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폭행으로 의식 잃어…“아이 인생 망가졌다”

입력 2020.12.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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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위’ 포기했던 엄마의 자책

지난달 28일 오후, A 군의 엄마는 여느 때처럼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A 군이 같은 학교 아이들과 권투 연습을 하다 쓰려졌다는 연락을 받았던 그 순간에도, 이런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될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때 A 군은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몸을 덜덜 떨며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나 태연했습니다. 같이 권투 연습을 하다 갑자기 쓰러지더니 잠이 들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A 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수술까지 받았지만, 보름이 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수술을 들어가기 전 의사는 A 군의 부모에게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다.” 고 말했습니다.

뇌 손상은 시간이 중요한데,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깨어난다 해도 예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 A 군 가족에겐 지옥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늘 약했어요. 그래서 크고 작은 괴롭힘도 늘 당해왔고요. 제가 남들처럼 극성맞은 엄마여서 아이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학교에 찾아가 난리도 치고 학폭위도 열었다면, 우리 아이가 저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전부 제 탓인 것만 같아요...”




■ ‘권투 연습 한다며 두 시간 넘게 폭행 ’... 가해 학생 2명 구속

경찰의 조사 결과는 A 군의 부모를 더욱 절망하게 했습니다.

함께 “권투 연습”을 했다던 가해 학생들은 알고 보니 A 군을 자신이 사는 아파트 운동 시설로 불러 내 두 시간이 넘도록 번갈아 가며 집단 폭행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운영을 하지 않아 문이 잠겨 있던 곳에 몰래 들어가 벌인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A 군이 힘들어 쓰러지자 방치하거나 바닥에 짐짝처럼 끌고 다녔고, 기절한 아이에게 물을 뿌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어갔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A군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A 군의 문자 기록엔 가해 학생들에게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한 정황도 남아 있었습니다. 사고 전날에도 가해 학생들은 A 군에게 새벽 시간에 나오라고 강요했습니다. 거절했던 A 군은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불려 나가야 했고 결국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맞을 걸 알고도 불려 나간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요... 사고가 나기 전 아이랑 마지막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어둡고 힘들게 느껴졌어요. 이상하다 느끼고 끊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어요.”


현재 가해 학생 2명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 “미성년자 가벼운 처벌... 관련법 개정 촉구”피해 학생 부모 국민 청원

결국, A 군의 부모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렸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권투 연습을 한 것이고 폭행이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식을 듣자, 예전처럼 가만히 있다간 또 다시 아이를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학교에 요청해 학폭위도 열었습니다. 그 동안 아이가 그토록 열고 싶어 했는데 이제야 해주게 돼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에 많은 관심이 이어졌고, 이틀만에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원에 동의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가해 학생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청원을 통해 A군의 부모는 “피해 학생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으니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학교 폭력이 반복된다” 며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늘 지적되는 ‘소년법 ’ 문제를 다시 한 번 공론화한 셈입니다.

또 아이가 기적적으로 다시 깨어나 일상을 회복하게 됐을 때,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제대로 된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다며 꼭 도와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고 묻자 , A군의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 동급생들끼리 누가 위고 아래고 이런 말 들을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이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에요. 그런데 우리 아들에게 학창 시절은 괴롭힘 당했고, 왕따 당했고 힘들었던 기억뿐이잖아요. 앞으로라도 다른 학생들에게는 학창 시절이 괴로운 시간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학교가 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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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급생 폭행으로 의식 잃어…“아이 인생 망가졌다”
    • 입력 2020-12-16 09:16:01
    취재K

■ ‘학폭위’ 포기했던 엄마의 자책

지난달 28일 오후, A 군의 엄마는 여느 때처럼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A 군이 같은 학교 아이들과 권투 연습을 하다 쓰려졌다는 연락을 받았던 그 순간에도, 이런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될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때 A 군은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몸을 덜덜 떨며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나 태연했습니다. 같이 권투 연습을 하다 갑자기 쓰러지더니 잠이 들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A 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수술까지 받았지만, 보름이 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수술을 들어가기 전 의사는 A 군의 부모에게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다.” 고 말했습니다.

뇌 손상은 시간이 중요한데,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깨어난다 해도 예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 A 군 가족에겐 지옥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늘 약했어요. 그래서 크고 작은 괴롭힘도 늘 당해왔고요. 제가 남들처럼 극성맞은 엄마여서 아이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학교에 찾아가 난리도 치고 학폭위도 열었다면, 우리 아이가 저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전부 제 탓인 것만 같아요...”




■ ‘권투 연습 한다며 두 시간 넘게 폭행 ’... 가해 학생 2명 구속

경찰의 조사 결과는 A 군의 부모를 더욱 절망하게 했습니다.

함께 “권투 연습”을 했다던 가해 학생들은 알고 보니 A 군을 자신이 사는 아파트 운동 시설로 불러 내 두 시간이 넘도록 번갈아 가며 집단 폭행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운영을 하지 않아 문이 잠겨 있던 곳에 몰래 들어가 벌인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A 군이 힘들어 쓰러지자 방치하거나 바닥에 짐짝처럼 끌고 다녔고, 기절한 아이에게 물을 뿌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어갔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A군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A 군의 문자 기록엔 가해 학생들에게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한 정황도 남아 있었습니다. 사고 전날에도 가해 학생들은 A 군에게 새벽 시간에 나오라고 강요했습니다. 거절했던 A 군은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불려 나가야 했고 결국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맞을 걸 알고도 불려 나간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요... 사고가 나기 전 아이랑 마지막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어둡고 힘들게 느껴졌어요. 이상하다 느끼고 끊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어요.”


현재 가해 학생 2명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 “미성년자 가벼운 처벌... 관련법 개정 촉구”피해 학생 부모 국민 청원

결국, A 군의 부모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렸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권투 연습을 한 것이고 폭행이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식을 듣자, 예전처럼 가만히 있다간 또 다시 아이를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학교에 요청해 학폭위도 열었습니다. 그 동안 아이가 그토록 열고 싶어 했는데 이제야 해주게 돼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에 많은 관심이 이어졌고, 이틀만에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원에 동의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가해 학생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청원을 통해 A군의 부모는 “피해 학생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으니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학교 폭력이 반복된다” 며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늘 지적되는 ‘소년법 ’ 문제를 다시 한 번 공론화한 셈입니다.

또 아이가 기적적으로 다시 깨어나 일상을 회복하게 됐을 때,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제대로 된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다며 꼭 도와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고 묻자 , A군의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 동급생들끼리 누가 위고 아래고 이런 말 들을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이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에요. 그런데 우리 아들에게 학창 시절은 괴롭힘 당했고, 왕따 당했고 힘들었던 기억뿐이잖아요. 앞으로라도 다른 학생들에게는 학창 시절이 괴로운 시간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학교가 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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