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들어와 청력을 잃었어요”…아이들 위협하는 ‘집’

입력 2020.12.29 (06:39) 수정 2020.12.29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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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열악한 주거환경은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 아이들의 건강까지 위협합니다.

낡고 오래된 집은 집 자체가 아이들에게 위험한 환경일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위험으로 아이들을 내몰기도 합니다.

먼저 이수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곳곳이 깨져 울퉁불퉁한 바닥.

서랍장은 벽돌을 괴어 겨우 세워뒀습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5명의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7명이 사는 집.

거실 바닥을 받치는 나무가 썩어 내려앉고 있는데, 바닥이 깨지면서 보일러 열선까지 드러났습니다.

[할머니/음성변조 : "이게 다 보일러 선인데 이게 이러면은, 이게 떨어지면 애들 화상 입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깨진 바닥에서 올라오는 벌레도 아이들을 괴롭히지만 어려운 형편에 이사는 엄두도 못 냅니다.

[할머니/음성변조 : "좀 깨끗한 방, 벌레 안 나오고 하는 방, (아이들이) 그런 걸 원하긴 하는데 참 부모로서 좀 애들한테 그런거 불편 없이 그렇게 해줘야 하는데…. 이사를 가려고 해도 식구도 많다 보니까…."]

우리 법은 사람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정해놨습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네모 안, 한 명이 사는데 최소한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정한 면적 14제곱미터입니다.

가족이 늘어나면 방과 면적도 늘어나야 하고 채광과 난방 같은 환경 기준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 주거기준', 주거빈곤층에게는 법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세 남매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 집은 반지하라 늘 습기가 차고 수시로 벌레가 나옵니다.

얼마 전에는 첫째 아이가 자는 사이 벌레가 귀에 들어가 한 쪽 청력을 잃었습니다.

[윤영길/할아버지 : "피고름이 자꾸 흐르길래 병원을 가서 물어봤더니 조그만 벌레 같은 게 (귀에) 들어가서 문 것 같다고... 그때는 장판 들면 (벌레가) 바닥에 새카맣게 있어요."]

이렇게 열악한 주거 환경은 불편함을 넘어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서울시가 만 18세 이하 아동이 있는 주거 취약가구를 조사했더니 75% 이상이 주거환경 때문에 아이에게 질병이 생겼다고 답했습니다.

주로 비염 등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 등 피부질환 등이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아동 주거 문제는 다른 문제보다도 먼저 저는 좀 해결이 되어야 된다고 보는 것이 이게 그 아이의 평생의 기회를 좌우해요. 그 열악한 집에서 습기와 곰팡이랑 싸우면서 이제 아이가 병을 얻게 되고, 그럼 이거 결국 학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좁고 열악한 수준을 넘어 집이 아닌 곳에서까지 살고 있는 '주거빈곤' 상태의 아동은 전국에 약 9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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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레가 들어와 청력을 잃었어요”…아이들 위협하는 ‘집’
    • 입력 2020-12-29 06:39:01
    • 수정2020-12-29 06:46:34
    뉴스광장 1부
[앵커]

열악한 주거환경은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 아이들의 건강까지 위협합니다.

낡고 오래된 집은 집 자체가 아이들에게 위험한 환경일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위험으로 아이들을 내몰기도 합니다.

먼저 이수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곳곳이 깨져 울퉁불퉁한 바닥.

서랍장은 벽돌을 괴어 겨우 세워뒀습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5명의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7명이 사는 집.

거실 바닥을 받치는 나무가 썩어 내려앉고 있는데, 바닥이 깨지면서 보일러 열선까지 드러났습니다.

[할머니/음성변조 : "이게 다 보일러 선인데 이게 이러면은, 이게 떨어지면 애들 화상 입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깨진 바닥에서 올라오는 벌레도 아이들을 괴롭히지만 어려운 형편에 이사는 엄두도 못 냅니다.

[할머니/음성변조 : "좀 깨끗한 방, 벌레 안 나오고 하는 방, (아이들이) 그런 걸 원하긴 하는데 참 부모로서 좀 애들한테 그런거 불편 없이 그렇게 해줘야 하는데…. 이사를 가려고 해도 식구도 많다 보니까…."]

우리 법은 사람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정해놨습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네모 안, 한 명이 사는데 최소한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정한 면적 14제곱미터입니다.

가족이 늘어나면 방과 면적도 늘어나야 하고 채광과 난방 같은 환경 기준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 주거기준', 주거빈곤층에게는 법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세 남매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 집은 반지하라 늘 습기가 차고 수시로 벌레가 나옵니다.

얼마 전에는 첫째 아이가 자는 사이 벌레가 귀에 들어가 한 쪽 청력을 잃었습니다.

[윤영길/할아버지 : "피고름이 자꾸 흐르길래 병원을 가서 물어봤더니 조그만 벌레 같은 게 (귀에) 들어가서 문 것 같다고... 그때는 장판 들면 (벌레가) 바닥에 새카맣게 있어요."]

이렇게 열악한 주거 환경은 불편함을 넘어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서울시가 만 18세 이하 아동이 있는 주거 취약가구를 조사했더니 75% 이상이 주거환경 때문에 아이에게 질병이 생겼다고 답했습니다.

주로 비염 등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 등 피부질환 등이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아동 주거 문제는 다른 문제보다도 먼저 저는 좀 해결이 되어야 된다고 보는 것이 이게 그 아이의 평생의 기회를 좌우해요. 그 열악한 집에서 습기와 곰팡이랑 싸우면서 이제 아이가 병을 얻게 되고, 그럼 이거 결국 학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좁고 열악한 수준을 넘어 집이 아닌 곳에서까지 살고 있는 '주거빈곤' 상태의 아동은 전국에 약 9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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