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도 포기하고 어린이시설 대신 체육시설…왜?

입력 2020.12.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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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시설 '꿈꾸는 예술터' 부산은 무산

경기도 성남시는 이번 달 '꿈꾸는 예술터' 문을 열었습니다. 국비와 시비를 포함한 87억 원을 투자해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기관을 조성했습니다.

옛 영성여자중학교를 보수해 만든 성남시의 예술터에는 예술 실험공간, 학습 창작물 전시공간, 1인 미디어 공간 등 주민들이 예술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보금자리가 꾸려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꿈꾸는 예술터' 사업대상으로 부산을 추가 지정해 국비까지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부산의 '꿈꾸는 예술터'사업은 무산됐습니다. 왜일까요?

■북 구의회, 국비까지 지원한 꿈 꾸는 예술터 예산안 '부결'…"체육관 짓자"

부산 북구는 해당 사업에 선정되자마자 총 사업비 77억 원을 책정하고 국비 10억과 시비 16억을 확보했습니다.

부산 덕천동 옛 한국환경공단 부울경 지부 건물을 매입해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예술과 인문학, 과학, 문학 분야 놀이 체험 교육을 조성하고 내년 하반기에 문을 열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북구의회는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관련 사업 예산 전액을 삭감했습니다.

결국, 사업이 무산되고 확보한 국·시비 26억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된 겁니다. 삭감 이유는 해당 시설에 '체육관' 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주민이 원하는 시설은 체육관"이란 주장을 했는데요. 이미 북구에는 국민체육센터가 있는데다, 생활 체육 시설 또한 추가로 3곳 더 조성될 계획이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을 어른들이 체육관까지 만들어 활용하겠다는 건 모순이란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그럼에도 북구의회는 막무가내로 예술터에 구청 예산을 투입해 체육관을 짓자고 주장했습니다.


■ 또 다른 반대 이유, 재정자립도 낮은 북구엔 '세금폭탄' 될 가능성 높아

예술터에 체육관이 없다는 반대 이유 외에도, 의회는 한 가지를 더 주장합니다.

부산 북구의 재정자립도가 기초단체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낮기 때문에 사업이 무리란 내용입니다. 사업비 총 77억 가운데 확보된 국·시비는 26억으로 51억은 북구청이 마련해야 합니다.

북구청은 부지매입비 35억을 토지소유자인 환경부와 협의해 5년간 나눠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업비 16억은 특별교부금 등으로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북구의회는 결국 확보된 26억을 포기하고 앞으로 투입될 51억을 빚이라고 본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례적으로 북구청에 조율 기회까지 줘

이런 가운데 부산과 함께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강릉시와 청주시, 밀양시, 전북 장수군은 예술터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비를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례 없는 이번 상황에 사업이 성사되고 국비 반납까지 가지 않도록 이례적으로 북구청에 조율 시간과 기회까지 줬습니다.

북구청은 해당 사업을 토대로 내년도에 2백억 원 규모의 문화도시 재생사업 공모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업이 무산되면 앞으로 문화관광체육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되기가 힘들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주민들 분통 "의회가 아이들 예술교육 박탈해"

주민들은 본회의에서 무산된 '꿈꾸는 예술터 사업 무산' 철회를 위해 보름동안 북구의회를 방문했습니다. 마지못해 북구의회가 주민의 반발에 의원총회를 열어 임시회에서 사업을 되살릴 방안을 찾겠다고 했는데요.

그런데 정작 지난 28일 열린 의총에 북구의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구의회 의장은 주민들이 몰려오자 경비까지 동원해 의회를 빠져나가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지자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북구 지역 아이들은 문화 체험을 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장시간 이동해야 한다"며 의회가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 기회를 박탈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주민들은 의회와 구청의 불협화음으로 아이들의 문화교육 기회가 날아갔다고도 주장합니다. 문화예술단체는 1인 릴레이 시위로 '의회 불신임 운동'까지 전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구의회는 오히려 주민더러 북구청 편을 드는 집단 행동으로 의총이 열리지 않았다며 여전히 예술터에 체육관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최초의 문화예술교육기관 무산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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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비도 포기하고 어린이시설 대신 체육시설…왜?
    • 입력 2020-12-30 14:50:09
    취재K

■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시설 '꿈꾸는 예술터' 부산은 무산

경기도 성남시는 이번 달 '꿈꾸는 예술터' 문을 열었습니다. 국비와 시비를 포함한 87억 원을 투자해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기관을 조성했습니다.

