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가스 방문 점검은 ‘계속’…이유는 실적 경쟁

입력 2020.12.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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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도 도시가스 점검원들은 집마다 돌며 가스 누출이 없는지 점검을 합니다. 평소처럼 자신이 담당하는 수천 세대의 가구 가운데 점검을 아직 받지 않은 집들을 방문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겁니다.

점검원 네 명 중 세 명은 성희롱을 경험하고 대다수 폭언과 욕설에 노출되는 방문점검은 매번 조심스럽습니다. (출처 : 가스 점검원 실태조사, 민주노총 2019)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이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자신이 감염될 수도 있고,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큽니다. 심지어 점검을 하러 갔는데 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있는 집인 경우도 있습니다. 안전장비는 자비로 마련한 마스크가 전부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8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방문 점검 중지를 5개 가스공급사에 요청했다.서울시는 지난 8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방문 점검 중지를 5개 가스공급사에 요청했다.

■ '점검 중지' 서울시 공문에도 계속된 방문..."이유는 실적 경쟁"

서울시는 이달 초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높아지면서 고객이 원해도 가스 방문점검을 하지 말아 달라는 공문을 시내 5개 가스공급사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공급사와 계약을 맺고 점검 업무를 맡은 고객센터들 가운데 일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서울시의 중지 요청에 상관없이 방문점검 실적을 채우라는 지시가 점검원들에게 내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무슨 방문이냐'는 핀잔을 들어가며 점검원들은 담당 세대에 연락을 돌려 점검 일정을 잡았습니다.

서울시 요청에도 왜 일부 고객센터는 방문 점검을 강행하는 걸까요. 바로 고객센터가 얻는 이윤 구조 때문입니다. 한 공급사 아래에 수십 개의 고객센터가 업무를 위탁받고 서로 경쟁하는 구조입니다. 방문 점검 실적에 따라 이후 공급사가 고객센터에 주는 성과급의 액수가 달라지고 재계약에도 영향을 줍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실적이 상대보다 못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제(23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가스 점검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그제(23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가스 점검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점검원 "단순 공지 아닌 실질적 대안 필요"...서울시 '현장조사 검토'

방문 점검이 지속되는 데에 대해 해당 공급사는 '방문점검을 하지 않도록 고객센터에 공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점검원들은 단순히 점검하지 말라는 공지에 그치지 않고 공급사 등이 통일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도록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윤숙 공공운수노조 서울도시가스 분회장은 "일개 점검원은 회사에서 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고 있겠지'가 아니라 '멈추고 있는지', '제대로 현장에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공급사 그리고 서울시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방문점검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공급사에 하고 있다면서, 향후 방문점검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현장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코로나19 3차 대유행 특집' 바로가기
http://news.kbs.co.kr/special/coronaSpecial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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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에도 가스 방문 점검은 ‘계속’…이유는 실적 경쟁
    • 입력 2020-12-25 09:05:37
    취재K

연말에도 도시가스 점검원들은 집마다 돌며 가스 누출이 없는지 점검을 합니다. 평소처럼 자신이 담당하는 수천 세대의 가구 가운데 점검을 아직 받지 않은 집들을 방문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겁니다.

점검원 네 명 중 세 명은 성희롱을 경험하고 대다수 폭언과 욕설에 노출되는 방문점검은 매번 조심스럽습니다. (출처 : 가스 점검원 실태조사, 민주노총 2019)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이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자신이 감염될 수도 있고,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큽니다. 심지어 점검을 하러 갔는데 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있는 집인 경우도 있습니다. 안전장비는 자비로 마련한 마스크가 전부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8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방문 점검 중지를 5개 가스공급사에 요청했다.
■ '점검 중지' 서울시 공문에도 계속된 방문..."이유는 실적 경쟁"

서울시는 이달 초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높아지면서 고객이 원해도 가스 방문점검을 하지 말아 달라는 공문을 시내 5개 가스공급사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공급사와 계약을 맺고 점검 업무를 맡은 고객센터들 가운데 일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서울시의 중지 요청에 상관없이 방문점검 실적을 채우라는 지시가 점검원들에게 내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무슨 방문이냐'는 핀잔을 들어가며 점검원들은 담당 세대에 연락을 돌려 점검 일정을 잡았습니다.

서울시 요청에도 왜 일부 고객센터는 방문 점검을 강행하는 걸까요. 바로 고객센터가 얻는 이윤 구조 때문입니다. 한 공급사 아래에 수십 개의 고객센터가 업무를 위탁받고 서로 경쟁하는 구조입니다. 방문 점검 실적에 따라 이후 공급사가 고객센터에 주는 성과급의 액수가 달라지고 재계약에도 영향을 줍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실적이 상대보다 못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제(23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가스 점검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점검원 "단순 공지 아닌 실질적 대안 필요"...서울시 '현장조사 검토'

방문 점검이 지속되는 데에 대해 해당 공급사는 '방문점검을 하지 않도록 고객센터에 공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점검원들은 단순히 점검하지 말라는 공지에 그치지 않고 공급사 등이 통일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도록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윤숙 공공운수노조 서울도시가스 분회장은 "일개 점검원은 회사에서 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고 있겠지'가 아니라 '멈추고 있는지', '제대로 현장에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공급사 그리고 서울시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방문점검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공급사에 하고 있다면서, 향후 방문점검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현장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코로나19 3차 대유행 특집' 바로가기 http://news.kbs.co.kr/special/coronaSpecial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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