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날아간 ‘대북전단’ 논란

입력 2020.12.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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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청문회가 열린다면, 전단금지법과 관련한 미국 의회 차원의 첫 조치입니다.

청문회에서는 북한 인권문제 전반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새 전단금지법이 워싱턴의 반발을 촉발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이번 달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 법 통과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법에 결함이 많다며, (석 달 뒤) 법을 시행하기 전 민주적인 기관이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런 국제사회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어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CNN 방송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고 밝힌 데 이어, 오늘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법안의 본질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례적으로 UN을 향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대북전단 금지법’을 두고 국제사회와 한국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 쟁점① 표현의 자유 VS 주민 생명

국제사회가 반발하는 건, 개정된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UN이 제시하는 근거는 ‘세계 인권선언 19조’,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조항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관여하려는 탈북자들과 시민단체 활동에 제한을 두어선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보다도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특히 2017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서 체포돼 고문 받고 돌아와 숨진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이 더 부정적인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는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안에는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근거로 제시하는 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 3항. 국가안보 등을 위한 경우에 한해서, 법률로 명확히 규정될 경우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쏴서 남북 긴장이 높아진 점 등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논리로 미국과 UN 등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N 등은 대북 전단 살포가 즉각적으로 북한의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쟁점② “징역 3년 과하다” VS “판례 고려”

두 번째 쟁점은 형량입니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을 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퀸타나 UN 보고관은 ‘과잉금지 원칙’에 비춰보면 이 법의 형량이 과하다고 지적합니다. 인권과 관련된 행동을 제한할 땐 가장 침해가 적어야 하는데, ‘전단 살포’에 징역형은 과하다는 겁니다. 특히 민주 사회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활동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정부는 입법부가 그동안의 국내외 판례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 쟁점 ③ “민의 수렴?” VS “내정 간섭”

퀸타나 UN 보고관은 3개월 뒤 법을 시행하기 전, ‘민주적인 기관’이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발언은 우리 국회가 민주적으로 의견 수렴을 거치지 못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좌), 민주당 윤건영 의원(우)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좌), 민주당 윤건영 의원(우)

통일부가 즉각 유감을 표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통일부는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 논의와 심의를 통해 법률을 개정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회는 충분한 토론과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한쪽 이야기만 듣고 왜곡된 주장을 펴는 것이 과연 UN 정신이냐”며 “이처럼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동이니, 내정 간섭과도 같은 비합리적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우)바이든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우)

■ 대북전단이 불러올 나비 효과?

‘표현의 자유’와 ‘생명권 보호’는 모두 중요한 가치입니다. 또 이 법안에 대해선,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의견 충돌이 갈등 양상으로까지 비화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로의 전환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과거 클린턴, 오바마 행정부 때에도 민주당 집권 정부는 북한 인권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북한 인권 문제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을 찾은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도 ‘바이든 외교안보팀에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한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자칫하면 한미 간 ‘동맹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미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확한 입장을 설명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이해도 높이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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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으로 날아간 ‘대북전단’ 논란
    • 입력 2020-12-18 13:04:10
    취재K
최근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청문회가 열린다면, 전단금지법과 관련한 미국 의회 차원의 첫 조치입니다.

청문회에서는 북한 인권문제 전반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새 전단금지법이 워싱턴의 반발을 촉발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이번 달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 법 통과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법에 결함이 많다며, (석 달 뒤) 법을 시행하기 전 민주적인 기관이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런 국제사회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어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CNN 방송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고 밝힌 데 이어, 오늘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법안의 본질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례적으로 UN을 향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대북전단 금지법’을 두고 국제사회와 한국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 쟁점① 표현의 자유 VS 주민 생명

국제사회가 반발하는 건, 개정된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UN이 제시하는 근거는 ‘세계 인권선언 19조’,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조항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관여하려는 탈북자들과 시민단체 활동에 제한을 두어선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보다도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특히 2017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서 체포돼 고문 받고 돌아와 숨진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이 더 부정적인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는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안에는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근거로 제시하는 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 3항. 국가안보 등을 위한 경우에 한해서, 법률로 명확히 규정될 경우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쏴서 남북 긴장이 높아진 점 등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논리로 미국과 UN 등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N 등은 대북 전단 살포가 즉각적으로 북한의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쟁점② “징역 3년 과하다” VS “판례 고려”

두 번째 쟁점은 형량입니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을 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퀸타나 UN 보고관은 ‘과잉금지 원칙’에 비춰보면 이 법의 형량이 과하다고 지적합니다. 인권과 관련된 행동을 제한할 땐 가장 침해가 적어야 하는데, ‘전단 살포’에 징역형은 과하다는 겁니다. 특히 민주 사회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활동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정부는 입법부가 그동안의 국내외 판례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 쟁점 ③ “민의 수렴?” VS “내정 간섭”

퀸타나 UN 보고관은 3개월 뒤 법을 시행하기 전, ‘민주적인 기관’이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발언은 우리 국회가 민주적으로 의견 수렴을 거치지 못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좌), 민주당 윤건영 의원(우)
통일부가 즉각 유감을 표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통일부는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 논의와 심의를 통해 법률을 개정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회는 충분한 토론과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한쪽 이야기만 듣고 왜곡된 주장을 펴는 것이 과연 UN 정신이냐”며 “이처럼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동이니, 내정 간섭과도 같은 비합리적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우)
■ 대북전단이 불러올 나비 효과?

‘표현의 자유’와 ‘생명권 보호’는 모두 중요한 가치입니다. 또 이 법안에 대해선,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의견 충돌이 갈등 양상으로까지 비화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로의 전환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과거 클린턴, 오바마 행정부 때에도 민주당 집권 정부는 북한 인권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북한 인권 문제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을 찾은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도 ‘바이든 외교안보팀에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한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자칫하면 한미 간 ‘동맹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미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확한 입장을 설명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이해도 높이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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