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집에서 하면 안되나요?”

입력 2020.12.25 (08:02) 수정 2020.12.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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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수도권 150여 개의 임시선별검사소에 신속항원검사가 도입됐습니다.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6시간 넘게 걸리는 기존 PCR 검사와 달리 30분 안에 결과가 나오는 빠르고 간편한 이 검사법.

어디서 어떻게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또, 그런 장점이 있다면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가정용으로도 쓸 수 있는 걸까요.

■ 임시선별검사소 무료, 진단키트 있는 민간 병원도 가능

우선 신속항원검사는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거나 접촉자가 아니어도 의심만 된다면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요양기관 등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이때는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검사 비용 만 6천 원 중에서 본인 부담률 50%인 8천 원을 내면 됩니다.

민간 의료기관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매해 갖고 있다면, 역시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방역 당국은 "신속하게 의심환자를 찾기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이 검사법이 기존 PCR을 대체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습니다.

100명 중 10명 정도는 양성을 음성으로 잘못 진단하는 '위음성(가짜 음성)'이 나올 수 있고,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한 번 더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임시선별검사소에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존 PCR 검사가 과부하 상태인 것도 아니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은 방법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 가정용으로 쓸 수 있을까…방역 당국 "지금은 안 돼"

빠르고 간편한 신속항원검사법이 도입되자, 이를 가정용으로도 승인받을 경우 진단 키트로 사용할 수 있지 않냐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가정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호주 제약회사 엘룸이 개발한 이 진단 키트는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키트를 스마트폰에 부착하면 15분 안에 진단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가격은 30달러, 우리 돈 3만 3천 원 정도로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사면 됩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코로나19 환자 규모나 진단검사 접근성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방역 당국의 입장은, 현재로선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애초 가정용으로 승인을 받지 않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안전성과 정확도' 때문입니다.

신속항원검사의 검체 채취 방법은 기존 PCR과 같습니다. 콧구멍을 지나 입천장과 평평한 각도로 면봉을 깊이 밀어 넣은 뒤 분비물을 긁고 또 몇 초간 분비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어 채취합니다.

검체 채취 부위는 매우 민감해 사람에 따라 통증이 따를 수 있으므로 자가 채취가 어렵고 '출혈'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비의료인이 검체 채취를 하면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고, 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데도 일정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반복 검사로 정확도 높아져" VS "위음성 환자로 방역 혼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의 검체 채취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방법이 아니다"라며 "일반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신속항원검사는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정확도도 높아진다"라며 "가정용으로 도입되면 자주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진단이 돼서 가족 간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증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격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증 환자 발생률을 낮춰 의료 체계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의료인은 혼자 제대로 된 검체를 채취하기 어렵고 신속항원검사는 PCR과 비교하면 정확도도 낮다"며 "위음성인데 본인이 그냥 음성이라고 생각해서 방역의 조치를 충분하게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속항원검사를 가정용으로 도입하면 의료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거란 겁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PCR 검사 접근성도 높고 결과도 반나절이면 나온다"며 "정확도가 높고 가능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속항원검사, 긴급하거나 부득이할 때만 써야"

논란이 일자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상황에서만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체 680개(양성 380개, 음성 300개)를 사용해 신속항원 진단키트의 성능을 평가해 보니, 국내 신규확진자에게 썼을 때 예상되는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가 41.5%였다는 겁니다. 기존에 써 왔던 비인두도말 PCR 방식의 민감도가 91~94%니까 크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특히 바이러스양이 적은 검사 대상자일수록 '가짜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검사의학회는 지적했습니다. 민감도를 더 높아지기 전에 사용을 확대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결국, 현재로선 신속항원검사를 긴급 진단이 필요한 응급실이나 매번 PCR 검사를 하긴 힘든 곳에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대부분의 의견입니다.

응급 환자의 경우 PCR과 신속항원검사를 동시에 시행한 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면 필요한 응급조치를 바로 진행하고, 그 뒤 PCR 검사의 결과를 확인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치매 환자 등이 있는 요양원 등에서도 신속항원검사가 유용할 수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응급실 신속항원검사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수도권의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에 대해서는 예산을 확보해 주 2회 정도 선제적인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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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집에서 하면 안되나요?”
    • 입력 2020-12-25 08:02:39
    • 수정2020-12-25 08:03:03
    취재K

지난 14일, 수도권 150여 개의 임시선별검사소에 신속항원검사가 도입됐습니다.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6시간 넘게 걸리는 기존 PCR 검사와 달리 30분 안에 결과가 나오는 빠르고 간편한 이 검사법.

