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에도 오르는 전셋값…매물 실종에 거래도 ‘뚝’

입력 2020.12.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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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국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 지속…0.3% ↑
지난달 아파트 전·월세 거래 8만 5,227건… 전월 대비 1.1% ↓
정부, "내년 아파트 31만 가구 공급"…시장 반응은 '글쎄?'



"이사 수요가 줄면서 가격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되고, 전세 매물누적되고 있습니다."
- 홍남기 부총리 (12.22.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요즘 (아파트) 전세가 어딨어. 거의 안 나와요. 월세는 생각 안 하세요?"
- A 공인중개사 (12.24.경기도 일산)

정부는 말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오늘(24일) 경기도 일산과 김포, 서울 마포 지역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는 한결같았습니다. 전세 매물, 저만 못 찾는 걸까요? 정부가 말한 누적된 전세 매물은 어디에 있을까요?

■ '비수기'에도 전셋값은 '상승세'…지난주보다 0.3% ↑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부동산만큼은 그렇습니다. 이브인 오늘(24일)도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은 변함없이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눈에 띄는 건 '전셋값'입니다. 12월 셋째 주, 전국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또다시 0.3%가 올랐습니다. 서울은 지난주와 똑같이 0.14% 올랐고, 인천은 0.37%, 경기도는 0.25%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지방의 전셋값이 심상치 않습니다. 평균 상승률은 0.37%.

지역별로는 세종시가 1.96% 올라 전국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습니다.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원인입니다. 이번 주에는 고운ㆍ새롬ㆍ종촌동 등 그동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던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뛰었습니다.

세종시 바로 옆 충남 공주시의 오름세도 눈에 띕니다. 공주는 지난주 정부의 부동산 규제지역에 포함된 곳인데, 지난주보다 0.5%p 급등한 0.9%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울산(0.73%)과 대전(0.62%), 부산(0.49%) 등 대도시의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공표지역 176개 시·군·구 중 전셋값이 오른 곳은 163곳, 12곳은 그나마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 아파트 전세 거래 '실종'…11월 전세 거래 전월 대비 1.1% ↓


통계적으로는 지난달 전·월세 거래는 소폭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전국의 전·월세 거래량(’20.11월 확정일자 자료 기준)은 17만 3,578건입니다. 10월 17만 2,815건 대비 0.4% 증가했습니다. 말이 증가지 전국적으로 763건 더 거래된 꼴입니다.

통계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전세난'의 실체를 더 확실하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월세는 5.5% 늘었지만, 전세는 오히려 전월 대비 2.9%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 따져보니, 전·월세 거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충북(-8.4%), 전북(-8.2%), 전남(-7.1%) 순이었습니다. 경기도도 1%가 줄었습니다.

사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세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전세난이 시작된 건 8월, 7월 말 도입된 '임대차법'의 후폭풍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찬스를 이용해 기존 전셋집에 2년 더 살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매물은 급감했고, 2년 동안 5% 안에서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게 된 집주인들은 미리미리 세를 올려 가격은 급등했습니다.

문제는 아파트입니다. 11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8만 5,227건으로 전달보다 1.1% 줄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전달보다 3.8% 감소했고, 지방의 거래량도 1.6%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오늘 하루, 귀하신 몸 '아파트 전세 매물'을 못 찾은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 정부, 아파트 31만 가구 공급…내년에는 희망이 있을까?


이틀 전. 정부는 내년에 주택 46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말 대로라면 내년에 수도권에는 27만 8,000가구, 서울 8만 3,000가구가 공급됩니다.

46만 가구 중 아파트 공급은 31만 9,000가구입니다. 서울에만 4만 1,000가구, 수도권에도 18만 8,000가구가 새로 나오게 됩니다.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장밋빛 신호.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부동산114> 자료는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 입장과 극명한 온도 차를 보여줍니다.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임대주택 포함 2만 9,000가구입니다. 올해 공급된 아파트 4만 9,000여 가구의 절반 수준이고, 정부가 발표한 내년 공급 계획 물량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토교통부는 발끈했습니다. "민간은 입주자 모집공고가 끝난 물량을 집계해 분양계획이 없는 공공임대, 후분양 물량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분석은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전체 물량 중 시장의 수요가 몰리는 아파트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31만 9,000가구)은 전체 물량의 69%. 올해 공급된 아파트 물량 비중(78%)보다 9%p 감소한 수치입니다. 나머지는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으로 채워지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 공급 안에는 지난달 발표한 빌라나 호텔 리모델링 물량 3만 6,000가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년 정부의 공급 계획이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빌라나 호텔을 개조한 주택이나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아파트 선호하는 실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전세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입니다.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은 치열했고, 국민들은 고단했습니다. 내년에는 정부의 약속처럼 안정적인 주택 공급과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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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수기에도 오르는 전셋값…매물 실종에 거래도 ‘뚝’
    • 입력 2020-12-24 14:53:08
    취재K
전국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 지속…0.3% ↑<br />지난달 아파트 전·월세 거래 8만 5,227건… 전월 대비 1.1% ↓<br />정부, "내년 아파트 31만 가구 공급"…시장 반응은 '글쎄?'<br />


