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째 끼니 끊은 유가족들, ‘중대재해법 정부 안’ 반대 이유는?

입력 2020.12.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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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바로 앞 농성장, 찬바람 맞으며 끼니를 끊은 이들이 있습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와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오늘(30일)로 20일째 단식 농성 중입니다. 단식 19일째인 어제(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처음으로 중대재해법 제정 논의를 시작했고, 정부 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단식 농성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KBS 1TV <사사건건>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중대재해법 정부 안’이 농성장에 불러온 파장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씨는 “정부가 앞장서서 산재 사고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실효성도 없고 취지도 못 살리는 안을 가지고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산재 사고를 반으로 줄이라고 했고, 지난번 국무회의에서는 산재 사망률 1위 오명 국가의 부끄러움을 말씀하셨는데 정부 부처에서 나온 안은 어처구니없는 안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역시 “뺄 거 다 빼고 경총이 원하는 대로, 정부 안을 반영해서 (중대재해법을) 만들면 결국은 사람 죽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법을 만들 때, 정말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법 취지에 맞게 제대로 만들어서, 처벌을 강하게 해서 기업이 안전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꼭 처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용관 씨는 정부 제출안에 실망한 나머지 “정부 관료들은 더 이상 이 법안 제정에 관여하지 말라”고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건 정부 안이 기존 정의당, 민주당 안보다 여러 부분에서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정부 안은 먼저, 중대재해의 개념을 기존 ‘1인 이상 사망’에서 ‘동시 2인 이상 사망’으로 제시했습니다. 재해의 책임을 묻는 대상도 기업의 안전담당 이사로 국한했고, 건설 현장의 경우 원청은 책임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벌금액은 5천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5배 이하로 완화하면서 상한선을 뒀습니다. 법 적용 역시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하고, 그 미만은 2년에서 4년의 유예 기간을 뒀습니다.


“100인 미만 사업장 99.5%, 정부 현실 아는지 의구심…날마다 여섯 가정 파괴돼”

어제 <사사건건>에 출연한 김종철 정의당 대표 역시 정부 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종철 대표는 “(민주당 안에서 법 적용을 4년 유예하기로 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8.8%고, 정부가 또 2년 유예까지 해주려고 하는 50인~99인 사업장까지 합치면 99.5%”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안대로) 법을 제정해도 0.5%의 기업들만 해당되는데, 과연 정부가 현장을 알고 산업재해의 현실을 알고 저런 안을 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대표는 또, 정부 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5배 이하’는 너무 적고, 하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5배로 상한을 해놓으면 법원에서 굉장히 적게 판결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아무 효과가 없으니까 저희는 최소한 3배에서 10배 사이로 정해야 법원도 강하게 판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법원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판결하는 경향이 있어 법으로 하한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무원 처벌 조항 역시 문제 삼았습니다. 김 대표는 “(정부 안대로) 직무유기죄만 처벌하자고 하면, 직무유기는 아닌데 과실, 태만, 조금만 살펴봤어도 노동자나 시민이 죽는 걸 막을 수 있었는데 그걸 봐 주기 식으로 대충 넘어간 것까지 다 봐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다만 “모든 사업주, 모든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해 이 법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에 투자하라는 것”이라며, 정의당 제출안 가운데 과도하다고 비판받고 있는 일부 공무원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협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철 대표는 마지막으로 중대재해법 제정 필요성을 호소했습니다. 김 대표는 “한 해 2,000여 명의 노동자가 돌아가시고, 하루 여섯 명 꼴인데 이게 여섯 명만 돌아가신 게 아니라 여섯 가정이 파괴되는 것”이라며 “국회 법사위원들이나 기업 측도 이걸 막기 위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법 제정에 함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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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째 끼니 끊은 유가족들, ‘중대재해법 정부 안’ 반대 이유는?
    • 입력 2020-12-30 07:00:56
    취재K
국회의사당 바로 앞 농성장, 찬바람 맞으며 끼니를 끊은 이들이 있습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와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오늘(30일)로 20일째 단식 농성 중입니다. 단식 19일째인 어제(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처음으로 중대재해법 제정 논의를 시작했고, 정부 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단식 농성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KBS 1TV <사사건건>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중대재해법 정부 안’이 농성장에 불러온 파장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씨는 “정부가 앞장서서 산재 사고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실효성도 없고 취지도 못 살리는 안을 가지고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산재 사고를 반으로 줄이라고 했고, 지난번 국무회의에서는 산재 사망률 1위 오명 국가의 부끄러움을 말씀하셨는데 정부 부처에서 나온 안은 어처구니없는 안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역시 “뺄 거 다 빼고 경총이 원하는 대로, 정부 안을 반영해서 (중대재해법을) 만들면 결국은 사람 죽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법을 만들 때, 정말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법 취지에 맞게 제대로 만들어서, 처벌을 강하게 해서 기업이 안전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꼭 처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용관 씨는 정부 제출안에 실망한 나머지 “정부 관료들은 더 이상 이 법안 제정에 관여하지 말라”고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건 정부 안이 기존 정의당, 민주당 안보다 여러 부분에서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정부 안은 먼저, 중대재해의 개념을 기존 ‘1인 이상 사망’에서 ‘동시 2인 이상 사망’으로 제시했습니다. 재해의 책임을 묻는 대상도 기업의 안전담당 이사로 국한했고, 건설 현장의 경우 원청은 책임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벌금액은 5천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5배 이하로 완화하면서 상한선을 뒀습니다. 법 적용 역시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하고, 그 미만은 2년에서 4년의 유예 기간을 뒀습니다.


“100인 미만 사업장 99.5%, 정부 현실 아는지 의구심…날마다 여섯 가정 파괴돼”

어제 <사사건건>에 출연한 김종철 정의당 대표 역시 정부 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종철 대표는 “(민주당 안에서 법 적용을 4년 유예하기로 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8.8%고, 정부가 또 2년 유예까지 해주려고 하는 50인~99인 사업장까지 합치면 99.5%”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안대로) 법을 제정해도 0.5%의 기업들만 해당되는데, 과연 정부가 현장을 알고 산업재해의 현실을 알고 저런 안을 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대표는 또, 정부 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5배 이하’는 너무 적고, 하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5배로 상한을 해놓으면 법원에서 굉장히 적게 판결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아무 효과가 없으니까 저희는 최소한 3배에서 10배 사이로 정해야 법원도 강하게 판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법원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판결하는 경향이 있어 법으로 하한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무원 처벌 조항 역시 문제 삼았습니다. 김 대표는 “(정부 안대로) 직무유기죄만 처벌하자고 하면, 직무유기는 아닌데 과실, 태만, 조금만 살펴봤어도 노동자나 시민이 죽는 걸 막을 수 있었는데 그걸 봐 주기 식으로 대충 넘어간 것까지 다 봐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다만 “모든 사업주, 모든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해 이 법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에 투자하라는 것”이라며, 정의당 제출안 가운데 과도하다고 비판받고 있는 일부 공무원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협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철 대표는 마지막으로 중대재해법 제정 필요성을 호소했습니다. 김 대표는 “한 해 2,000여 명의 노동자가 돌아가시고, 하루 여섯 명 꼴인데 이게 여섯 명만 돌아가신 게 아니라 여섯 가정이 파괴되는 것”이라며 “국회 법사위원들이나 기업 측도 이걸 막기 위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법 제정에 함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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