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을 두드려도 안 열린 취업 문…그래도 취준생인 게 감사” 왜?

입력 2020.12.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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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기업들은 올해 신규채용을 대폭 줄였습니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내놓은 관련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국내 기업의 33%가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습니다. 뽑았더라도 74.8%, 4곳 중 3곳은 10명 아래였습니다. 두 자릿수 채용은 22.7%, 세자릿수 채용은 겨우 2.5%에 그쳤습니다. '취업 절벽'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 어려움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요?

■ 열리지 않는 취업 문…"아버지도 기뻐 울었는데, 합격 통보는 오류"

KBS 1TV [사사건건]은 어제(15일) 취업준비생인 김성빈 씨의 목소리를 방송했습니다. 방송에 나가지 않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도 생생한 사연을 들었습니다. 김 씨는 금융권 취업을 꿈꾸는 젊은이입니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졸업 즈음 코로나19 사태가 닥쳤습니다. 국내 6대 은행은 올해 채용인원을 30%가량 줄였습니다. 다른 금융 기업들도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취업 문이 좁아졌습니다. 재학 중 지원한 곳까지 합하면 김 씨는 지금껏 100곳 넘는 회사에 원서를 냈다고 합니다. 9곳은 면접까지 봤지만 모두 탈락했습니다. 졸업한 지 이제 곧 1년이 됩니다.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김 씨를 더 좌절하게 만든 일이 얼마 전 벌어졌습니다. 김 씨는 이달 초 한 회사에서 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합격 소식인지,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김 씨의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며 기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불합격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해당 회사에 확인해 보니 실수로 합격 문자를 잘못 보냈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속이 상한 김 씨는 "아직 '멘탈 회복'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 코로나19가 바꾼 채용 방식…"준비가 벅차요"

코로나19는 채용 방식도 바꿔놨습니다. 많은 기업이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인공지능(AI)면접으로 대체하는 기업도 생겨났습니다. 화상 면접은 필수가 됐습니다. 김 씨는 이런 새로운 방식에 대해서는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게다가 친구들과 같이하던 스터디 모임도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하는 바람에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요?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는 시대, 디지털 역량을 요구하는 기업도 늘었습니다. 어학을 전공한 김 씨에게는 쉽지 않은 관문이 더 생긴 셈입니다. 김 씨는 취업 준비 자체가 너무 벅차다고 했습니다.


■ "취준생이면 알바도 잘리지만 취준생인 게 감사해요."

김 씨는 대학 졸업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습니다. 취업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업이 늦어지자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면접 때문에 또 그만뒀다가 다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했습니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전보다 훨씬 줄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취준생은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며 잘 뽑아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요즘 김 씨는 카페에서 하루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김 씨. 그런 사정인데도 김 씨는 "오히려 취준생인 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습니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 하는 카페의 사장님 처지가 더 마음 아프다고 했습니다. 손님이 줄어 매출이 급감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자니 속이 상한다고 말입니다. 김 씨는 누가 더 힘들다고 말하기 힘든 시대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지금 이 시기를 잘 버텨야지 어찌하겠느냐고 말입니다. "차라리 취준생인 내 처지가 낫다"는 김 씨의 말은 암울한 현실에 대한 자조와 탄식입니다.

[사사건건]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놓인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번 한 주 연속으로 전합니다.

유튜브 다시 보기 : https://youtu.be/17zAyzi24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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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번을 두드려도 안 열린 취업 문…그래도 취준생인 게 감사” 왜?
    • 입력 2020-12-16 07:01:15
    취재K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기업들은 올해 신규채용을 대폭 줄였습니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내놓은 관련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국내 기업의 33%가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습니다. 뽑았더라도 74.8%, 4곳 중 3곳은 10명 아래였습니다. 두 자릿수 채용은 22.7%, 세자릿수 채용은 겨우 2.5%에 그쳤습니다. '취업 절벽'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 어려움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요?

■ 열리지 않는 취업 문…"아버지도 기뻐 울었는데, 합격 통보는 오류"

KBS 1TV [사사건건]은 어제(15일) 취업준비생인 김성빈 씨의 목소리를 방송했습니다. 방송에 나가지 않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도 생생한 사연을 들었습니다. 김 씨는 금융권 취업을 꿈꾸는 젊은이입니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졸업 즈음 코로나19 사태가 닥쳤습니다. 국내 6대 은행은 올해 채용인원을 30%가량 줄였습니다. 다른 금융 기업들도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취업 문이 좁아졌습니다. 재학 중 지원한 곳까지 합하면 김 씨는 지금껏 100곳 넘는 회사에 원서를 냈다고 합니다. 9곳은 면접까지 봤지만 모두 탈락했습니다. 졸업한 지 이제 곧 1년이 됩니다.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김 씨를 더 좌절하게 만든 일이 얼마 전 벌어졌습니다. 김 씨는 이달 초 한 회사에서 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합격 소식인지,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김 씨의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며 기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불합격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해당 회사에 확인해 보니 실수로 합격 문자를 잘못 보냈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속이 상한 김 씨는 "아직 '멘탈 회복'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 코로나19가 바꾼 채용 방식…"준비가 벅차요"

코로나19는 채용 방식도 바꿔놨습니다. 많은 기업이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인공지능(AI)면접으로 대체하는 기업도 생겨났습니다. 화상 면접은 필수가 됐습니다. 김 씨는 이런 새로운 방식에 대해서는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게다가 친구들과 같이하던 스터디 모임도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하는 바람에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요?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는 시대, 디지털 역량을 요구하는 기업도 늘었습니다. 어학을 전공한 김 씨에게는 쉽지 않은 관문이 더 생긴 셈입니다. 김 씨는 취업 준비 자체가 너무 벅차다고 했습니다.


■ "취준생이면 알바도 잘리지만 취준생인 게 감사해요."

김 씨는 대학 졸업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습니다. 취업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업이 늦어지자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면접 때문에 또 그만뒀다가 다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했습니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전보다 훨씬 줄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취준생은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며 잘 뽑아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요즘 김 씨는 카페에서 하루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김 씨. 그런 사정인데도 김 씨는 "오히려 취준생인 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습니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 하는 카페의 사장님 처지가 더 마음 아프다고 했습니다. 손님이 줄어 매출이 급감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자니 속이 상한다고 말입니다. 김 씨는 누가 더 힘들다고 말하기 힘든 시대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지금 이 시기를 잘 버텨야지 어찌하겠느냐고 말입니다. "차라리 취준생인 내 처지가 낫다"는 김 씨의 말은 암울한 현실에 대한 자조와 탄식입니다.

[사사건건]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놓인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번 한 주 연속으로 전합니다.

유튜브 다시 보기 : https://youtu.be/17zAyzi24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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