"이사 수요가 줄면서 가격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되고, 전세 매물누적되고 있습니다."
- 홍남기 부총리 (12.22.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요즘 (아파트) 전세가 어딨어. 거의 안 나와요. 월세는 생각 안 하세요?"
- A 공인중개사 (12.24.경기도 일산)

정부는 말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오늘(24일) 경기도 일산과 김포, 서울 마포 지역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는 한결같았습니다. 전세 매물, 저만 못 찾는 걸까요? 정부가 말한 누적된 전세 매물은 어디에 있을까요?

■ '비수기'에도 전셋값은 '상승세'…지난주보다 0.3% ↑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부동산만큼은 그렇습니다. 이브인 오늘(24일)도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은 변함없이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눈에 띄는 건 '전셋값'입니다. 12월 셋째 주, 전국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또다시 0.3%가 올랐습니다. 서울은 지난주와 똑같이 0.14% 올랐고, 인천은 0.37%, 경기도는 0.25%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지방의 전셋값이 심상치 않습니다. 평균 상승률은 0.37%.

지역별로는 세종시가 1.96% 올라 전국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습니다.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원인입니다. 이번 주에는 고운ㆍ새롬ㆍ종촌동 등 그동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던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뛰었습니다.

세종시 바로 옆 충남 공주시의 오름세도 눈에 띕니다. 공주는 지난주 정부의 부동산 규제지역에 포함된 곳인데, 지난주보다 0.5%p 급등한 0.9%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울산(0.73%)과 대전(0.62%), 부산(0.49%) 등 대도시의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공표지역 176개 시·군·구 중 전셋값이 오른 곳은 163곳, 12곳은 그나마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 아파트 전세 거래 '실종'…11월 전세 거래 전월 대비 1.1% ↓


통계적으로는 지난달 전·월세 거래는 소폭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전국의 전·월세 거래량(’20.11월 확정일자 자료 기준)은 17만 3,578건입니다. 10월 17만 2,815건 대비 0.4% 증가했습니다. 말이 증가지 전국적으로 763건 더 거래된 꼴입니다.

통계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전세난'의 실체를 더 확실하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월세는 5.5% 늘었지만, 전세는 오히려 전월 대비 2.9%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 따져보니, 전·월세 거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충북(-8.4%), 전북(-8.2%), 전남(-7.1%) 순이었습니다. 경기도도 1%가 줄었습니다.

사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세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전세난이 시작된 건 8월, 7월 말 도입된 '임대차법'의 후폭풍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찬스를 이용해 기존 전셋집에 2년 더 살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매물은 급감했고, 2년 동안 5% 안에서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게 된 집주인들은 미리미리 세를 올려 가격은 급등했습니다.

문제는 아파트입니다. 11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8만 5,227건으로 전달보다 1.1% 줄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전달보다 3.8% 감소했고, 지방의 거래량도 1.6%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오늘 하루, 귀하신 몸 '아파트 전세 매물'을 못 찾은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 정부, 아파트 31만 가구 공급…내년에는 희망이 있을까?


이틀 전. 정부는 내년에 주택 46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말 대로라면 내년에 수도권에는 27만 8,000가구, 서울 8만 3,000가구가 공급됩니다.

46만 가구 중 아파트 공급은 31만 9,000가구입니다. 서울에만 4만 1,000가구, 수도권에도 18만 8,000가구가 새로 나오게 됩니다.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장밋빛 신호.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부동산114> 자료는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 입장과 극명한 온도 차를 보여줍니다.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임대주택 포함 2만 9,000가구입니다. 올해 공급된 아파트 4만 9,000여 가구의 절반 수준이고, 정부가 발표한 내년 공급 계획 물량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토교통부는 발끈했습니다. "민간은 입주자 모집공고가 끝난 물량을 집계해 분양계획이 없는 공공임대, 후분양 물량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분석은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전체 물량 중 시장의 수요가 몰리는 아파트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31만 9,000가구)은 전체 물량의 69%. 올해 공급된 아파트 물량 비중(78%)보다 9%p 감소한 수치입니다. 나머지는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으로 채워지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 공급 안에는 지난달 발표한 빌라나 호텔 리모델링 물량 3만 6,000가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년 정부의 공급 계획이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빌라나 호텔을 개조한 주택이나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아파트 선호하는 실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전세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입니다.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은 치열했고, 국민들은 고단했습니다. 내년에는 정부의 약속처럼 안정적인 주택 공급과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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