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창] 北, ‘초특급’ 방역 속 행군 재개…‘백두산대학’이 뭐길래

입력 2020.12.18 (11:16) 수정 2020.12.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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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천750m의 백두산은 이맘때면 하얀 눈으로 뒤덮여 눈꽃 세상이나 다름없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4일 빠른 9월 4일 백두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하니 백두산의 설경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겨울 경치로는 최고인 백두산에 최근 북한 주민들의 답사 행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백두산을 찾은 건 눈꽃 구경이 아닙니다. 추위를 무릅쓰고 줄지어 목적지까지 가는 보통 군대에서 이뤄지는 행군입니다.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한 북한 당국이 눈도 많이 내리고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 주민들을 잇달아 백두산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 강추위에도 백두산으로 향하는 북한 주민…"백두산대학 졸업해야"

북한의 근로자들이 백두산 답사 행군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북한의 근로자들이 백두산 답사 행군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북한 평양방송은 "11월 1일부터 시작된 백두산 지구 혁명 전적지로의 겨울철 답사에 한 달 남짓한 기간에만 자강도 자강군 인민위원회, 북청군 용전과수농장을 비롯한 수십 개 단위의 많은 간부와 근로자, 군인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답사는 관광식, 유람식이 아니라 실제 대중에게 산 체험이 되도록 했고, 비상 방역학적 요구를 철저히 지키는데 중심을 두고 답사 조직을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1년간 1,900여 개 단체에서 8만4천여 명이 행군에 참여했다고 하니 북한 당국이 일종의 체험 현장학습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백두산 답사 행군을 부쩍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공격 사상'을 언급한 이후부터입니다.

북한은 답사 행군을 '백두산 대학 졸업'이라 부르면서 북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

■ "내부 결속 다지기 위해 백두산 답사 강행"

북한당국이 다시 한번 백두산 정신을 부각하며 각계각층의 주민들을 백두산으로 보내는 이유는 주민 체제결속, 사상성 강화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무철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은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그리고 수해로 삼중고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내부 결속 차원에서 사상 강조, 정신 무장과 함께 내부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로 백두산 행군을 강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활용돼 왔습니다. 역사적 과장·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주석의 백두산 항일무장투쟁을 선전하며 백두산을 부각시켜 온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러시아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지도 북한당국은 백두산 밀영이라고 주장하며 권력 세습의 타당성을 부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승계의 정당성에 백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른바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선대 지도자의 후광을 자신에게 연결한 것입니다.

정치적 행사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기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북한에서 백두산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초특급 방역에도 백두산 답사는 예외


그러나 최근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한 상태입니다. 초특급 단계는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을 봉쇄하고 모임과 학업을 중지하거나 국내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는 경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북-중 국경마저 봉쇄한 북한이 백두산 답사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며 이를 대내외로 알리는 상황은 국제사회를 의식한 행보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식의 비상 방역 체계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역경이 있다 하더라도 단합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북한당국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내일(19일) 아침 7시 50분에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최고 단계에서도 북한이 강행하고 있는 백두산 답사 행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최근 통과된 '대북전단금지법' 논란과 앞으로 미칠 영향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 관련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 <남북의 창>과 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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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8 11:16:11
    • 수정2020-12-18 11:16:34
    취재K
해발 2천750m의 백두산은 이맘때면 하얀 눈으로 뒤덮여 눈꽃 세상이나 다름없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4일 빠른 9월 4일 백두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하니 백두산의 설경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겨울 경치로는 최고인 백두산에 최근 북한 주민들의 답사 행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백두산을 찾은 건 눈꽃 구경이 아닙니다. 추위를 무릅쓰고 줄지어 목적지까지 가는 보통 군대에서 이뤄지는 행군입니다.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한 북한 당국이 눈도 많이 내리고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 주민들을 잇달아 백두산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 강추위에도 백두산으로 향하는 북한 주민…"백두산대학 졸업해야"

북한의 근로자들이 백두산 답사 행군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북한 평양방송은 "11월 1일부터 시작된 백두산 지구 혁명 전적지로의 겨울철 답사에 한 달 남짓한 기간에만 자강도 자강군 인민위원회, 북청군 용전과수농장을 비롯한 수십 개 단위의 많은 간부와 근로자, 군인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답사는 관광식, 유람식이 아니라 실제 대중에게 산 체험이 되도록 했고, 비상 방역학적 요구를 철저히 지키는데 중심을 두고 답사 조직을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1년간 1,900여 개 단체에서 8만4천여 명이 행군에 참여했다고 하니 북한 당국이 일종의 체험 현장학습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백두산 답사 행군을 부쩍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공격 사상'을 언급한 이후부터입니다.

북한은 답사 행군을 '백두산 대학 졸업'이라 부르면서 북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
■ "내부 결속 다지기 위해 백두산 답사 강행"

북한당국이 다시 한번 백두산 정신을 부각하며 각계각층의 주민들을 백두산으로 보내는 이유는 주민 체제결속, 사상성 강화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무철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은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그리고 수해로 삼중고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내부 결속 차원에서 사상 강조, 정신 무장과 함께 내부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로 백두산 행군을 강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활용돼 왔습니다. 역사적 과장·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주석의 백두산 항일무장투쟁을 선전하며 백두산을 부각시켜 온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러시아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지도 북한당국은 백두산 밀영이라고 주장하며 권력 세습의 타당성을 부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승계의 정당성에 백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른바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선대 지도자의 후광을 자신에게 연결한 것입니다.

정치적 행사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기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북한에서 백두산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초특급 방역에도 백두산 답사는 예외


그러나 최근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한 상태입니다. 초특급 단계는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을 봉쇄하고 모임과 학업을 중지하거나 국내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는 경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북-중 국경마저 봉쇄한 북한이 백두산 답사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며 이를 대내외로 알리는 상황은 국제사회를 의식한 행보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식의 비상 방역 체계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역경이 있다 하더라도 단합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북한당국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내일(19일) 아침 7시 50분에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최고 단계에서도 북한이 강행하고 있는 백두산 답사 행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최근 통과된 '대북전단금지법' 논란과 앞으로 미칠 영향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 관련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 <남북의 창>과 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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