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762명 확진, 동부구치소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20.12.30 (06:06) 수정 2020.12.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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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오늘(30일) 기준으로 762명입니다.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가족으로부터 감염돼 처음으로 확진된 이후, 전수 조사를 할 때마다 수백 명씩 확진자가 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동부구치소 특유의 밀폐된 구조와 높은 밀집도가 꼽혀 왔는데, KBS 취재 결과 곳곳에서 또 다른 방역 허점이 보였습니다. 취재진이 최근까지 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최근 나온 출소자들을 통해 내부 이야기를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코로나19 의심 증상자에 감기약"

지난주 출소한 A 씨는 교도관들의 업무 일부를 돕는 '사동 도우미'였습니다. 구치소에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는 수용자들의 발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 업무, 수용자들에게 배분할 약을 분류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합니다.

매일 문진표를 작성하다 보니 그는 확진자들이 확진 전 공통적으로 인후통을 호소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인후통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의심 증상입니다.

문진표에도 인후통이 있으면 따로 보고하라고 쓰여 있는 만큼, A 씨는 담당 교도관에게 추가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거나 격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건의했습니다. 그는 인후통 증세를 보이는 수용자들이 감기약을 먹고 일시적으로 증세가 나아져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발견하지 못할까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교도소 측은 인력이 부족해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추가 검사나 격리 대신 감기약을 처방했습니다. 그가 맡았던 사동은 40~60명이 수용돼 있었는데, 그중 인후통을 호소했던 대여섯 명 대부분이 감기약을 처방받았다는 겁니다.


그는 또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수용자들이 받은 건 여름철 면 마스크 몇 장이 전부였다고 말했습니다. 감염이 걱정되는 수용자들이 개인적으로 덴탈마스크나 KF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해도, 콧등 부분에 있는 금속재 철사 탓인지 반입금지물품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나마 동부구치소에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 이후에는 KF 마스크가 지급됐습니다. 하지만 그조차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지급됐을 뿐이고, 혹은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외부에서도 자주 지적했던 동부구치소의 높은 밀집도에 대해서는 7명이 정원인 방에 많게는 10명까지 함께 생활했다며, 특히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개별 격리하고 남은 인원을 대방(큰 방)에 이동시키면서 밀집도가 점차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 "신입 격리 수용자들에 직접 배식"

같은 날 출소한 B 씨는 구치소에서 수용자들의 배식을 돕는 '배식 도우미' 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식 과정은 우려의 연속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무엇보다 신입 수용자의 독방에 배식할 때가 가장 걱정스러웠습니다. 이 방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수용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2~3주간 들어가 격리되는 독방입니다.

‘배식 도우미’였던 B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식 과정이 ‘우려의 연속’이었다고 말했습니다.‘배식 도우미’였던 B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식 과정이 ‘우려의 연속’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이곳을 방문한 감염병 전문가가 "직원에 의한 감염 확산보다 3차 대유행 후 무증상 감염자인 신입 수용자에 의한 감염 확산이 더 많아 보인다"고 이야기했을 만큼 감염 우려가 큰 곳입니다.

B 씨에 따르면 '배식 도우미'가 직접 이 신입 수용자들에게 급식을 배식해야 했습니다. 작은 구멍을 통해 수용자가 소지한 개인 식기를 받으면 거기에 음식을 떠다 주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용자와 대화하고 접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입 수용자의 독방에 들른 뒤 일반 수용자에게 배식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급식을 누가 먼저 받느냐에 대한 수용자들의 불만이 있어 격주로 신입 수용자와 일반 수용자 방에 각각 먼저 들르고 있다며, "격리 수용자에게 먼저 들른 뒤 따로 손을 소독하거나 하는 과정 없이 일반 수용자에게 배식하는 게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 동부구치소, "증상 완화 위해 감기약 처방"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연일 창밖으로 본인들의 열악한 처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제(29일)는 외부를 향해 '살려주세요', '한 방에 확진자 8명 수용' 등을 적은 종이를 흔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또 구치소 측에서 서신(편지)의 외부 발송을 금지 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법무부는 관리 인력들에 레벨 D 방호복을 지급하고, 확진 수용자 중 무증상·경증 환자는 격리 수용해 생활치료센터에 준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후통 증상자에 감기약을 투약한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가 감기 증상이다 보니 증상 완화를 위해 처방한 것이고, 따로 격리조치 하지 않은 이유는 중증 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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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762명 확진, 동부구치소에서 무슨 일이?
    • 입력 2020-12-30 06:06:05
    • 수정2020-12-30 06:07:15
    취재후·사건후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오늘(30일) 기준으로 762명입니다.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가족으로부터 감염돼 처음으로 확진된 이후, 전수 조사를 할 때마다 수백 명씩 확진자가 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동부구치소 특유의 밀폐된 구조와 높은 밀집도가 꼽혀 왔는데, KBS 취재 결과 곳곳에서 또 다른 방역 허점이 보였습니다. 취재진이 최근까지 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최근 나온 출소자들을 통해 내부 이야기를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코로나19 의심 증상자에 감기약"

