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러려고 충전기 없앴나?

두께를 비교한 사진. 아래서부터 두부 한 모, 노트북용 충전기, 나머지는 아이폰용 충전기

■ 두부라는 별명을 가진 애플 충전기

타이완에서 판매하는 두부머리(頭豆腐) 충전기

애플의 충전기는 모두 하얗고 네모난 생김새를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두부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타이완에서 애플의 소형 충전기는 '두부머리(豆腐頭)'라는 별명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크기를 비교한 사진. 아래에서부터 노트북, 두부 한 모, 노트북용 충전기.

애플 충전기의 생김새는 얇고 넓적한 모양으로 서로 비슷비슷 하지만, 크기는 충전 용량에 따라서 다양한 규격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충전용량이 큰 노트북용(61W)은 두부 한 모 만합니다. 무게도 두부랑 거의 같은 300g대입니다. 충전기의 경우 정사각형 모양 때문인지 길쭉한 타사 충전기보다 훨씬 커 보입니다.

■ 애플의 숨은 계획

애플 아이폰12

그런데 얼마 전 애플이 공개한 최신 아이폰12를 개봉하면 이어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충전기가 빠져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한 자원 절감 차원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기본 구성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애플은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의 이런 친절한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 7에서 이어폰을 없앴습니다. 이후 20만원 대의 무선이어폰인 에어팟을 판매해서 엄청난 이익을 거뒀습니다.

애플이 충전기를 뺀 것이 새로운 액세서리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 애플, 두부를 대신할 새로운 충전기 내놓는다.

대만의 경제지 코먼웰스에 따르면 애플은 새로운 충전기를 만들기 위해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인 TSMC에 충전기용 반도체의 제조를 의뢰했습니다.

TSMC는 애플의 주문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힘들어서 주문 물량의 일부를 질화갈륨(GaN) 반도체 전문기업에 외주를 맡겼다고 코먼웰스는 보도했습니다.

클로에테크가 내놓은 GaN 충전기. 30% 작고, 2.5배 빨리 충전된다고 설명한다.

질화갈륨(GaN)은 기존의 실리콘과 비교해서 전압을 10배나 더 잘 버틸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전압을 이용해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온에서도 반도체 특성을 잘 유지해서 충전 시 열이 발생해도 충전기능을 잘 유지합니다. 그리고 질화갈륨(GaN) 충전기는 같은 크기에서 더 큰 출력을 내기 때문에 휴대폰 충전기 크기로 노트북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과 맥북용 충전기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적임자죠.

애플은 TSMC를 통해 제조한 질화갈륨(GaN) 반도체를 이용해 더 작고, 더 빨리 충전되고 더 가벼운 충전기를 출시할 것입니다.

물론 예전부터 항상 그래왔듯이 타사 제품보다 훨씬 비싼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앞으로 새 휴대폰에는 충전기가 없을 수도

진열된 아이폰 12 (출처 : 연합뉴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애플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 다른 업체가 따라가는 흐름이 있습니다. 예전에 아이폰7에 이어폰 단자가 없어지자, 이후 갤럭시 노트10에도 이어폰 단자 없이 출시된 적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12로 시작한 충전기 없는 휴대폰 출시가 업계 전체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충전기를 제조사에서 지급하지 않으면서 휴대폰 구매자들은 기존의 것을 쓰든지 아니면 새로 사야 합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실리콘 충전기는 저렴합니다. 반면, 질화갈륨(GaN) 충전기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충전도 빠르지만, 아직 시중에 풀린 물량이 많지 않고 비싼 편입니다.

각 충전기의 장·단점은 뚜렷합니다. 이제 휴대폰 이용자들은 가성비의 실리콘이냐, 성능의 질화갈륨이냐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