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 받아도 외교부 ‘넘버 1,2,3’ 는 연정라인

입력 2020.12.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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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 프랑스주재 한국 대사가 외교부 제2차관으로 발탁됐습니다. 최근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이 교체되는 등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다음 달 20일)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외교·안보 진용 정비가 마무리된 겁니다.

대미 라인 정비와 더불어 이번 인사에서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연정라인' 이라고 불리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의 중용입니다. 장관(강경화)과 1차관(최종건)에 이어 2차관까지, 외교부는 넘버 1,2,3 모두 연정라인이 포진하게 됐습니다.

■ '연정 라인'은 걸림돌? 디딤돌?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외무고시 17회에 합격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차관보급)과 프랑스 대사를 지냈습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다자 외교를 다루는 2차관으로서 부족함 없는 경력을 키워온 인물입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최종문 외교부 2차관

그런 만큼 외교가에는 최종문 차관의 기용설이 꾸준히 나왔지만, '연정 라인' 출신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강경화 장관과 최종건 1차관이 각각 연세대 학부와 석사 과정을 졸업한 연정라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의 장차관을 특정 대학, 그것도 같은 과 출신으로 채우는 게 임명권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거라는 분석 때문에, 최 차관에 대한 하마평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외교가에는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외교부 산하에 차관급 직위인 국립외교원장 자리도, 연세대 정외과 출신의 김준형 원장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최 차관에 대해 "외교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상황 판단력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번 차관 인사에선 국정원 1차장으로 윤형중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이 임명됐는데, 윤 차장도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습니다. 국정원 1차장은 대북 업무와 해외 업무를 함께하는 국정원의 핵심요직입니다.

윤형중 차장에 대해 청와대는 "안보전략, 상황 판단력, 개혁 마인드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국가정보원 본연의 북한·해외 정보 분야 역량 강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문재인 정부 들어 연정라인 약진

‘연정 라인’이라는 표현이 외교·안보 부처 안팎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현 정부 출범 직후입니다. 외교·안보 분야 핵심 보직에 연세대 정외과 출신들이 약진했습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특임명예교수)를 필두로, 2016년 10월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부터 손발을 맞춰온 인물들입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왼쪽), 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오른쪽)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왼쪽), 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오른쪽)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기정 원장이 당시 싱크탱크의 연구위원장을 맡았고, 최종건 제1차관이 한반도안보신성장추진단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며, 현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 팀워크 좋겠지만 정책 획일성 우려도

능력 위주로 선발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외교가에서는 특정 학맥이 외교안보라인 주요 직책을 싹쓸이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 대학 출신이 아니면 승진이나 주요 부서 발령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현 정부가 '내 편'에서만 사람을 찾다 보니, 쓸 수 있는 인재 풀이 줄어든다"고 꼬집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정책 획일성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폭넓게 나누면서 최대한 리스크를 제거해나가야 할 텐데 같은 생각만으로 외교안보 라인을 다 채우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특정 시각에 사로잡혀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대화와 협상만 강조하다가 상대국의 어떤 신호를 놓치면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명분만 좇아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외교·안보 분야의 특성상,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유연하게 토론하는 구조가 좋지 않겠느냐"는 지적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습니다. "서로 잘 아는 인물들이 손발을 맞추면 정책 집행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추동하는 데는 효율적인, 유효적절한 인사라는 기대 섞인 평가입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북한은 노동당 8차 당 대회를 열어 대남·대미정책 방향을 정비하고, 미국에선 새 행정부가 출범합니다. 정부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일본과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눈총 받으면서도 선택한 '연정라인'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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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총 받아도 외교부 ‘넘버 1,2,3’ 는 연정라인
    • 입력 2020-12-24 15:54:33
    취재K

최종문 전 프랑스주재 한국 대사가 외교부 제2차관으로 발탁됐습니다. 최근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이 교체되는 등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다음 달 20일)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외교·안보 진용 정비가 마무리된 겁니다.

대미 라인 정비와 더불어 이번 인사에서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연정라인' 이라고 불리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의 중용입니다. 장관(강경화)과 1차관(최종건)에 이어 2차관까지, 외교부는 넘버 1,2,3 모두 연정라인이 포진하게 됐습니다.

■ '연정 라인'은 걸림돌? 디딤돌?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외무고시 17회에 합격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차관보급)과 프랑스 대사를 지냈습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다자 외교를 다루는 2차관으로서 부족함 없는 경력을 키워온 인물입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
그런 만큼 외교가에는 최종문 차관의 기용설이 꾸준히 나왔지만, '연정 라인' 출신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강경화 장관과 최종건 1차관이 각각 연세대 학부와 석사 과정을 졸업한 연정라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의 장차관을 특정 대학, 그것도 같은 과 출신으로 채우는 게 임명권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거라는 분석 때문에, 최 차관에 대한 하마평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외교가에는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외교부 산하에 차관급 직위인 국립외교원장 자리도, 연세대 정외과 출신의 김준형 원장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최 차관에 대해 "외교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상황 판단력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번 차관 인사에선 국정원 1차장으로 윤형중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이 임명됐는데, 윤 차장도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습니다. 국정원 1차장은 대북 업무와 해외 업무를 함께하는 국정원의 핵심요직입니다.

윤형중 차장에 대해 청와대는 "안보전략, 상황 판단력, 개혁 마인드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국가정보원 본연의 북한·해외 정보 분야 역량 강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문재인 정부 들어 연정라인 약진

‘연정 라인’이라는 표현이 외교·안보 부처 안팎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현 정부 출범 직후입니다. 외교·안보 분야 핵심 보직에 연세대 정외과 출신들이 약진했습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특임명예교수)를 필두로, 2016년 10월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부터 손발을 맞춰온 인물들입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왼쪽), 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오른쪽)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기정 원장이 당시 싱크탱크의 연구위원장을 맡았고, 최종건 제1차관이 한반도안보신성장추진단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며, 현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 팀워크 좋겠지만 정책 획일성 우려도

능력 위주로 선발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외교가에서는 특정 학맥이 외교안보라인 주요 직책을 싹쓸이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 대학 출신이 아니면 승진이나 주요 부서 발령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현 정부가 '내 편'에서만 사람을 찾다 보니, 쓸 수 있는 인재 풀이 줄어든다"고 꼬집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정책 획일성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폭넓게 나누면서 최대한 리스크를 제거해나가야 할 텐데 같은 생각만으로 외교안보 라인을 다 채우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특정 시각에 사로잡혀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대화와 협상만 강조하다가 상대국의 어떤 신호를 놓치면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명분만 좇아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외교·안보 분야의 특성상,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유연하게 토론하는 구조가 좋지 않겠느냐"는 지적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습니다. "서로 잘 아는 인물들이 손발을 맞추면 정책 집행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추동하는 데는 효율적인, 유효적절한 인사라는 기대 섞인 평가입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북한은 노동당 8차 당 대회를 열어 대남·대미정책 방향을 정비하고, 미국에선 새 행정부가 출범합니다. 정부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일본과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눈총 받으면서도 선택한 '연정라인'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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