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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 아빠의 절박한 ‘1004배’…소망은 이뤄질까?
입력 2020.12.23 (06:00) 수정 2020.12.23 (08:14) 취재K
지난 2018년 여름, 보건복지부 앞에서 1004배를 올리는 건우 아빠  지난 2018년 여름, 보건복지부 앞에서 1004배를 올리는 건우 아빠

■ 무더운 여름, 건우 아빠의 절박한 '1004배'

지난 2018년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건우 아빠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해달라며 '절박함'을 안고 1,004배를 시작했습니다.

건우 아빠는 8년 전,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6살 건우의 손을 잡고 처음 세상에 나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요구해왔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 건우에게 재활치료는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국정과제로 반영됐고, 보건복지부는 마침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사업은 당초 취지와 달리 지자체 공모로 바뀐 데다, 계획된 규모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고 기본적인 운영비 지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무늬만 '공공'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건우아빠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냈고,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앞에서 1004배를 하게 된 겁니다. 최소 한 곳은 국립형태로 운영하고 운영비 지원을 기본으로 하는 의료공공성이 강화된 병원을 세워달라는 게 그의 바람이었습니다.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수희(왼쪽)와 건우(오른쪽)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수희(왼쪽)와 건우(오른쪽)

■ 일본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230곳, 한국 '0'곳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재활치료가 필요한 전국의 아동은 29만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재활치료를 받은 아동은 6.7%(1만9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아동의 경우, 장애가 발견되면 진단까지 평균 23개월이 걸립니다. 하지만 진단이 내려진 뒤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깝습니다.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병상분담률은 OECD국가 평균 수준인 30%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특히 아동 재활은 낮은 수가 때문에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민간병원에서 외면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의 사정은 다릅니다. 일본만해도 공공어린이 재활병원이 230곳에 달하고 어린이 재활을 공공의료로 규정해 병원 운영비 대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는 한 번에 5천 원만 받고 재활치료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으로 국내 게임 기업인 '넥슨'이 재단을 만들어 설립한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전부입니다. 100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지만 재활이 필요한 수많은 아동들을 치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끝 아닌 '시작'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중증 장애아동 건우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임기 내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완공하겠습니다. 건우야 어때?"
그리고 결국, '대전 어린이공공재활병원'은 오늘(22일)첫삽을 떴습니다.
중증 장애아동 부모의 피와 땀, 눈물로 결실을 이루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린 겁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초로 지어지는 '공공형' 재활병원인 만큼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치료와 교육,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장애아동 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합형 치료 시스템'입니다. 전문가들은 온전한 소아재활 의료체계와 장애아동의 치료, 교육, 돌봄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라야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숙제였던 '운영비 적자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
보통 의료진과 재활치료사 등 재활병원의 한 해 운영비는 110억 원 정도 드는데, 특히 아이들은 언어 소통문제·발달 문제 등으로 성인들보다 재활치료사가 더 필요해 한 해 수십억 원의 적자가 납니다.

하지만 지난 2일 ,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선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비를 보조하도록 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 한시름 덜게 됐습니다. 내년부터 병원운영에 대한 세부계획을 수립하면 구체적인 국비지원 분담률이 나오겠지만 대략 연 20억에서 30억 원 정도의 예산 지원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장애아동을 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종착지가 아니라 장애인의 건강권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시작'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 건우 아빠의 절박한 ‘1004배’…소망은 이뤄질까?
    • 입력 2020-12-23 06:00:08
    • 수정2020-12-23 08:14:06
    취재K
지난 2018년 여름, 보건복지부 앞에서 1004배를 올리는 건우 아빠  지난 2018년 여름, 보건복지부 앞에서 1004배를 올리는 건우 아빠

■ 무더운 여름, 건우 아빠의 절박한 '1004배'

지난 2018년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건우 아빠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해달라며 '절박함'을 안고 1,004배를 시작했습니다.

건우 아빠는 8년 전,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6살 건우의 손을 잡고 처음 세상에 나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요구해왔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 건우에게 재활치료는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국정과제로 반영됐고, 보건복지부는 마침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사업은 당초 취지와 달리 지자체 공모로 바뀐 데다, 계획된 규모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고 기본적인 운영비 지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무늬만 '공공'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건우아빠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냈고,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앞에서 1004배를 하게 된 겁니다. 최소 한 곳은 국립형태로 운영하고 운영비 지원을 기본으로 하는 의료공공성이 강화된 병원을 세워달라는 게 그의 바람이었습니다.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수희(왼쪽)와 건우(오른쪽)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수희(왼쪽)와 건우(오른쪽)

■ 일본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230곳, 한국 '0'곳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재활치료가 필요한 전국의 아동은 29만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재활치료를 받은 아동은 6.7%(1만9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아동의 경우, 장애가 발견되면 진단까지 평균 23개월이 걸립니다. 하지만 진단이 내려진 뒤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깝습니다.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병상분담률은 OECD국가 평균 수준인 30%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특히 아동 재활은 낮은 수가 때문에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민간병원에서 외면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의 사정은 다릅니다. 일본만해도 공공어린이 재활병원이 230곳에 달하고 어린이 재활을 공공의료로 규정해 병원 운영비 대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는 한 번에 5천 원만 받고 재활치료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으로 국내 게임 기업인 '넥슨'이 재단을 만들어 설립한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전부입니다. 100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지만 재활이 필요한 수많은 아동들을 치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끝 아닌 '시작'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중증 장애아동 건우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임기 내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완공하겠습니다. 건우야 어때?"
그리고 결국, '대전 어린이공공재활병원'은 오늘(22일)첫삽을 떴습니다.
중증 장애아동 부모의 피와 땀, 눈물로 결실을 이루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린 겁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초로 지어지는 '공공형' 재활병원인 만큼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치료와 교육,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장애아동 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합형 치료 시스템'입니다. 전문가들은 온전한 소아재활 의료체계와 장애아동의 치료, 교육, 돌봄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라야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숙제였던 '운영비 적자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
보통 의료진과 재활치료사 등 재활병원의 한 해 운영비는 110억 원 정도 드는데, 특히 아이들은 언어 소통문제·발달 문제 등으로 성인들보다 재활치료사가 더 필요해 한 해 수십억 원의 적자가 납니다.

하지만 지난 2일 ,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선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비를 보조하도록 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 한시름 덜게 됐습니다. 내년부터 병원운영에 대한 세부계획을 수립하면 구체적인 국비지원 분담률이 나오겠지만 대략 연 20억에서 30억 원 정도의 예산 지원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장애아동을 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종착지가 아니라 장애인의 건강권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시작'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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