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뒤덮은 불…‘맨손’으로 구한 시민들

입력 2020.12.1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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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피하려다…" 불길 속 노숙인
지난 13일 새벽 3시쯤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 한 카센터 앞. 종이 상자를 바닥에 깔고 잠을 자던 한 노숙인의 몸에 불이 붙었습니다.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 피워둔 불이 옷으로 옮겨 붙은 상황이었습니다. 노숙인은 불을 꺼보려고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고 움직였지만, 바지에 붙은 불은 상의까지 올라갔습니다.


때마침 주변을 지나던 승용차.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운전자와 동승자는 곧장 차를 주차하고, 노숙인에게 달려갔습니다. 차에서 챙겨 내린 작은 담요로 노숙인의 몸을 덮어 정신없이 불을 껐습니다. 멀리서 이를 본 행인도 달려와 힘을 보탰습니다. 순식간에 불을 끈 이들은 까맣게 탄 노숙인의 바지를 맨손으로 찢고 구조했습니다.


■맨손으로 노숙인 구조하고 주변 불까지 끈 시민들
노숙인을 구조한 시민들은 카센터 앞에 타고 있던 불까지 발견하고 입고 있던 옷과 담요를 덮어 진화했습니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땐 불은 거의 꺼진 상황이었습니다. 시민들은 노숙인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걸 보고서야 현장을 떠났습니다. 노숙인은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중인데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노숙인을 구하려고 뛰어든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김보건(30) 씨와 여자친구 이선아(31) 씨였습니다. 힘을 보탠 행인은 외국인 근로자로 보이는 남성이었습니다. 김씨는 "긴박한 상황이다보니까 사람 먼저 구해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숙인이 낸 불로 건물 일부가 그을려 피해를 입은 카센터 주인도 선처 의사를 밝혔습니다. 카센터 주인 윤찬수 씨는 "노숙인의 치료가 더 중요하다"며 "치료를 잘 마치고 좋은 곳에서 지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시민들이 용감한 초동 조치로 노숙인의 목숨을 구했다며 표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촬영기자 신한비
영상제공 윤찬수 박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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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인 뒤덮은 불…‘맨손’으로 구한 시민들
    • 입력 2020-12-16 19:02:45
    취재K

■"추위 피하려다…" 불길 속 노숙인
지난 13일 새벽 3시쯤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 한 카센터 앞. 종이 상자를 바닥에 깔고 잠을 자던 한 노숙인의 몸에 불이 붙었습니다.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 피워둔 불이 옷으로 옮겨 붙은 상황이었습니다. 노숙인은 불을 꺼보려고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고 움직였지만, 바지에 붙은 불은 상의까지 올라갔습니다.


때마침 주변을 지나던 승용차.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운전자와 동승자는 곧장 차를 주차하고, 노숙인에게 달려갔습니다. 차에서 챙겨 내린 작은 담요로 노숙인의 몸을 덮어 정신없이 불을 껐습니다. 멀리서 이를 본 행인도 달려와 힘을 보탰습니다. 순식간에 불을 끈 이들은 까맣게 탄 노숙인의 바지를 맨손으로 찢고 구조했습니다.


■맨손으로 노숙인 구조하고 주변 불까지 끈 시민들
노숙인을 구조한 시민들은 카센터 앞에 타고 있던 불까지 발견하고 입고 있던 옷과 담요를 덮어 진화했습니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땐 불은 거의 꺼진 상황이었습니다. 시민들은 노숙인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걸 보고서야 현장을 떠났습니다. 노숙인은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중인데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노숙인을 구하려고 뛰어든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김보건(30) 씨와 여자친구 이선아(31) 씨였습니다. 힘을 보탠 행인은 외국인 근로자로 보이는 남성이었습니다. 김씨는 "긴박한 상황이다보니까 사람 먼저 구해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숙인이 낸 불로 건물 일부가 그을려 피해를 입은 카센터 주인도 선처 의사를 밝혔습니다. 카센터 주인 윤찬수 씨는 "노숙인의 치료가 더 중요하다"며 "치료를 잘 마치고 좋은 곳에서 지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시민들이 용감한 초동 조치로 노숙인의 목숨을 구했다며 표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촬영기자 신한비
영상제공 윤찬수 박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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