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왜?

입력 2020.12.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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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개각과 참모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어제 법무부 등 3개 부처 개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늘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임명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4개월 만에 교체된 민정수석인데, 후임에 검찰 출신인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임명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입니다.


■ 신현수는 누구?…김현철 구속시킨 수사통·국정원 기조실장

여의도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신현수(63세) 수석은 사시 26회(사법연수원 16기)로 1990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검 정보통신과장, 마약과장 등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발탁돼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이후 2005년부터 12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습니다.

신현수 수석은 대검 연구관 당시 한보그룹 수사팀에 투입됐는데, 당시 '살아있는 권력'으로 불렸던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 씨를 구속시키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는 국가정보원 인사와 예산 운영을 담당하는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에 발탁됐습니다. 당시에도 유일한 검찰 출신이란 점이 주목받았는데,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국정원 개혁을 맡길 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 문 대통령 신뢰 두터워…정권 출범 초기부터 민정수석 1순위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부터 민정수석 1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개각 때도 법무부 장관과 비서실장 등으로도 하마평이 돌았지만 결국 불발됐습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검찰 출신보다는 비(非)검찰인 판사나 법학자가 더 적임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관행'을 깬 이번 인사에 적지 않은 의미가 부여되고 있습니다.

우선, 검찰 내부를 잘 아는 인물에게 검찰개혁을 맡겼다는 점입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검찰개혁만이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 전반을 아우른다는 차원에서 국정원 경험이 있는 신현수 수석을 발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수처장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모두 판사 출신으로 비검찰 출신인 만큼, 민정수석은 검찰을 잘 아는 사람을 넣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내부를 잘 아는 검찰 출신'의 발탁 …'안정적 협조관계' 구축 카드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인 신동근 최고위원도 검찰 출신 민정수석 발탁에 대해 "안정적으로 개혁하자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검찰 출신으로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을 발탁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 외부 인사를 기용할 경우 개혁 의지는 강하지만, 특유의 조직논리가 강한 검찰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신 최고위원은 "신 수석은 초기부터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있었고, 국정원을 거치며 누구보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 것"이라며 "특히 국정원 권력기관 개혁 경험이 있으니, 검찰을 포함해 전반적인 권력기관 개혁 차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밝혔습니다.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민주당 의원도 "검찰 출신이니 소통 채널이 있지 않겠냐"며 "그전보다는 검찰과 관계가 나아지지 않겠냐"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번 인사의 의미를 단순히 '첫 검찰 출신' 발탁에 집중하기보다는 "민정수석 자리가 공직기강 전반을 살펴야 하는 점, 정부를 떠받치는 마지막 보루인 점"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 기강을 다잡는 역할 역시 주요한 임무 중 하나라는 겁니다.

집권 5년 차인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을 포함해 '권력기관 개혁'이란 국정과제를 완수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조정하고 국론 분열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어제 박범계 법무부 장관 내정자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며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이 당내 윤석열 탄핵 여론 등을 단속하며 검찰개혁은 '제도'를 통해 이루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재수 의원은 "추-윤 갈등 국면이 개혁보다는 갈등으로만 비춰지며 핵심인 제도개혁이 묻혔다며, 후반부에는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점이 고려된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원칙주의적' 성격…윤석열과 통할까?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은 사법연수원 16기로 23기인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7기수 선배입니다. 검찰은 이른바 '상명하복'의 위계 문화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해 7월 문무일 총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5기수 후배인 윤석열 총장이 임명됐을때, 19~22기 고검장과 검사장들이 대거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 내정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법 연수원 동기입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동기인 상황에서 7기수 선배인 신현수 수석의 역할에 눈길이 쏠립니다. 과거 민정수석보다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법무부와 검찰, 그리고 청와대를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신현수 수석이 검찰을 떠난 지 10여 년 가까이 되다 보니,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함께 일해본 경험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차분한 성격에 신중한 업무처리로 신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 특히 일 처리에 있어서는 상당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 총장 역시 업무에 있어 원칙을 강조해온 터라 두 사람이 코드가 맞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개각과 내년 초 공수처 출범을 시작으로 검찰 개혁 완성을 위해 더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기존에 써온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읽힙니다. 결국,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 발탁은 "검찰 출신은 안 된다"는 원칙론에서 한발 물러나 이전보다 더 정교하고 노련하게 개혁의 칼끝을 가다듬겠다는 의미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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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왜?
    • 입력 2020-12-31 19: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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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개각과 참모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어제 법무부 등 3개 부처 개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늘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임명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4개월 만에 교체된 민정수석인데, 후임에 검찰 출신인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임명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입니다.


