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헬스장 바라보면 우울해…군고구마 팝니다”

입력 2020.12.18 (07:01) 수정 2020.12.1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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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난데없이 헬스기구인 트레드밀, 러닝머신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16일이었습니다. 헬스클럽관장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밤 9시까지만이라도 영업을 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헬스장들은 지난 8일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집합금지 대상이 됐습니다. 올해 내내 영업시간 단축과 영업중단 조치를 번갈아 겪는 중입니다. 코로나19 확산 피해는 헬스장에도 직접 닥쳐왔습니다.

■ "빈 헬스장 보면 우울하고 힘들어" 군고구마 파는 관장님

어제(17일) KBS 1TV [사사건건]을 통해 사연을 전한 류재헌 씨는 경력 10년 차 보디빌더이자 트레이너입니다. 지난해 PT(개인지도) 전문점을 열어 운영하다가 올해 7월 헬스장을 차렸습니다. 트레이너 직원들을 두고 헬스장을 운영하는 관장님이 됐습니다. 회원 수 300여 명 규모입니다. 그런데 지금 류 씨의 일터는 헬스장이 아닌 거리입니다. 군고구마를 팝니다. 헬스장은 지난 8일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직원 2명과 함께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류 씨는 빈 헬스장에 가만히 있으면 더 힘들고 우울해질 것 같아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달이든 택배 알아봤는데, 학창시절 군고구마로 용돈 벌이하던 걸 떠올리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매일 환불 처리만…"수입은 없는데 매달 나가는 돈 3,000만 원"

류재헌 씨는 헬스장을 시작하면서 10년간 일하며 모은 돈과 지인한테 빌린 돈을 투자했습니다. 보통 헬스장은 개업한 뒤 서너 달 동안 회원 수가 쑥쑥 늘어난다고 합니다. 류 씨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전화기가 고장 났나 싶을 정도로 문의가 없었습니다.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로 제한된 탓이 컸습니다. 헬스장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도 악재였습니다. 아예 문을 열 수 없게 된 지금은 환불 문의만 있다고 했습니다. 임대료와 헬스기구 할부금, 직원들 급여까지, 류 씨가 매달 지출해야 하는 돈은 2,500만 원~3,000만 원입니다. 적금도 해약하고 모아둔 돈으로 메워왔는데 이제는 더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9월에 2주간 영업을 중단했을 때는 직원들에게 그대로 월급을 줬지만 이번에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기구 할부금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 "지원도 못 받았다.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데, 억울"

류 씨는 정부의 소상공인지원금도 못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조건이 맞지 않아서였다고 합니다. "PT숍 운영하던 거는 폐업을 해서 못 준다고 그러고 그다음에 헬스장 확장 이전한 거는 7월에 개업해서 그 시기가 안 맞는다는 말씀들을 하면서 지원을 10원 한 푼 못 받았습니다." 아무리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라지만 영업중단은 너무 심하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식당과 카페, 심지어 목욕탕 등은 영업을 제한해 허용하면서 헬스장만 아예 문을 닫으라는 게 지나치다는 거죠. "샤워할 때만 빼면 마스크를 하고, 회원 전산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입장-퇴장 관리가 잘 되거든요. 또 위험성을 낮춘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해서 해드릴 수 있거든요." 류재헌 씨는 다른 업종과 형평에 맞게, 업종의 특성에 맞게 더 세밀한 방역 방침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저희를 잊지 마세요" 군고구마 팔며 버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화제가 된 글이 있습니다.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요? 대출 원리금 임대료 같이 멈춰야 합니다>라는 글입니다. 청원인은 "집합금지할 때 그 엄청난 마이너스를 왜 자영업자한테만 책임을 다 지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출 원리금과 임대료, 공과금, 각종 세금납부도 집합금지 기간만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류재헌 씨의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임대료 부담만이라도 덜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류 씨는 영업을 못 하는 기간이 더 길어질까 걱정입니다. "최대로 버티면 내년 2~3월까지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이후에는 대출을 1금융뿐만 아니라 2금융, 3금융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라서 지금 너무 힘들죠." 류 씨는 오늘도 헬스장 대신 거리에서 찬바람을 맞습니다. 군고구마를 팔며 하루 20만 원 남짓 법니다. 동네를 오가는 회원들에게 "저희를 잊지 마세요."라고 인사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를 또 버팁니다.

[사사건건]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놓인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번 한 주 연속으로 전합니다.

