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김정일 9주기…코로나가 바꾼 풍경

입력 2020.12.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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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주기 하루 앞둔 추모…"김정일조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9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개 면에 걸쳐 김 위원장의 업적을 칭송하는 논설과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전체 6면으로 발행되니 절반을 할애한 셈입니다.

1면 논설에서는 "우리 조국은 위대한 장군님의 존함으로 빛나는 불패의 강국"이라며 "김정일조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어,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활동하다가 "달리는 야전열차에서 순직"하셨다면서, "보통의 국가지도자라면 몇백 년이 걸려도 이룰 수 없는 업적을 이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국제기구 대표부 인사들이 만수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들고 참배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오늘 그 사진을 보도했는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화환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화환에는 '유엔개발계획 대표부'와 같은 국제기구의 명의가 적혀 있습니다.

국제기구 인사들이 화환을 들고 참배하는 모습은 해마다 반복되는데, 국제적으로도 추모 분위기가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 코로나19로 달라진 '화환참배'

위 사진은 지난해 같은 행사를 담은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입니다.

화환의 모양이나 리본에 새긴 문구는 올해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지만, 올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사진에서는 참석자들의 인종 구성이 다양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올해 사진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정확히 확인이 어렵기는 해도 지난해 사진에서 유엔을 상징하는 파란색 외투가 확인되고, 참석자 수도 10명을 훌쩍 넘기는 것과는 달리 올해 사진상으로는 참석자가 채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와 달라진 추모 풍경이 달라진 이유는 역시 코로나19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독일 외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방역을 이유로 국제기구 직원들에게 평양을 떠날 것을 강요했다고 전했습니다.

방송은 유엔 직원 3명 정도가 평양에 남아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국경을 봉쇄한 데 이어 북한 내에 머무르던 외국인조차도 방역을 이유로 내보낸 셈인데, 이렇다 보니 국제적인 추모 행사에 참여할 외국인이 평양에 남아 있지 않은 것입니다.

RFA 보도처럼 유엔 직원이 남아있으니 '유엔개발계획'에서 화환은 보낼 수 있었지만, 참석자는 지난해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대규모 군중 참배, 올해는 어떻게?

위 사진은 8주기 다음날이었던 지난해 12월 18일 보도된 사진입니다. 화환, 꽃다발을 들고 있는 평상복과 작업복 차림의 군중의 모습과 도열한 군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상당한 숫자가 모였습니다. 보도된 날짜를 보면 외국인들은 당일보다 하루 이틀 먼저 참배하고, 당일에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참배가 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군중 참배가 진행된다면 내일이나 모레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될 텐데, '초특급' 방역 단계를 설정하고 있는 북한이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근 북한매체에 등장하는 행사에서는 참석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는데 그런 모습으로 참배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9주기로 '10년, 20년'과 같은 이른바 '정주년'이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행사를 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노동당 8차 당 대회를 내년 '정초'에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5년만에 열리는 북한 노동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입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초특급'으로 올린 상황에서 당 대회에 대규모 군중을 어떻게 동원하고 그 힘을 과시할지, 북한 지도부는 고심하고 있을텐데, 내일 9주기 참배 모습을 보면, 당 대회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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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김정일 9주기…코로나가 바꾼 풍경
    • 입력 2020-12-16 18:19:45
    취재K
■ 9주기 하루 앞둔 추모…"김정일조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9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개 면에 걸쳐 김 위원장의 업적을 칭송하는 논설과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전체 6면으로 발행되니 절반을 할애한 셈입니다.

1면 논설에서는 "우리 조국은 위대한 장군님의 존함으로 빛나는 불패의 강국"이라며 "김정일조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어,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활동하다가 "달리는 야전열차에서 순직"하셨다면서, "보통의 국가지도자라면 몇백 년이 걸려도 이룰 수 없는 업적을 이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국제기구 대표부 인사들이 만수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들고 참배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오늘 그 사진을 보도했는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화환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화환에는 '유엔개발계획 대표부'와 같은 국제기구의 명의가 적혀 있습니다.

국제기구 인사들이 화환을 들고 참배하는 모습은 해마다 반복되는데, 국제적으로도 추모 분위기가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 코로나19로 달라진 '화환참배'

위 사진은 지난해 같은 행사를 담은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입니다.

화환의 모양이나 리본에 새긴 문구는 올해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지만, 올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사진에서는 참석자들의 인종 구성이 다양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올해 사진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정확히 확인이 어렵기는 해도 지난해 사진에서 유엔을 상징하는 파란색 외투가 확인되고, 참석자 수도 10명을 훌쩍 넘기는 것과는 달리 올해 사진상으로는 참석자가 채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와 달라진 추모 풍경이 달라진 이유는 역시 코로나19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독일 외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방역을 이유로 국제기구 직원들에게 평양을 떠날 것을 강요했다고 전했습니다.

방송은 유엔 직원 3명 정도가 평양에 남아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국경을 봉쇄한 데 이어 북한 내에 머무르던 외국인조차도 방역을 이유로 내보낸 셈인데, 이렇다 보니 국제적인 추모 행사에 참여할 외국인이 평양에 남아 있지 않은 것입니다.

RFA 보도처럼 유엔 직원이 남아있으니 '유엔개발계획'에서 화환은 보낼 수 있었지만, 참석자는 지난해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대규모 군중 참배, 올해는 어떻게?

위 사진은 8주기 다음날이었던 지난해 12월 18일 보도된 사진입니다. 화환, 꽃다발을 들고 있는 평상복과 작업복 차림의 군중의 모습과 도열한 군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상당한 숫자가 모였습니다. 보도된 날짜를 보면 외국인들은 당일보다 하루 이틀 먼저 참배하고, 당일에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참배가 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군중 참배가 진행된다면 내일이나 모레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될 텐데, '초특급' 방역 단계를 설정하고 있는 북한이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근 북한매체에 등장하는 행사에서는 참석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는데 그런 모습으로 참배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9주기로 '10년, 20년'과 같은 이른바 '정주년'이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행사를 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노동당 8차 당 대회를 내년 '정초'에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5년만에 열리는 북한 노동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입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초특급'으로 올린 상황에서 당 대회에 대규모 군중을 어떻게 동원하고 그 힘을 과시할지, 북한 지도부는 고심하고 있을텐데, 내일 9주기 참배 모습을 보면, 당 대회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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