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검사해, XX아”…선별진료소에서 욕하고 난동부린 60대

입력 2020.12.16 (18: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루 만 여명의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요즘,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은 누적되는 피로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 의료진들이 들으면, 크게 실망할 만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오늘(16일) 낮 한 60대 남성이 서울 도심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고 난동을 부린 겁니다.

■"XX아, 내가 민원 넣으면 너 짤려" 대낮의 난동

해당 남성의 검체를 채취했던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 파견 간호사 30대 배 모 씨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배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평소처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남성이 욕설하기 시작했다"며 "'XX아, 똑바로 못해?' '내가 민원 넣으면 너 짤려' 등 심한 욕설을 내뱉으며 의료진과 수검자의 접촉을 막기 위해 설치한 아크릴 벽을 부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배 씨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남성은 몇 분간 욕설을 이어가고 아크릴 벽을 수차례 내리치며 난동을 이어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후 남성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의 요청으로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간호사 "하루 2천 명 검사…몸과 마음 모두 괴로워"

배 씨는 올해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무렵, 다니던 병원을 떠나 코로나 의료지원 업무를 자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동안 배 씨는 의료지원을 계속해서 이어왔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근무지를 옮겨가며 의료지원을 해오던 배 씨는 한 달 전, 이곳 강남구보건소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이 보건소로 오고 난 뒤 하루 천8백 명에서 2천 명 정도 사람들의 검체 채취를 담당하고 있다는 배 씨,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오늘 같은 일까지 벌어지니 회의감이 크다고 호소합니다. 배 씨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의료지원을 한 것인데, 이런 일까지 당하니 더 이상을 일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보건소, 고소 취하 회유"…경찰, 60대 남성 입건

사건 이후, 배 씨는 소속 보건소의 대처에도 큰 실망을 했다고 합니다. 소동이 빚어진 뒤, 배 씨가 난동을 부린 남성을 고소하겠다고 하자 강남구 보건소 소속 공무원들은 배 씨에게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고소를 취하하라'고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강남보건소는 "콧속을 깊숙하게 찌르는 검사다 보니 (난동을 부린) 남성이 두려워서 화를 낸 것 같다"며 "원만히 사안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고소를 취하하라고 제안한 것일 뿐 강요는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는 "많은 간호사가 비슷한 일을 당할 텐데, 소속 기관의 대처가 이렇다면 우린 누굴 믿고 일해야 하느냐"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 일을 알리기로 했다"고 제보를 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난동을 부린 남성을 입건해 조사 중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똑바로 검사해, XX아”…선별진료소에서 욕하고 난동부린 60대
    • 입력 2020-12-16 18:15:57
    취재K

하루 만 여명의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요즘,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은 누적되는 피로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 의료진들이 들으면, 크게 실망할 만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오늘(16일) 낮 한 60대 남성이 서울 도심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고 난동을 부린 겁니다.

■"XX아, 내가 민원 넣으면 너 짤려" 대낮의 난동

해당 남성의 검체를 채취했던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 파견 간호사 30대 배 모 씨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배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평소처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남성이 욕설하기 시작했다"며 "'XX아, 똑바로 못해?' '내가 민원 넣으면 너 짤려' 등 심한 욕설을 내뱉으며 의료진과 수검자의 접촉을 막기 위해 설치한 아크릴 벽을 부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배 씨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남성은 몇 분간 욕설을 이어가고 아크릴 벽을 수차례 내리치며 난동을 이어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후 남성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의 요청으로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간호사 "하루 2천 명 검사…몸과 마음 모두 괴로워"

배 씨는 올해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무렵, 다니던 병원을 떠나 코로나 의료지원 업무를 자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동안 배 씨는 의료지원을 계속해서 이어왔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근무지를 옮겨가며 의료지원을 해오던 배 씨는 한 달 전, 이곳 강남구보건소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이 보건소로 오고 난 뒤 하루 천8백 명에서 2천 명 정도 사람들의 검체 채취를 담당하고 있다는 배 씨,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오늘 같은 일까지 벌어지니 회의감이 크다고 호소합니다. 배 씨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의료지원을 한 것인데, 이런 일까지 당하니 더 이상을 일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보건소, 고소 취하 회유"…경찰, 60대 남성 입건

사건 이후, 배 씨는 소속 보건소의 대처에도 큰 실망을 했다고 합니다. 소동이 빚어진 뒤, 배 씨가 난동을 부린 남성을 고소하겠다고 하자 강남구 보건소 소속 공무원들은 배 씨에게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고소를 취하하라'고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강남보건소는 "콧속을 깊숙하게 찌르는 검사다 보니 (난동을 부린) 남성이 두려워서 화를 낸 것 같다"며 "원만히 사안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고소를 취하하라고 제안한 것일 뿐 강요는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는 "많은 간호사가 비슷한 일을 당할 텐데, 소속 기관의 대처가 이렇다면 우린 누굴 믿고 일해야 하느냐"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 일을 알리기로 했다"고 제보를 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난동을 부린 남성을 입건해 조사 중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