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퇴직금 줄 돈 없어 퇴직 못 시켜요”…1년째 멈춘 여행업계
입력 2020.12.29 (07:02)
수정 2020.12.2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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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줄 수 없어 직원 못 보내는 사장님
"내년 이맘때 여행 재개된다고 보면, 참아온 만큼 참아야 한다는 소리죠. 대출도 바닥나고…"
인천에서 여행사 대리점을 하는 송의중 씨. 코로나19로 매출이 '0'인 상황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 씨는 소상공인 긴급대출을 받았지만, 이마저 거의 다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일을 찾아봤지만, 송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올해로 여행업만 36년째인 송 씨가 다른 사업에 뛰어들기엔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일자리를 찾기엔 66살의 나이가 걸림돌이었습니다.
송 씨 밑에서 일하던 직원은 총 5명.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한 달 전에 끝나 이젠 무급휴직 상태입니다. 하지만 퇴사를 시키려 해도 시키지 못한다고 송 씨는 말합니다.
여행사 대리점 사장인 송의중 씨.
송의중 / 여행사 대리점 사장 "여행사에서 지금 직원 퇴직을 못 시키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퇴직금을 줄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퇴직을 못 시키고 있습니다. 퇴직을 시키고 싶지만, 퇴직금을 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퇴직을 못 시키고 무급휴가로 다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여행업계에선 (여행) 재개가 가능할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면 가능하지 않을까…" |
송 씨는 지금까지 버텨온 여행사 중에 상당수가 폐업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년 연말까지 버텨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거죠.
다른 여행사 대리점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특히 혼자 혹은 부부가 같이하는 영세 여행사 대리점이 유독 많은데,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택배나 배달일에 뛰어든 전직 사장님들이 많다고 송 씨는 전합니다.
[뉴스9] 아내는 붕어빵, 남편은 라이더…“얼마나, 어떻게 버틸까가 두려워요” (2020.12.23)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8645
■"자괴감을 많이 느껴요"…문서 한 장 받기 어려운 프리랜서
코로나19가 감염에 취약한 곳을 파고들듯,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도 열악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더 가혹합니다. 프리랜서로 여행업계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올해 1년이 그렇습니다.
관광통역안내사인 박진영 씨는 올해 직업을 5차례나 바꿨습니다. 2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에게 통역 등 관광안내를 했지만, 3월부턴 택배와 음식 배달, 대리운전 등을 했습니다.
가장(家長)이라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길어지자, 9월부턴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따고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돈이 너무도 아쉽지만, 손 씨는 프리랜서에게 주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서류가 너무 많고, 모호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여행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라 해촉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받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관광통역안내사인 박진영 씨(왼쪽)와 안국태 씨(오른쪽)
박진영 / 관광통역안내사 "잠을 줄여서라도 일을 한두 개, 많이 할 땐 일을 3개까지 하다 보니 서류를 만들 시간도 없었고, 그걸 가지고 갈 시간도 만들어내기가 어려워 포기하게 됐습니다." "일을 여행사에서 받을 때는 정말 어렵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 (관광통역안내사) 일이 없어지긴 쉽거든요. (여행사를 상대로) 서류를 떼는 작업, 증빙하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도 있고요." |
관광통역안내사 안국태 씨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프리랜서라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은 남의 일입니다. 생계에 필요한 대출도 어렵습니다.
당장 수입이 없어 각종 지원을 해봤지만, 안 씨는 하면 할수록 자괴감이 든다고 말합니다. 계약서 한 장 쓰지 못하는 프리랜서의 현실을 여러 기관의 관계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에 따르면, 올 7월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한 관광통역안내사는 396명입니다. 협회 회원 3,691명 가운데 10%만 신청한 겁니다. 협회 관계자는 '자료 증빙이 쉽지 않은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관광객 사진사 등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여행업계 프리랜서들도 역시 정부 지원에서 소외됐다고 안 씨는 말합니다.
안국태 / 관광통역안내사 "저희 입장에서 뭔가 지원할 때 경력증명서나 다른 서류들을 내야 하는데, 자괴감을 많이 느껴요. '진짜 우리를 위해서 하는 건가?' 이쪽 사정을 많이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저희보다 어려운 경우는 사진사분들. (사진사들도) 프리랜서고 투어를 나오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잖아요. 대부분 아르바이트 하고, 막일도 하시고, 배달도 하시고…. 지인에게 들었는데 두 분 정도는 목숨을 끊었다고 들었습니다." |
[뉴스9] ‘기업 위주’ 피해 지원…현지 여행업자·프리랜서는 한숨만 (2020.12.24)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9667
■"관광산업은 반드시 회복"…. 여기서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들어
국내 전체 여행업체 가운데 5인 미만의 영세 업체는 75%나 됩니다. 또 여행업이라는 게 경기에 민감하다 보니 부정기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종사자들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행업계를 지원할 때 이런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 여행업계의 어려움은 초유의 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오기도 어렵고, 내국인이 해외에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은 이전 감염병 사태 때도 없었던 일이란 겁니다. 그만큼 여행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산업 전반을 살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교수(왼쪽),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오른쪽)
홍규선 / 동서울대학교 교수 (관광학박사) "여행업을 재난 업종으로 지정해서 (여행산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훈 /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관광은 일정 시점이 지나면 반드시 회복됩니다. 회복 시에는 폭발적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는데, 그때는 일정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여행업이나 통역 가이드나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여행산업 생태계 전체가 흘러가는데 큰 위험이 있습니다. " |
영세업자와 프리랜서 등의 지금 당장 '생존'을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국내 관광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이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 정교하게 예측한 뒤 과감하게 지원하고, 지원 절차는 최대한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그때까지 견디면 당신들은 회복될 수 있어'라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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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12-29 07:02:01
- 수정2020-12-29 0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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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여행사 대리점을 하는 송의중 씨. 코로나19로 매출이 '0'인 상황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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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일을 찾아봤지만, 송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올해로 여행업만 36년째인 송 씨가 다른 사업에 뛰어들기엔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일자리를 찾기엔 66살의 나이가 걸림돌이었습니다.