어디서 어떻게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또, 그런 장점이 있다면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가정용으로도 쓸 수 있는 걸까요.

■ 임시선별검사소 무료, 진단키트 있는 민간 병원도 가능

우선 신속항원검사는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거나 접촉자가 아니어도 의심만 된다면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요양기관 등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이때는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검사 비용 만 6천 원 중에서 본인 부담률 50%인 8천 원을 내면 됩니다.

민간 의료기관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매해 갖고 있다면, 역시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방역 당국은 "신속하게 의심환자를 찾기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이 검사법이 기존 PCR을 대체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습니다.

100명 중 10명 정도는 양성을 음성으로 잘못 진단하는 '위음성(가짜 음성)'이 나올 수 있고,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한 번 더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임시선별검사소에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존 PCR 검사가 과부하 상태인 것도 아니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은 방법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 가정용으로 쓸 수 있을까…방역 당국 "지금은 안 돼"

빠르고 간편한 신속항원검사법이 도입되자, 이를 가정용으로도 승인받을 경우 진단 키트로 사용할 수 있지 않냐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가정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호주 제약회사 엘룸이 개발한 이 진단 키트는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키트를 스마트폰에 부착하면 15분 안에 진단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가격은 30달러, 우리 돈 3만 3천 원 정도로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사면 됩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코로나19 환자 규모나 진단검사 접근성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방역 당국의 입장은, 현재로선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애초 가정용으로 승인을 받지 않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안전성과 정확도' 때문입니다.

신속항원검사의 검체 채취 방법은 기존 PCR과 같습니다. 콧구멍을 지나 입천장과 평평한 각도로 면봉을 깊이 밀어 넣은 뒤 분비물을 긁고 또 몇 초간 분비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어 채취합니다.

검체 채취 부위는 매우 민감해 사람에 따라 통증이 따를 수 있으므로 자가 채취가 어렵고 '출혈'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비의료인이 검체 채취를 하면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고, 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데도 일정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반복 검사로 정확도 높아져" VS "위음성 환자로 방역 혼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의 검체 채취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방법이 아니다"라며 "일반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신속항원검사는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정확도도 높아진다"라며 "가정용으로 도입되면 자주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진단이 돼서 가족 간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증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격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증 환자 발생률을 낮춰 의료 체계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의료인은 혼자 제대로 된 검체를 채취하기 어렵고 신속항원검사는 PCR과 비교하면 정확도도 낮다"며 "위음성인데 본인이 그냥 음성이라고 생각해서 방역의 조치를 충분하게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속항원검사를 가정용으로 도입하면 의료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거란 겁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PCR 검사 접근성도 높고 결과도 반나절이면 나온다"며 "정확도가 높고 가능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속항원검사, 긴급하거나 부득이할 때만 써야"

논란이 일자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상황에서만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체 680개(양성 380개, 음성 300개)를 사용해 신속항원 진단키트의 성능을 평가해 보니, 국내 신규확진자에게 썼을 때 예상되는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가 41.5%였다는 겁니다. 기존에 써 왔던 비인두도말 PCR 방식의 민감도가 91~94%니까 크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특히 바이러스양이 적은 검사 대상자일수록 '가짜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검사의학회는 지적했습니다. 민감도를 더 높아지기 전에 사용을 확대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결국, 현재로선 신속항원검사를 긴급 진단이 필요한 응급실이나 매번 PCR 검사를 하긴 힘든 곳에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대부분의 의견입니다.

응급 환자의 경우 PCR과 신속항원검사를 동시에 시행한 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면 필요한 응급조치를 바로 진행하고, 그 뒤 PCR 검사의 결과를 확인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치매 환자 등이 있는 요양원 등에서도 신속항원검사가 유용할 수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응급실 신속항원검사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수도권의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에 대해서는 예산을 확보해 주 2회 정도 선제적인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 '코로나19 3차 대유행 특집' 바로가기
http://news.kbs.co.kr/special/coronaSpecial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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