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단계인데…‘게스트하우스 파티’ 여전

입력 2020.12.16 (17:07) 수정 2020.12.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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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게스트하우스 파티 중 가장 핫하다’고 홍보했던 게스트하우스. ‘강릉 게스트하우스 파티 중 가장 핫하다’고 홍보했던 게스트하우스.

■ 거리 두기 2.5단계인데 '게하 파티' 여전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노마스크(No Mask) 와인 모임' 사진이 윤 의원 SNS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사진 속 윤 의원과 지인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와인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이들이 모임을 했던 날은 이달 7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기 딱 하루 전날이었던 터라, 비난 여론은 더 컸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주최하는 모임도 자제하라는 마당에, 숙박시설 모임은 거리 두기 2.5단계에서 아예 불가합니다.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파티룸 등 숙박시설이 주관하는 파티나 행사가 인원 규모와 상관없이 금지되는 겁니다. 현재 2.5단계인 수도권, 그리고 강원도 강릉이 적용 대상입니다.

그런데 취재해보니, 강릉의 게스트하우스 상당수가 게스트하우스 파티, 일명 '게하 파티'를 열고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파티 문의를 한 뒤, 실제 취재진이 받은 문자메시지. 게스트하우스에 파티 문의를 한 뒤, 실제 취재진이 받은 문자메시지.

■ 방역수칙 잘 지키면 파티해도 되는 건가요?

강릉은 이달 11일부터 거리 두기 2.5단계에 들어갔던 상황. 일요일이었던 13일, 포털 사이트에 '강릉 게스트하우스'라고 검색해 몇몇 인기 업소들을 찾아냈습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업소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진행한다"는 것.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으면 참여할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강릉 게스트하우스 중 가장 파티가 핫하다'는 파티 안내 문자메시지도 받았습니다.

강릉의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인터넷 예약 사이트에 올린 공지.강릉의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인터넷 예약 사이트에 올린 공지.

파티가 '가장 핫하다'는 게스트하우스여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업소에도 전화를 돌려봤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2.5단계가 유지되는 12월 17일까지는 밤 9시까지 '1차 파티'만 진행한다"거나, "숙박시설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여니 괜찮다"고 업소들은 답변했습니다. 심지어 파티 참여자들과의 접촉이 우려되면 다인실로 예약해도 혼자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강릉에서 언제든 '게하 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겁니다.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도 여럿 들어가 봤습니다. 실제 내년 초까지 예약이 가능하고, 방역지침을 따라 파티를 안전하게 진행한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술 마시며 재밌게 놀고 간다는 최근 파티 참여자들의 후기까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티 참여자가 올린 최근 후기. 당시 게스트하우스 파티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파티 참여자가 올린 최근 후기. 당시 게스트하우스 파티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 "일반음식점 등록되면 단속 못 해"…허술한 단속망

하지만 단속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게스트하우스들이 파티장만 별도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등 허가 형태가 다양해 단속망을 피해 가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단속반이 파티 현장을 직접 포착해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강릉시를 비롯한 지자체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수도권 2.5단계 방역지침이 각 지자체에 일괄적으로 똑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강릉의 경우 수도권과 똑같은 2.5단계 지침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은 지자체 재량입니다. 같은 2.5단계여도 지역마다 실제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방역지침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단속 방식이나 대상도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 강릉에서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에서 게스트하우스 파티가 벌어지면 단속이 안 되지만, 2.5단계가 내려진 다른 지자체에서는 '숙박시설이 주관한 파티'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단속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방역의 구멍이 알게 모르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예약 페이지. 내년 초까지 게스트하우스 파티 예약이 가능하다. 포털 사이트의 예약 페이지. 내년 초까지 게스트하우스 파티 예약이 가능하다.

■ '게하 파티'와 각종 모임, 잠시만 멈춰요!

결국, 관건은 경각심을 갖는 겁니다. 지난 8월, 제주의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이미 '게하 파티'의 감염 위험성은 여러 차례 언론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제주도 방역 당국은 게스트하우스 내부는 물론, 게스트하우스와 관련된 음식점에서까지 3인 이상의 파티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파티, 잠시만 멈출까요?게스트하우스 파티, 잠시만 멈출까요?