지난주 출소한 A 씨는 교도관들의 업무 일부를 돕는 '사동 도우미'였습니다. 구치소에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는 수용자들의 발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 업무, 수용자들에게 배분할 약을 분류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합니다.

매일 문진표를 작성하다 보니 그는 확진자들이 확진 전 공통적으로 인후통을 호소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인후통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의심 증상입니다.

문진표에도 인후통이 있으면 따로 보고하라고 쓰여 있는 만큼, A 씨는 담당 교도관에게 추가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거나 격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건의했습니다. 그는 인후통 증세를 보이는 수용자들이 감기약을 먹고 일시적으로 증세가 나아져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발견하지 못할까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교도소 측은 인력이 부족해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추가 검사나 격리 대신 감기약을 처방했습니다. 그가 맡았던 사동은 40~60명이 수용돼 있었는데, 그중 인후통을 호소했던 대여섯 명 대부분이 감기약을 처방받았다는 겁니다.


그는 또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수용자들이 받은 건 여름철 면 마스크 몇 장이 전부였다고 말했습니다. 감염이 걱정되는 수용자들이 개인적으로 덴탈마스크나 KF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해도, 콧등 부분에 있는 금속재 철사 탓인지 반입금지물품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나마 동부구치소에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 이후에는 KF 마스크가 지급됐습니다. 하지만 그조차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지급됐을 뿐이고, 혹은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외부에서도 자주 지적했던 동부구치소의 높은 밀집도에 대해서는 7명이 정원인 방에 많게는 10명까지 함께 생활했다며, 특히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개별 격리하고 남은 인원을 대방(큰 방)에 이동시키면서 밀집도가 점차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 "신입 격리 수용자들에 직접 배식"

같은 날 출소한 B 씨는 구치소에서 수용자들의 배식을 돕는 '배식 도우미' 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식 과정은 우려의 연속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무엇보다 신입 수용자의 독방에 배식할 때가 가장 걱정스러웠습니다. 이 방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수용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2~3주간 들어가 격리되는 독방입니다.

‘배식 도우미’였던 B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식 과정이 ‘우려의 연속’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이곳을 방문한 감염병 전문가가 "직원에 의한 감염 확산보다 3차 대유행 후 무증상 감염자인 신입 수용자에 의한 감염 확산이 더 많아 보인다"고 이야기했을 만큼 감염 우려가 큰 곳입니다.

B 씨에 따르면 '배식 도우미'가 직접 이 신입 수용자들에게 급식을 배식해야 했습니다. 작은 구멍을 통해 수용자가 소지한 개인 식기를 받으면 거기에 음식을 떠다 주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용자와 대화하고 접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입 수용자의 독방에 들른 뒤 일반 수용자에게 배식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급식을 누가 먼저 받느냐에 대한 수용자들의 불만이 있어 격주로 신입 수용자와 일반 수용자 방에 각각 먼저 들르고 있다며, "격리 수용자에게 먼저 들른 뒤 따로 손을 소독하거나 하는 과정 없이 일반 수용자에게 배식하는 게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 동부구치소, "증상 완화 위해 감기약 처방"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연일 창밖으로 본인들의 열악한 처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제(29일)는 외부를 향해 '살려주세요', '한 방에 확진자 8명 수용' 등을 적은 종이를 흔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또 구치소 측에서 서신(편지)의 외부 발송을 금지 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법무부는 관리 인력들에 레벨 D 방호복을 지급하고, 확진 수용자 중 무증상·경증 환자는 격리 수용해 생활치료센터에 준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후통 증상자에 감기약을 투약한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가 감기 증상이다 보니 증상 완화를 위해 처방한 것이고, 따로 격리조치 하지 않은 이유는 중증 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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