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끌어온 고층 개발…부산 첫 사전협상 ‘산 넘어 산’

입력 2020.12.17 (17: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땅의 용도를 변경해 주는 대신 민간 사업자로부터 공공기여를 받는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 변경' 이라는 개발 방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업지역'으로 되어 있는 땅을 '준주거지역' 또는 '상업지역'으로 바꿔주고, 용적률 상향으로 생기는 이익분을 공공기여로 제공받는 방식이지요. 개발 사업을 진행하되,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적용한 사업이 지금 부산에서 처음 진행되고 있는데, 사업 시작 당시부터 논란이 제기된 이래, 사업 마무리 단계에 와서까지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그 내막을 들여다봅니다.


■ 마지막 심의 절차에서 '보류' … "상업시설 부적절"

부산에서 첫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해운대구의 옛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 땅(한진CY) 일대입니다.

현재 '준공업지역'으로 되어 있는 이곳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 첫 시작 때부터 초고층 주거단지로의 변질 우려가 제기됐고, 동시에 민간 특혜 시비까지 있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협상이 8차례 진행됐고, 어찌 되었건 협상은 마무리됐습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만 남은 상황인데요.

계획 변경 결정 권한을 가진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이 마지막 단계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재심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인데요.

재심의를 내린 이유를 살펴보니 사업 초기 때 지적된 사항들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습니다.

'상업시설에 맞는 상업시설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높이와 용적률에 관한 건축 계획을 재검토'하라는 게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이러한 재심의 결정 배경에 대해 몇몇 심의위원들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한 위원은 "70층에 가까운 고층 주거시설이 과연 상업기능을 하는 시설이 맞냐""이 시설에 입주하는 상가 쇼핑시설을 두고 상업시설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위원은 "전체 면적 중에서 업무시설은 고작 2%에 불과하다"며,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 계획 없는 무늬만 상업시설인 개발 사업을 이대로 허가할 수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교통에 학교 문제까지 '첩첩산중' … 심의 통과까지 '산 넘어 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통과 학교, 일조권과 빌딩풍 등 환경 문제도 풀어야 할 논란사항입니다. 우선 교통영향평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불가피합니다.

올해 하반기 진행된 한진CY 개발 예정지의 교통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이곳의 2030년도 교통서비스 수준이 제시되어 있는데요. 몇 군데 구간을 확인해 봤습니다.

사업 예정지 일대 북동측 교차로의 서비스 수준이 'E'로 제시됐습니다. 차량 지체 시간을 줄이기 위한 차로를 확보해도, 수준은 'E'입니다.

서비스 수준 분류상 교통 수준은 A 에서 F 까지 나뉘는데 E는 매우 나쁜 수준을 의미합니다.


학교 문제도 골칫거리입니다.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학교 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재협의하라'고 지시했는데, 이 논의는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공동주택과는 다르게 '생활형 숙박시설'은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서 교육인구 유발에 대한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운대교육청 담당 부서는 "개발 예정지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실 거주자들에게서 발생하는 교육인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객관적인 산출을 하기에는 관련 근거가 미흡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지역 주민들 "건축 계획 단계에서 환경적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일조권빌딩풍 등의 환경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민간 사업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보완하겠다'는 내용을 계획에 포함해둔 상태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주민들은 "건축 계획이 나오는 즉시, 고층 건물 건립으로 인한 일조권 피해와 빌딩풍 영향에 대한 검토를 거쳐 법적 대응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 1년 가까이 끌어온 부산의 첫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이 공공 개발의 취지와 개발 이후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을 두고 막판까지 난항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년 가까이 끌어온 고층 개발…부산 첫 사전협상 ‘산 넘어 산’
    • 입력 2020-12-17 17:14:04
    취재K

땅의 용도를 변경해 주는 대신 민간 사업자로부터 공공기여를 받는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 변경' 이라는 개발 방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업지역'으로 되어 있는 땅을 '준주거지역' 또는 '상업지역'으로 바꿔주고, 용적률 상향으로 생기는 이익분을 공공기여로 제공받는 방식이지요. 개발 사업을 진행하되,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적용한 사업이 지금 부산에서 처음 진행되고 있는데, 사업 시작 당시부터 논란이 제기된 이래, 사업 마무리 단계에 와서까지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그 내막을 들여다봅니다.


■ 마지막 심의 절차에서 '보류' … "상업시설 부적절"

부산에서 첫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해운대구의 옛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 땅(한진CY) 일대입니다.

현재 '준공업지역'으로 되어 있는 이곳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 첫 시작 때부터 초고층 주거단지로의 변질 우려가 제기됐고, 동시에 민간 특혜 시비까지 있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협상이 8차례 진행됐고, 어찌 되었건 협상은 마무리됐습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만 남은 상황인데요.

계획 변경 결정 권한을 가진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이 마지막 단계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재심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인데요.

재심의를 내린 이유를 살펴보니 사업 초기 때 지적된 사항들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습니다.

'상업시설에 맞는 상업시설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높이와 용적률에 관한 건축 계획을 재검토'하라는 게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이러한 재심의 결정 배경에 대해 몇몇 심의위원들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한 위원은 "70층에 가까운 고층 주거시설이 과연 상업기능을 하는 시설이 맞냐""이 시설에 입주하는 상가 쇼핑시설을 두고 상업시설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위원은 "전체 면적 중에서 업무시설은 고작 2%에 불과하다"며,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 계획 없는 무늬만 상업시설인 개발 사업을 이대로 허가할 수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교통에 학교 문제까지 '첩첩산중' … 심의 통과까지 '산 넘어 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통과 학교, 일조권과 빌딩풍 등 환경 문제도 풀어야 할 논란사항입니다. 우선 교통영향평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불가피합니다.

올해 하반기 진행된 한진CY 개발 예정지의 교통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이곳의 2030년도 교통서비스 수준이 제시되어 있는데요. 몇 군데 구간을 확인해 봤습니다.

사업 예정지 일대 북동측 교차로의 서비스 수준이 'E'로 제시됐습니다. 차량 지체 시간을 줄이기 위한 차로를 확보해도, 수준은 'E'입니다.

서비스 수준 분류상 교통 수준은 A 에서 F 까지 나뉘는데 E는 매우 나쁜 수준을 의미합니다.


학교 문제도 골칫거리입니다.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학교 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재협의하라'고 지시했는데, 이 논의는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공동주택과는 다르게 '생활형 숙박시설'은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서 교육인구 유발에 대한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운대교육청 담당 부서는 "개발 예정지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실 거주자들에게서 발생하는 교육인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객관적인 산출을 하기에는 관련 근거가 미흡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지역 주민들 "건축 계획 단계에서 환경적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일조권빌딩풍 등의 환경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민간 사업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보완하겠다'는 내용을 계획에 포함해둔 상태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주민들은 "건축 계획이 나오는 즉시, 고층 건물 건립으로 인한 일조권 피해와 빌딩풍 영향에 대한 검토를 거쳐 법적 대응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 1년 가까이 끌어온 부산의 첫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이 공공 개발의 취지와 개발 이후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을 두고 막판까지 난항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