송 씨 밑에서 일하던 직원은 총 5명.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한 달 전에 끝나 이젠 무급휴직 상태입니다. 하지만 퇴사를 시키려 해도 시키지 못한다고 송 씨는 말합니다.
송의중 / 여행사 대리점 사장 "여행사에서 지금 직원 퇴직을 못 시키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퇴직금을 줄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퇴직을 못 시키고 있습니다. 퇴직을 시키고 싶지만, 퇴직금을 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퇴직을 못 시키고 무급휴가로 다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여행업계에선 (여행) 재개가 가능할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면 가능하지 않을까…" |
송 씨는 지금까지 버텨온 여행사 중에 상당수가 폐업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년 연말까지 버텨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거죠.
다른 여행사 대리점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특히 혼자 혹은 부부가 같이하는 영세 여행사 대리점이 유독 많은데,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택배나 배달일에 뛰어든 전직 사장님들이 많다고 송 씨는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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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통역안내사인 박진영 씨는 올해 직업을 5차례나 바꿨습니다. 2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에게 통역 등 관광안내를 했지만, 3월부턴 택배와 음식 배달, 대리운전 등을 했습니다.
가장(家長)이라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길어지자, 9월부턴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따고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돈이 너무도 아쉽지만, 손 씨는 프리랜서에게 주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서류가 너무 많고, 모호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여행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라 해촉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받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박진영 / 관광통역안내사 "잠을 줄여서라도 일을 한두 개, 많이 할 땐 일을 3개까지 하다 보니 서류를 만들 시간도 없었고, 그걸 가지고 갈 시간도 만들어내기가 어려워 포기하게 됐습니다." "일을 여행사에서 받을 때는 정말 어렵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 (관광통역안내사) 일이 없어지긴 쉽거든요. (여행사를 상대로) 서류를 떼는 작업, 증빙하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도 있고요." |
관광통역안내사 안국태 씨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프리랜서라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은 남의 일입니다. 생계에 필요한 대출도 어렵습니다.
당장 수입이 없어 각종 지원을 해봤지만, 안 씨는 하면 할수록 자괴감이 든다고 말합니다. 계약서 한 장 쓰지 못하는 프리랜서의 현실을 여러 기관의 관계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에 따르면, 올 7월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한 관광통역안내사는 396명입니다. 협회 회원 3,691명 가운데 10%만 신청한 겁니다. 협회 관계자는 '자료 증빙이 쉽지 않은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관광객 사진사 등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여행업계 프리랜서들도 역시 정부 지원에서 소외됐다고 안 씨는 말합니다.
안국태 / 관광통역안내사 "저희 입장에서 뭔가 지원할 때 경력증명서나 다른 서류들을 내야 하는데, 자괴감을 많이 느껴요. '진짜 우리를 위해서 하는 건가?' 이쪽 사정을 많이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저희보다 어려운 경우는 사진사분들. (사진사들도) 프리랜서고 투어를 나오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잖아요. 대부분 아르바이트 하고, 막일도 하시고, 배달도 하시고…. 지인에게 들었는데 두 분 정도는 목숨을 끊었다고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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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 시대 여행업계의 어려움은 초유의 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오기도 어렵고, 내국인이 해외에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은 이전 감염병 사태 때도 없었던 일이란 겁니다. 그만큼 여행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산업 전반을 살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홍규선 / 동서울대학교 교수 (관광학박사) "여행업을 재난 업종으로 지정해서 (여행산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훈 /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관광은 일정 시점이 지나면 반드시 회복됩니다. 회복 시에는 폭발적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는데, 그때는 일정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여행업이나 통역 가이드나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여행산업 생태계 전체가 흘러가는데 큰 위험이 있습니다. " |
영세업자와 프리랜서 등의 지금 당장 '생존'을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국내 관광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이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 정교하게 예측한 뒤 과감하게 지원하고, 지원 절차는 최대한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그때까지 견디면 당신들은 회복될 수 있어'라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뉴스9] 아내는 붕어빵, 남편은 라이더…“얼마나, 어떻게 버틸까가 두려워요” (2020.12.23)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8645
[뉴스9] ‘기업 위주’ 피해 지원…현지 여행업자·프리랜서는 한숨만 (2020.12.24)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9667
http://news.kbs.co.kr/special/coronaSpecial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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