옛 영성여자중학교를 보수해 만든 성남시의 예술터에는 예술 실험공간, 학습 창작물 전시공간, 1인 미디어 공간 등 주민들이 예술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보금자리가 꾸려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꿈꾸는 예술터' 사업대상으로 부산을 추가 지정해 국비까지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부산의 '꿈꾸는 예술터'사업은 무산됐습니다. 왜일까요?

■북 구의회, 국비까지 지원한 꿈 꾸는 예술터 예산안 '부결'…"체육관 짓자"

부산 북구는 해당 사업에 선정되자마자 총 사업비 77억 원을 책정하고 국비 10억과 시비 16억을 확보했습니다.

부산 덕천동 옛 한국환경공단 부울경 지부 건물을 매입해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예술과 인문학, 과학, 문학 분야 놀이 체험 교육을 조성하고 내년 하반기에 문을 열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북구의회는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관련 사업 예산 전액을 삭감했습니다.

결국, 사업이 무산되고 확보한 국·시비 26억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된 겁니다. 삭감 이유는 해당 시설에 '체육관' 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주민이 원하는 시설은 체육관"이란 주장을 했는데요. 이미 북구에는 국민체육센터가 있는데다, 생활 체육 시설 또한 추가로 3곳 더 조성될 계획이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을 어른들이 체육관까지 만들어 활용하겠다는 건 모순이란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그럼에도 북구의회는 막무가내로 예술터에 구청 예산을 투입해 체육관을 짓자고 주장했습니다.


■ 또 다른 반대 이유, 재정자립도 낮은 북구엔 '세금폭탄' 될 가능성 높아

예술터에 체육관이 없다는 반대 이유 외에도, 의회는 한 가지를 더 주장합니다.

부산 북구의 재정자립도가 기초단체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낮기 때문에 사업이 무리란 내용입니다. 사업비 총 77억 가운데 확보된 국·시비는 26억으로 51억은 북구청이 마련해야 합니다.

북구청은 부지매입비 35억을 토지소유자인 환경부와 협의해 5년간 나눠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업비 16억은 특별교부금 등으로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북구의회는 결국 확보된 26억을 포기하고 앞으로 투입될 51억을 빚이라고 본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례적으로 북구청에 조율 기회까지 줘

이런 가운데 부산과 함께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강릉시와 청주시, 밀양시, 전북 장수군은 예술터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비를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례 없는 이번 상황에 사업이 성사되고 국비 반납까지 가지 않도록 이례적으로 북구청에 조율 시간과 기회까지 줬습니다.

북구청은 해당 사업을 토대로 내년도에 2백억 원 규모의 문화도시 재생사업 공모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업이 무산되면 앞으로 문화관광체육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되기가 힘들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주민들 분통 "의회가 아이들 예술교육 박탈해"

주민들은 본회의에서 무산된 '꿈꾸는 예술터 사업 무산' 철회를 위해 보름동안 북구의회를 방문했습니다. 마지못해 북구의회가 주민의 반발에 의원총회를 열어 임시회에서 사업을 되살릴 방안을 찾겠다고 했는데요.

그런데 정작 지난 28일 열린 의총에 북구의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구의회 의장은 주민들이 몰려오자 경비까지 동원해 의회를 빠져나가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지자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북구 지역 아이들은 문화 체험을 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장시간 이동해야 한다"며 의회가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 기회를 박탈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주민들은 의회와 구청의 불협화음으로 아이들의 문화교육 기회가 날아갔다고도 주장합니다. 문화예술단체는 1인 릴레이 시위로 '의회 불신임 운동'까지 전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구의회는 오히려 주민더러 북구청 편을 드는 집단 행동으로 의총이 열리지 않았다며 여전히 예술터에 체육관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최초의 문화예술교육기관 무산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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