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속 확진 속출’ 불안한 환자, 속타는 병원…“정부 지원 절실”

입력 2020.12.24 (21:19) 수정 2020.12.2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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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어서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 상황 짚어봅니다.

지난 15일 확진자가 나와 동일집단 격리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오늘(24일)까지 13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남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을 옮길수도 퇴원할 수도 없는데다, 필요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인력은 부족하고 생필품마저 떨어졌다고 하는데, 병원 측은 정부 지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정은, 강푸른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5일부터 동일집단 격리된 요양병원의 내부입니다.

이 노인 환자는 간병사가 확진돼 홀로 남았습니다.

복도에는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쌓여 있습니다.

["성훈아, 괜찮니?"]

이성희 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신장 투석을 받는 남동생과 벌써 열흘째 격리돼 있습니다.

이 씨가 머물던 병실에서도 확진자 2명이 이틀 연속 나왔습니다.

감염이 우려돼 화장실 쓰기조차 망설여집니다.

[이성희/환자 보호자 : "제가 세정을 하다가 확진자가 혹시라도 오게 되면 그런 두려움 때문에 거길 가지를 못 하고, 환자도 못 씻기고, 저도 못 씻는 상황이거든요."]

답답한 건, 어느 병실에서 확진자가 나왔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성희 : "다른 분들께 멀리서 여쭤보죠. 거기 확진자 나왔냐고 손 수화 표시를 해요. 이렇게 나왔는지 아니면 이렇게 됐는지…."]

감염도 걱정되지만, 더 큰 걱정은 남동생의 투석 치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투석을 못하면 생명이 위독한데 의료진이 한꺼번에 병원을 관두면서, 현재는 외부 지원 인력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성희/환자 보호자 : "토요일날 (투석을) 받았어야 되는데 못 받고, 일요일까지 지나고 월요일날 받았거든요. 오늘 (투석을) 하고 나서 "앞으로 두 번까지는 해줄 수 있는데 그 이후에는 모르겠다" 이렇게…."]

병원과 관할 보건소, 이 씨의 가족들까지 모두 나서 투석 가능한 병원을 일일이 찾아봤지만 허사였습니다.

병원 측도 투석 환자는 병원을 옮기는 게 위험한데다 코로나 잠복기일 수 있어 퇴원은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씨는 2주 간 자가격리를 한 뒤 외래 진료라도 받을테니 퇴원시켜 달라는 청원까지 올렸습니다.

[이성희 : "제 동생 제발 투석, 일주일에 세 번도 바라지 않아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해줄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싶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허수곤/영상편집:신승기/그래픽:김석훈

▼ 속 타는 건 병원도 마찬가지…“차라리 병상을 알아봐 주세요!”

속 타는 건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명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며, 전화를 끊습니다.

[구로 요양병원 관계자 A 씨/음성변조 : "병원이 있어야 퇴원을 시키죠. 지금 이런 얘기보다도 병원을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네요."]

감염되지 않은 환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려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겁니다.

또 다른 직원은 지금 '전쟁 중'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구로 요양병원 관계자 B씨/음성변조 : "저희 입장에서 보면 전쟁 상황이잖아요. (간호 인력 중에) 너무 힘드니까 집으로 자가격리 하겠다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간호사 절반이 그만두고, 간병인들도 확진되면서 의료 업무는 물론 환자 병 수발까지 남은 간호사들이 도맡고 있다는 겁니다.

청소업체마저 업무를 거부해 그야말로 막막한 상황입니다.

[구로 요양병원 관계자 B 씨/음성변조 : "미화반 하시는 분들도 '감염 환자들 거 못 건드리겠다, 코로나 환자들 거' 그러면서 오늘 한 분 빼고 다 나가 버리셨어요."]

정부가 말하는 병상 확충, 의료인력 지원은 먼 얘기입니다.

[구로 요양 병원 관계자 C 씨/음성변조 : "투석 간호사 이탈이 많아가지고 긴급 요청을 했어요, 보건소에. 두 분이 하루 나왔다가 가신 거예요. 오시라고 제발 부탁했는데도..."]

당장은 생필품과 방역물품이 절실하다고 호소합니다.

[구로 요양병원 관계자 C씨/음성변조 : "지금 너무나 힘들죠. 정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KBS 뉴스 강푸른입니다.

