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청소노동자 김정현 씨는 왜 재계약이 되지 않았나?

입력 2020.12.28 (16:54) 수정 2020.12.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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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세가 된 김정현 씨는 2017년부터 KBS 수원센터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KBS비즈니스지회 노동조합의 운영위원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KBS비즈니스 사측으로부터 ‘계약이 만료됐고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업무평가 내용이 나쁘다’는 이유였습니다. 올해 말 회사를 떠나야 하는 김 씨. "업무평가는 공정하지 못하고 객관성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 씨를 비롯해 공공연대노동조합 KBS비즈니스지회는 오늘(28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김 씨에 대한 해고를 철회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계약 단위 3년 연장해놓고 노조위원 해고…철회 촉구”

노조 측은 KBS비즈니스가 김 씨와 재계약을 맺지 않은 건 노조간부에 대한 탄압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위해 가장 앞서 싸웠던 노조간부인 김 씨가 노사 합의 4일 만에 사실상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KBS비즈니스 노사는 1년 단위 근로계약을 3년으로 연장하고 병가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나흘 뒤 노조 운영위원인 김 씨에게 '업무평가 미흡'을 사유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는 겁니다. 면담 요청도 사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KBS비즈니스지회가 오늘(28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청소비정규직 노조간부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KBS비즈니스지회가 오늘(28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청소비정규직 노조간부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측 노력에도 개선 없어…지시 불이행에 평가도 미달”

공공연대노동조합 KBS 비즈니스 지회가 김 씨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상황을 비난하고 있지만, 사측은 정당한 업무 평가에 따른 결과였다는 입장입니다.

KBS 비즈니스 관계자는 “김 씨는 동료들과 다툼이 있었고 관리자 등의 업무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직원과 마찰이 있던 김 씨를 혼자 근무할 수 있는 곳으로 배치하고 관리자 상담이나 교육 등을 통해 업무 태도를 개선할 기회를 줬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업무태도는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았고 올해 10월 실시한 근무성적 평가 결과 미흡으로 평가돼, 같은 수준으로 평가된 다른 직원들처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게 KBS비즈니스 사측의 주장입니다.

근무 평가에 따른 재계약 대상자는 임단협 잠정 합의 전에 결정됐고, 김 씨에 대한 결정이 노조활동과는 무관하다고 사측은 강조했습니다.

■"사직서 작성 강요"…"잘하겠다는 각오로 스스로 쓴 것"

김 씨를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사직서'입니다.

김 씨는 올해 초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 사측으로부터 사직서 작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김 씨는 "동료와 불화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사측이 사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며 "이는 억울하다며 못 쓰겠다고 하자 이런 일이 재발하면 퇴사하는 조건으로 날짜가 적히지 않은 사직서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KBS비즈니스 수원지사장이 그동안 현장에서 '송곳' 같은 존재였던 김 씨의 사직서를 강요했다”며 “재계약이 불안했던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직서를 쓰고서야 근로 계약서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노조 측은 지난 5월 노사교섭에 출석한 KBS비즈니스 수원지사장이 사직서 강요에 대해 노조와 김 씨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직서는 처리하기 위해 받은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한 것일 뿐 그에 대해 사과를 한 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올해 초 사직서를 받은 것은 김 씨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약속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KBS 비즈니스 관계자는 “지난해 계약 기간 만료를 통보하려고 했지만 김 씨가 문제 발생 시 사직서를 낸다는 각오로 다시 열심히 하겠다며 직접 자필로 사직서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노사 간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은 "이번 일을 환경노동자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겠다"며 김 씨의 재계약을 위해 노동청 고발 등 모든 방침을 동원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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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청소노동자 김정현 씨는 왜 재계약이 되지 않았나?
    • 입력 2020-12-28 16:54:45
    • 수정2020-12-28 16:55:14
    취재K

올해 60세가 된 김정현 씨는 2017년부터 KBS 수원센터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KBS비즈니스지회 노동조합의 운영위원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KBS비즈니스 사측으로부터 ‘계약이 만료됐고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업무평가 내용이 나쁘다’는 이유였습니다. 올해 말 회사를 떠나야 하는 김 씨. "업무평가는 공정하지 못하고 객관성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 씨를 비롯해 공공연대노동조합 KBS비즈니스지회는 오늘(28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김 씨에 대한 해고를 철회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계약 단위 3년 연장해놓고 노조위원 해고…철회 촉구”

노조 측은 KBS비즈니스가 김 씨와 재계약을 맺지 않은 건 노조간부에 대한 탄압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위해 가장 앞서 싸웠던 노조간부인 김 씨가 노사 합의 4일 만에 사실상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KBS비즈니스 노사는 1년 단위 근로계약을 3년으로 연장하고 병가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나흘 뒤 노조 운영위원인 김 씨에게 '업무평가 미흡'을 사유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는 겁니다. 면담 요청도 사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KBS비즈니스지회가 오늘(28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청소비정규직 노조간부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측 노력에도 개선 없어…지시 불이행에 평가도 미달”

공공연대노동조합 KBS 비즈니스 지회가 김 씨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상황을 비난하고 있지만, 사측은 정당한 업무 평가에 따른 결과였다는 입장입니다.

KBS 비즈니스 관계자는 “김 씨는 동료들과 다툼이 있었고 관리자 등의 업무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직원과 마찰이 있던 김 씨를 혼자 근무할 수 있는 곳으로 배치하고 관리자 상담이나 교육 등을 통해 업무 태도를 개선할 기회를 줬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업무태도는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았고 올해 10월 실시한 근무성적 평가 결과 미흡으로 평가돼, 같은 수준으로 평가된 다른 직원들처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게 KBS비즈니스 사측의 주장입니다.

근무 평가에 따른 재계약 대상자는 임단협 잠정 합의 전에 결정됐고, 김 씨에 대한 결정이 노조활동과는 무관하다고 사측은 강조했습니다.

■"사직서 작성 강요"…"잘하겠다는 각오로 스스로 쓴 것"

김 씨를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사직서'입니다.

김 씨는 올해 초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 사측으로부터 사직서 작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김 씨는 "동료와 불화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사측이 사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며 "이는 억울하다며 못 쓰겠다고 하자 이런 일이 재발하면 퇴사하는 조건으로 날짜가 적히지 않은 사직서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KBS비즈니스 수원지사장이 그동안 현장에서 '송곳' 같은 존재였던 김 씨의 사직서를 강요했다”며 “재계약이 불안했던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직서를 쓰고서야 근로 계약서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노조 측은 지난 5월 노사교섭에 출석한 KBS비즈니스 수원지사장이 사직서 강요에 대해 노조와 김 씨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직서는 처리하기 위해 받은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한 것일 뿐 그에 대해 사과를 한 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올해 초 사직서를 받은 것은 김 씨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약속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KBS 비즈니스 관계자는 “지난해 계약 기간 만료를 통보하려고 했지만 김 씨가 문제 발생 시 사직서를 낸다는 각오로 다시 열심히 하겠다며 직접 자필로 사직서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노사 간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은 "이번 일을 환경노동자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겠다"며 김 씨의 재계약을 위해 노동청 고발 등 모든 방침을 동원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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