정부는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3단계로 격상되면,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릴 것 없이 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됩니다. 사실상 모든 일상이 멈출 수도 있는, 중대한 위기 국면을 맞은 지금. 힘들겠지만 개인과 숙박업소 모두 파티와 행사 등 각종 모임을 자제하고, 거리 두기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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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단계인데…‘게스트하우스 파티’ 여전
    • 입력 2020-12-16 17:07:47
    • 수정2020-12-16 17:10:45
    취재K
‘강릉 게스트하우스 파티 중 가장 핫하다’고 홍보했던 게스트하우스.
■ 거리 두기 2.5단계인데 '게하 파티' 여전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노마스크(No Mask) 와인 모임' 사진이 윤 의원 SNS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사진 속 윤 의원과 지인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와인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이들이 모임을 했던 날은 이달 7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기 딱 하루 전날이었던 터라, 비난 여론은 더 컸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주최하는 모임도 자제하라는 마당에, 숙박시설 모임은 거리 두기 2.5단계에서 아예 불가합니다.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파티룸 등 숙박시설이 주관하는 파티나 행사가 인원 규모와 상관없이 금지되는 겁니다. 현재 2.5단계인 수도권, 그리고 강원도 강릉이 적용 대상입니다.

그런데 취재해보니, 강릉의 게스트하우스 상당수가 게스트하우스 파티, 일명 '게하 파티'를 열고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파티 문의를 한 뒤, 실제 취재진이 받은 문자메시지.
■ 방역수칙 잘 지키면 파티해도 되는 건가요?

강릉은 이달 11일부터 거리 두기 2.5단계에 들어갔던 상황. 일요일이었던 13일, 포털 사이트에 '강릉 게스트하우스'라고 검색해 몇몇 인기 업소들을 찾아냈습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업소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진행한다"는 것.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으면 참여할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강릉 게스트하우스 중 가장 파티가 핫하다'는 파티 안내 문자메시지도 받았습니다.

강릉의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인터넷 예약 사이트에 올린 공지.
파티가 '가장 핫하다'는 게스트하우스여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업소에도 전화를 돌려봤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2.5단계가 유지되는 12월 17일까지는 밤 9시까지 '1차 파티'만 진행한다"거나, "숙박시설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여니 괜찮다"고 업소들은 답변했습니다. 심지어 파티 참여자들과의 접촉이 우려되면 다인실로 예약해도 혼자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강릉에서 언제든 '게하 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겁니다.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도 여럿 들어가 봤습니다. 실제 내년 초까지 예약이 가능하고, 방역지침을 따라 파티를 안전하게 진행한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술 마시며 재밌게 놀고 간다는 최근 파티 참여자들의 후기까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티 참여자가 올린 최근 후기. 당시 게스트하우스 파티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 "일반음식점 등록되면 단속 못 해"…허술한 단속망

하지만 단속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게스트하우스들이 파티장만 별도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등 허가 형태가 다양해 단속망을 피해 가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단속반이 파티 현장을 직접 포착해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강릉시를 비롯한 지자체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수도권 2.5단계 방역지침이 각 지자체에 일괄적으로 똑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강릉의 경우 수도권과 똑같은 2.5단계 지침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은 지자체 재량입니다. 같은 2.5단계여도 지역마다 실제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방역지침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단속 방식이나 대상도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 강릉에서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에서 게스트하우스 파티가 벌어지면 단속이 안 되지만, 2.5단계가 내려진 다른 지자체에서는 '숙박시설이 주관한 파티'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단속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방역의 구멍이 알게 모르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예약 페이지. 내년 초까지 게스트하우스 파티 예약이 가능하다.
■ '게하 파티'와 각종 모임, 잠시만 멈춰요!

결국, 관건은 경각심을 갖는 겁니다. 지난 8월, 제주의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이미 '게하 파티'의 감염 위험성은 여러 차례 언론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제주도 방역 당국은 게스트하우스 내부는 물론, 게스트하우스와 관련된 음식점에서까지 3인 이상의 파티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파티, 잠시만 멈출까요?
정부는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3단계로 격상되면,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릴 것 없이 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됩니다. 사실상 모든 일상이 멈출 수도 있는, 중대한 위기 국면을 맞은 지금. 힘들겠지만 개인과 숙박업소 모두 파티와 행사 등 각종 모임을 자제하고, 거리 두기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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