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러도 안 나와요”…매물 부족 속 집값 상승세 계속

입력 2020.12.30 (21:42) 수정 2020.12.3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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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에도 집값 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연말이 되도록 집값 오름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여전한데 매물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현장 분위기입니다.

이지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1억 원 넘게 거래됐습니다.

역대 최고가입니다.

내년부터는 종부세와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나는데도 팔겠다는 물건은 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음성변조 : "다들 그냥 버티고 계시는 거죠. 안 옮기시는 거죠. 지금 가격을 더 받아서 파신다기보다는 세금을 최대한 좀 절세를 해가면서 파시려고 많이 하는…."]

종부세율 인상 등을 담은 7·10 대책 당시 8만 건 안팎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허위 매물 단속의 영향도 있지만, 매도에 더 신중해진 것입니다.

이 아파트는 총 4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입니다.

그런데 그중 가장 많은 전용면적 59㎡가 매물이 열 건도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수요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9월부터 올라가기 시작한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는 지난달 140을 넘어, 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습니다.

3개월째 보합세였던 강남 집값도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음성변조 : "7월엔 29억7천까지 거래됐잖아요. 그런데 최근엔 32억에서 조금 모자라는 금액으로 해서 월세 낀 것들이 거래가 됐으니까, 전체적으로 다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상황인 거죠."]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서울 영등포구 : "(서울에서 대출이) 4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 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질 거라고 생각이 들고…."]

전국 시군구의 절반을 규제 지역으로 묶었지만 시장의 기 싸움은 여전합니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전세난도 계속될 수 있어서 집값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지 않도록 분산하는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합니다."]

부동산 규제가 본격 적용되는 내년에 시장에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가 향후 집값 움직임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촬영기자:안용습/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한종헌

▼ “팔바엔 물려준다”…증여·상속 급증 ▼

[앵커]

여러가지 규제책으로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렇게 생각만큼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임재성 기자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설명드립니다.

[리포트]

재건축과 관련한 대표적인 아파트죠. 이 서울 은마아파트에서 올해, 주목할만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8월 말 기준으로 4천 2백여 세대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서 분석한 결과입니다.

최근 20년 동안 이 아파트의 소유권 변동을 보면 평균 87%가 매매였습니다.

10건 중 9건 가까이가 사고파는 거래였다는 얘기죠.

그런데 올해, 이 매매 비율이 채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역대 가장 낮습니다.

매매를 대신한 건 바로 증여와 상속입니다.

이 비율이 55%까지 치솟아 매매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10건 중 6건 가까이가 남에게 팔지 않고 그냥 가족에게 물려준 겁니다.

증여와 상속을 받은 나이를 봤더니 20세에서 39세, 그러니까 20·30세대가 56%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은마아파트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올해 전국 아파트 거래 현황입니다.

증여 비율이 계속 늘더니 하반기 들어서 눈에 띄게 급증했죠.

특히 7월에는 전 달의 두 배를 넘는 만4천여 건, 8월과 9월에도 각각 8천 6백여 건과 7천 2백여 건으로 전체 평균보다 많았습니다.

범위를 넓혀 최근 5년을 따져봐도 올해가 가장 높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월별 증여 현황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시점을 비교해 봤습니다.

부동산 규제지역 강화책이 나온 6·17 대책, 그리고 종부세를 인상한 7·10 대책,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직후마다 이렇게 증여가 급증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팔때 각종 부동산 규제로 양도세 부담이 커졌죠.

매매로 세금 많이 낼 바에야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더라도 가족에게 주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제대로 세금 내고 증여나 상속한 것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매매 물량 감소 등 증여가 급증한데 따른 문제점을 정부는 주목하고, 또,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에혹 증여 과정에 편법은 없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도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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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눌러도 안 나와요”…매물 부족 속 집값 상승세 계속
    • 입력 2020-12-30 21:42:54
    • 수정2020-12-31 07:54:48
    뉴스 9
[앵커]

올해에도 집값 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연말이 되도록 집값 오름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여전한데 매물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현장 분위기입니다.

이지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1억 원 넘게 거래됐습니다.

역대 최고가입니다.

내년부터는 종부세와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나는데도 팔겠다는 물건은 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음성변조 : "다들 그냥 버티고 계시는 거죠. 안 옮기시는 거죠. 지금 가격을 더 받아서 파신다기보다는 세금을 최대한 좀 절세를 해가면서 파시려고 많이 하는…."]

종부세율 인상 등을 담은 7·10 대책 당시 8만 건 안팎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허위 매물 단속의 영향도 있지만, 매도에 더 신중해진 것입니다.

이 아파트는 총 4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입니다.

그런데 그중 가장 많은 전용면적 59㎡가 매물이 열 건도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수요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9월부터 올라가기 시작한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는 지난달 140을 넘어, 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습니다.

3개월째 보합세였던 강남 집값도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음성변조 : "7월엔 29억7천까지 거래됐잖아요. 그런데 최근엔 32억에서 조금 모자라는 금액으로 해서 월세 낀 것들이 거래가 됐으니까, 전체적으로 다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상황인 거죠."]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서울 영등포구 : "(서울에서 대출이) 4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 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질 거라고 생각이 들고…."]

전국 시군구의 절반을 규제 지역으로 묶었지만 시장의 기 싸움은 여전합니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전세난도 계속될 수 있어서 집값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지 않도록 분산하는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합니다."]

부동산 규제가 본격 적용되는 내년에 시장에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가 향후 집값 움직임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촬영기자:안용습/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한종헌

▼ “팔바엔 물려준다”…증여·상속 급증 ▼

[앵커]

여러가지 규제책으로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렇게 생각만큼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임재성 기자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설명드립니다.

[리포트]

재건축과 관련한 대표적인 아파트죠. 이 서울 은마아파트에서 올해, 주목할만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8월 말 기준으로 4천 2백여 세대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서 분석한 결과입니다.

최근 20년 동안 이 아파트의 소유권 변동을 보면 평균 87%가 매매였습니다.

10건 중 9건 가까이가 사고파는 거래였다는 얘기죠.

그런데 올해, 이 매매 비율이 채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역대 가장 낮습니다.

매매를 대신한 건 바로 증여와 상속입니다.

이 비율이 55%까지 치솟아 매매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10건 중 6건 가까이가 남에게 팔지 않고 그냥 가족에게 물려준 겁니다.

증여와 상속을 받은 나이를 봤더니 20세에서 39세, 그러니까 20·30세대가 56%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은마아파트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올해 전국 아파트 거래 현황입니다.

증여 비율이 계속 늘더니 하반기 들어서 눈에 띄게 급증했죠.

특히 7월에는 전 달의 두 배를 넘는 만4천여 건, 8월과 9월에도 각각 8천 6백여 건과 7천 2백여 건으로 전체 평균보다 많았습니다.

범위를 넓혀 최근 5년을 따져봐도 올해가 가장 높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월별 증여 현황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시점을 비교해 봤습니다.

부동산 규제지역 강화책이 나온 6·17 대책, 그리고 종부세를 인상한 7·10 대책,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직후마다 이렇게 증여가 급증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팔때 각종 부동산 규제로 양도세 부담이 커졌죠.

매매로 세금 많이 낼 바에야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더라도 가족에게 주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제대로 세금 내고 증여나 상속한 것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매매 물량 감소 등 증여가 급증한데 따른 문제점을 정부는 주목하고, 또,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에혹 증여 과정에 편법은 없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도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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