유튜브 다시 보기 : https://youtu.be/PgFTdpiBC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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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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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닫은 헬스장 바라보면 우울해…군고구마 팝니다”
    • 입력 2020-12-18 07:01:10
    • 수정2020-12-18 08:07:50
    취재K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난데없이 헬스기구인 트레드밀, 러닝머신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16일이었습니다. 헬스클럽관장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밤 9시까지만이라도 영업을 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헬스장들은 지난 8일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집합금지 대상이 됐습니다. 올해 내내 영업시간 단축과 영업중단 조치를 번갈아 겪는 중입니다. 코로나19 확산 피해는 헬스장에도 직접 닥쳐왔습니다.

■ "빈 헬스장 보면 우울하고 힘들어" 군고구마 파는 관장님

어제(17일) KBS 1TV [사사건건]을 통해 사연을 전한 류재헌 씨는 경력 10년 차 보디빌더이자 트레이너입니다. 지난해 PT(개인지도) 전문점을 열어 운영하다가 올해 7월 헬스장을 차렸습니다. 트레이너 직원들을 두고 헬스장을 운영하는 관장님이 됐습니다. 회원 수 300여 명 규모입니다. 그런데 지금 류 씨의 일터는 헬스장이 아닌 거리입니다. 군고구마를 팝니다. 헬스장은 지난 8일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직원 2명과 함께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류 씨는 빈 헬스장에 가만히 있으면 더 힘들고 우울해질 것 같아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달이든 택배 알아봤는데, 학창시절 군고구마로 용돈 벌이하던 걸 떠올리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매일 환불 처리만…"수입은 없는데 매달 나가는 돈 3,000만 원"

류재헌 씨는 헬스장을 시작하면서 10년간 일하며 모은 돈과 지인한테 빌린 돈을 투자했습니다. 보통 헬스장은 개업한 뒤 서너 달 동안 회원 수가 쑥쑥 늘어난다고 합니다. 류 씨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전화기가 고장 났나 싶을 정도로 문의가 없었습니다.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로 제한된 탓이 컸습니다. 헬스장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도 악재였습니다. 아예 문을 열 수 없게 된 지금은 환불 문의만 있다고 했습니다. 임대료와 헬스기구 할부금, 직원들 급여까지, 류 씨가 매달 지출해야 하는 돈은 2,500만 원~3,000만 원입니다. 적금도 해약하고 모아둔 돈으로 메워왔는데 이제는 더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9월에 2주간 영업을 중단했을 때는 직원들에게 그대로 월급을 줬지만 이번에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기구 할부금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 "지원도 못 받았다.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데, 억울"

류 씨는 정부의 소상공인지원금도 못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조건이 맞지 않아서였다고 합니다. "PT숍 운영하던 거는 폐업을 해서 못 준다고 그러고 그다음에 헬스장 확장 이전한 거는 7월에 개업해서 그 시기가 안 맞는다는 말씀들을 하면서 지원을 10원 한 푼 못 받았습니다." 아무리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라지만 영업중단은 너무 심하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식당과 카페, 심지어 목욕탕 등은 영업을 제한해 허용하면서 헬스장만 아예 문을 닫으라는 게 지나치다는 거죠. "샤워할 때만 빼면 마스크를 하고, 회원 전산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입장-퇴장 관리가 잘 되거든요. 또 위험성을 낮춘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해서 해드릴 수 있거든요." 류재헌 씨는 다른 업종과 형평에 맞게, 업종의 특성에 맞게 더 세밀한 방역 방침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저희를 잊지 마세요" 군고구마 팔며 버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화제가 된 글이 있습니다.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요? 대출 원리금 임대료 같이 멈춰야 합니다>라는 글입니다. 청원인은 "집합금지할 때 그 엄청난 마이너스를 왜 자영업자한테만 책임을 다 지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출 원리금과 임대료, 공과금, 각종 세금납부도 집합금지 기간만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류재헌 씨의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임대료 부담만이라도 덜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류 씨는 영업을 못 하는 기간이 더 길어질까 걱정입니다. "최대로 버티면 내년 2~3월까지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이후에는 대출을 1금융뿐만 아니라 2금융, 3금융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라서 지금 너무 힘들죠." 류 씨는 오늘도 헬스장 대신 거리에서 찬바람을 맞습니다. 군고구마를 팔며 하루 20만 원 남짓 법니다. 동네를 오가는 회원들에게 "저희를 잊지 마세요."라고 인사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를 또 버팁니다.

[사사건건]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놓인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번 한 주 연속으로 전합니다.

유튜브 다시 보기 : https://youtu.be/PgFTdpiBC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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