영상 편집: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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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리 속 확진 속출’ 불안한 환자, 속타는 병원…“정부 지원 절실”
    • 입력 2020-12-24 21:19:45
    • 수정2020-12-24 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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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어서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 상황 짚어봅니다.

지난 15일 확진자가 나와 동일집단 격리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오늘(24일)까지 13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남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을 옮길수도 퇴원할 수도 없는데다, 필요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인력은 부족하고 생필품마저 떨어졌다고 하는데, 병원 측은 정부 지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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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강푸른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5일부터 동일집단 격리된 요양병원의 내부입니다.

이 노인 환자는 간병사가 확진돼 홀로 남았습니다.

복도에는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쌓여 있습니다.

["성훈아, 괜찮니?"]

이성희 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신장 투석을 받는 남동생과 벌써 열흘째 격리돼 있습니다.

이 씨가 머물던 병실에서도 확진자 2명이 이틀 연속 나왔습니다.

감염이 우려돼 화장실 쓰기조차 망설여집니다.

[이성희/환자 보호자 : "제가 세정을 하다가 확진자가 혹시라도 오게 되면 그런 두려움 때문에 거길 가지를 못 하고, 환자도 못 씻기고, 저도 못 씻는 상황이거든요."]

답답한 건, 어느 병실에서 확진자가 나왔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성희 : "다른 분들께 멀리서 여쭤보죠. 거기 확진자 나왔냐고 손 수화 표시를 해요. 이렇게 나왔는지 아니면 이렇게 됐는지…."]

감염도 걱정되지만, 더 큰 걱정은 남동생의 투석 치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투석을 못하면 생명이 위독한데 의료진이 한꺼번에 병원을 관두면서, 현재는 외부 지원 인력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성희/환자 보호자 : "토요일날 (투석을) 받았어야 되는데 못 받고, 일요일까지 지나고 월요일날 받았거든요. 오늘 (투석을) 하고 나서 "앞으로 두 번까지는 해줄 수 있는데 그 이후에는 모르겠다" 이렇게…."]

병원과 관할 보건소, 이 씨의 가족들까지 모두 나서 투석 가능한 병원을 일일이 찾아봤지만 허사였습니다.

병원 측도 투석 환자는 병원을 옮기는 게 위험한데다 코로나 잠복기일 수 있어 퇴원은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씨는 2주 간 자가격리를 한 뒤 외래 진료라도 받을테니 퇴원시켜 달라는 청원까지 올렸습니다.

[이성희 : "제 동생 제발 투석, 일주일에 세 번도 바라지 않아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해줄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싶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허수곤/영상편집:신승기/그래픽:김석훈

▼ 속 타는 건 병원도 마찬가지…“차라리 병상을 알아봐 주세요!”

속 타는 건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명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며, 전화를 끊습니다.

[구로 요양병원 관계자 A 씨/음성변조 : "병원이 있어야 퇴원을 시키죠. 지금 이런 얘기보다도 병원을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네요."]

감염되지 않은 환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려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겁니다.

또 다른 직원은 지금 '전쟁 중'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구로 요양병원 관계자 B씨/음성변조 : "저희 입장에서 보면 전쟁 상황이잖아요. (간호 인력 중에) 너무 힘드니까 집으로 자가격리 하겠다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간호사 절반이 그만두고, 간병인들도 확진되면서 의료 업무는 물론 환자 병 수발까지 남은 간호사들이 도맡고 있다는 겁니다.

청소업체마저 업무를 거부해 그야말로 막막한 상황입니다.

[구로 요양병원 관계자 B 씨/음성변조 : "미화반 하시는 분들도 '감염 환자들 거 못 건드리겠다, 코로나 환자들 거' 그러면서 오늘 한 분 빼고 다 나가 버리셨어요."]

정부가 말하는 병상 확충, 의료인력 지원은 먼 얘기입니다.

[구로 요양 병원 관계자 C 씨/음성변조 : "투석 간호사 이탈이 많아가지고 긴급 요청을 했어요, 보건소에. 두 분이 하루 나왔다가 가신 거예요. 오시라고 제발 부탁했는데도..."]

당장은 생필품과 방역물품이 절실하다고 호소합니다.

[구로 요양병원 관계자 C씨/음성변조 : "지금 너무나 힘들죠. 정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KBS 뉴스 강푸른입니다.

영상 편집: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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