 엄마가 빨래에 손이 시릴까 봐 첫 월급으로 세탁기를 산 딩전", "딩전 2시간 라이브방송, 15만 위안을 벌다." 같은 기사와는 동떨어진 대다수 '딩전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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