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차별금지법 도입한 네덜란드와 핀란드, 차별 사라졌을까?

입력 2020.12.16 (07:01) 수정 2020.12.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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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오른쪽)와 대담중인 정의당 장혜영 의원(왼쪽)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오른쪽)와 대담중인 정의당 장혜영 의원(왼쪽)

이미 80년대에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네덜란드와 핀란드.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두 나라에서 차별은 사라졌을까요.

KBS는 올해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함께 두 나라의 대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뻬까메쪼 주한 핀란드대사 대담 정의당 장혜영 의원- 뻬까메쪼 주한 핀란드대사 대담

■ 차별금지법은 원칙…사회는 변화했다

두 나라의 대사들은 차별금지법은 사회의 기본 원칙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원칙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당연한 원칙을 법으로 만든 뒤 사회는 바뀌었다고 합니다.

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는 86년 도입된 평등법 이후 핀란드에서 남녀평등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핀란드는 여성의원 비율이 47%에 이르고 총리와 장관의 60% 가까이가 여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양성평등이 잘 실현된 나라로 평가받습니다.

■ 그래도 차별은 남아있다.

차별금지법 도입 30년이 지났지만 두 나라 모두 여전히 차별은 남아있습니다.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최근 네덜란드에서 논란이 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네덜란드에서 기독교 학교에서 동성애자인 선생님을 해고할 수 있냐는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는데요. 교사들에게 학교의 규칙을 지키도록 요구할 수는 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평등대우법'에 근거해 이 문제를 토론한 결과 내려진 결론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결혼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결혼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 역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네덜란드 시민들은 공무원이 평등대우법에 따라 자신은 다른 의견을 가졌더라도 동성커플의 결혼을 집행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한 정당 청년조직의 선거메시지가 문제가 됐습니다. 이 청년조직은 선거메시지에 특정 종류의 사람들은 핀란드 사회에 속하지 않는다며 공격하는 글을 넣었습니다. 핀란드 평등법에 따른 '평등옴부즈만'은 이 사건을 조사했고, 이 청년조직은 정부지원금을 잃게 됐다고 합니다.

여전히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차별을 어떻게 처리할 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고 있는 겁니다.

■ "동성혼 허용하면 출산율이 떨어진다고요?"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에게 장혜영 의원은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동성혼 법제화로 이어지고, 사람들이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아서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아주 이상한 생각"이라는 거였습니다. "그 생각은 동성애자가 동성결혼을 할 수 없다면 이성애자로 돌아가서 아이를 낳을 거라는 의미인데, 통계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는 아주 건강한 출산율을 가지고 있는데 동성혼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어떤 조짐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누구나 소중하다"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

네덜란드의 평등대우법과 핀란드의 평등법.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누구나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이 법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준다고 대사들은 똑같이 설명했습니다.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사람들이 자신이 차별받거나 무시를 당했다면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걸 알고, 법률이 있고 찾아갈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준다. "고 설명했습니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정부를 믿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는 핀란드의 여성 총리 '산나 마린'이 핀란드의 평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아주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고, 무지개(동성애)가족 출신이며 은수저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그녀가 총리가 된 것은 핀란드인들에게 누구나 평등하다는 희망을 줬다는 겁니다.

코로나 19 등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차별들. 이 차별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평등할 권리가 있다"는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대사들은 강조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의원-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대사 대담)

(정의당 장혜영의원-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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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년대 차별금지법 도입한 네덜란드와 핀란드, 차별 사라졌을까?
    • 입력 2020-12-16 07:01:53
    • 수정2020-12-16 07:23:20
    취재K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오른쪽)와 대담중인 정의당 장혜영 의원(왼쪽)
이미 80년대에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네덜란드와 핀란드.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두 나라에서 차별은 사라졌을까요.

KBS는 올해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함께 두 나라의 대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뻬까메쪼 주한 핀란드대사 대담
■ 차별금지법은 원칙…사회는 변화했다

두 나라의 대사들은 차별금지법은 사회의 기본 원칙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원칙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당연한 원칙을 법으로 만든 뒤 사회는 바뀌었다고 합니다.

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는 86년 도입된 평등법 이후 핀란드에서 남녀평등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핀란드는 여성의원 비율이 47%에 이르고 총리와 장관의 60% 가까이가 여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양성평등이 잘 실현된 나라로 평가받습니다.

■ 그래도 차별은 남아있다.

차별금지법 도입 30년이 지났지만 두 나라 모두 여전히 차별은 남아있습니다.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최근 네덜란드에서 논란이 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네덜란드에서 기독교 학교에서 동성애자인 선생님을 해고할 수 있냐는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는데요. 교사들에게 학교의 규칙을 지키도록 요구할 수는 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평등대우법'에 근거해 이 문제를 토론한 결과 내려진 결론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결혼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결혼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 역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네덜란드 시민들은 공무원이 평등대우법에 따라 자신은 다른 의견을 가졌더라도 동성커플의 결혼을 집행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한 정당 청년조직의 선거메시지가 문제가 됐습니다. 이 청년조직은 선거메시지에 특정 종류의 사람들은 핀란드 사회에 속하지 않는다며 공격하는 글을 넣었습니다. 핀란드 평등법에 따른 '평등옴부즈만'은 이 사건을 조사했고, 이 청년조직은 정부지원금을 잃게 됐다고 합니다.

여전히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차별을 어떻게 처리할 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고 있는 겁니다.

■ "동성혼 허용하면 출산율이 떨어진다고요?"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에게 장혜영 의원은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동성혼 법제화로 이어지고, 사람들이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아서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아주 이상한 생각"이라는 거였습니다. "그 생각은 동성애자가 동성결혼을 할 수 없다면 이성애자로 돌아가서 아이를 낳을 거라는 의미인데, 통계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는 아주 건강한 출산율을 가지고 있는데 동성혼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어떤 조짐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누구나 소중하다"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

네덜란드의 평등대우법과 핀란드의 평등법.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누구나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이 법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준다고 대사들은 똑같이 설명했습니다.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사람들이 자신이 차별받거나 무시를 당했다면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걸 알고, 법률이 있고 찾아갈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준다. "고 설명했습니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정부를 믿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는 핀란드의 여성 총리 '산나 마린'이 핀란드의 평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아주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고, 무지개(동성애)가족 출신이며 은수저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그녀가 총리가 된 것은 핀란드인들에게 누구나 평등하다는 희망을 줬다는 겁니다.

코로나 19 등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차별들. 이 차별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평등할 권리가 있다"는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대사들은 강조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의원-뻬까 메쪼 주한 핀란드대사 대담)

(정의당 장혜영의원-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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