■ 신현수는 누구?…김현철 구속시킨 수사통·국정원 기조실장

여의도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신현수(63세) 수석은 사시 26회(사법연수원 16기)로 1990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검 정보통신과장, 마약과장 등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발탁돼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이후 2005년부터 12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습니다.

신현수 수석은 대검 연구관 당시 한보그룹 수사팀에 투입됐는데, 당시 '살아있는 권력'으로 불렸던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 씨를 구속시키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는 국가정보원 인사와 예산 운영을 담당하는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에 발탁됐습니다. 당시에도 유일한 검찰 출신이란 점이 주목받았는데,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국정원 개혁을 맡길 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 문 대통령 신뢰 두터워…정권 출범 초기부터 민정수석 1순위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부터 민정수석 1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개각 때도 법무부 장관과 비서실장 등으로도 하마평이 돌았지만 결국 불발됐습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검찰 출신보다는 비(非)검찰인 판사나 법학자가 더 적임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관행'을 깬 이번 인사에 적지 않은 의미가 부여되고 있습니다.

우선, 검찰 내부를 잘 아는 인물에게 검찰개혁을 맡겼다는 점입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검찰개혁만이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 전반을 아우른다는 차원에서 국정원 경험이 있는 신현수 수석을 발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수처장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모두 판사 출신으로 비검찰 출신인 만큼, 민정수석은 검찰을 잘 아는 사람을 넣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내부를 잘 아는 검찰 출신'의 발탁 …'안정적 협조관계' 구축 카드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인 신동근 최고위원도 검찰 출신 민정수석 발탁에 대해 "안정적으로 개혁하자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검찰 출신으로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을 발탁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 외부 인사를 기용할 경우 개혁 의지는 강하지만, 특유의 조직논리가 강한 검찰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신 최고위원은 "신 수석은 초기부터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있었고, 국정원을 거치며 누구보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 것"이라며 "특히 국정원 권력기관 개혁 경험이 있으니, 검찰을 포함해 전반적인 권력기관 개혁 차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밝혔습니다.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민주당 의원도 "검찰 출신이니 소통 채널이 있지 않겠냐"며 "그전보다는 검찰과 관계가 나아지지 않겠냐"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번 인사의 의미를 단순히 '첫 검찰 출신' 발탁에 집중하기보다는 "민정수석 자리가 공직기강 전반을 살펴야 하는 점, 정부를 떠받치는 마지막 보루인 점"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 기강을 다잡는 역할 역시 주요한 임무 중 하나라는 겁니다.

집권 5년 차인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을 포함해 '권력기관 개혁'이란 국정과제를 완수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조정하고 국론 분열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어제 박범계 법무부 장관 내정자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며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이 당내 윤석열 탄핵 여론 등을 단속하며 검찰개혁은 '제도'를 통해 이루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재수 의원은 "추-윤 갈등 국면이 개혁보다는 갈등으로만 비춰지며 핵심인 제도개혁이 묻혔다며, 후반부에는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점이 고려된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원칙주의적' 성격…윤석열과 통할까?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은 사법연수원 16기로 23기인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7기수 선배입니다. 검찰은 이른바 '상명하복'의 위계 문화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해 7월 문무일 총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5기수 후배인 윤석열 총장이 임명됐을때, 19~22기 고검장과 검사장들이 대거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 내정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법 연수원 동기입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동기인 상황에서 7기수 선배인 신현수 수석의 역할에 눈길이 쏠립니다. 과거 민정수석보다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법무부와 검찰, 그리고 청와대를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신현수 수석이 검찰을 떠난 지 10여 년 가까이 되다 보니,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함께 일해본 경험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차분한 성격에 신중한 업무처리로 신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 특히 일 처리에 있어서는 상당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 총장 역시 업무에 있어 원칙을 강조해온 터라 두 사람이 코드가 맞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개각과 내년 초 공수처 출범을 시작으로 검찰 개혁 완성을 위해 더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기존에 써온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읽힙니다. 결국,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 발탁은 "검찰 출신은 안 된다"는 원칙론에서 한발 물러나 이전보다 더 정교하고 노련하게 개혁의 칼끝을 가다듬겠다는 의미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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