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불쌍한 우리오빠”…애타는 실종선원 가족들

입력 2020.12.31 (19:42) 수정 2020.12.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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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제주항 3부두를 찾은 32명민호 실종 선원 가족들31일 오전 제주항 3부두를 찾은 32명민호 실종 선원 가족들


"오빠! 불쌍한 우리 오빠 어떡해…"

선원 7명이 실종된 ‘32명민호 전복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31일 오전 제주항 방파제를 찾았다.

제주시수협에 있는 현장통합지원반에서 브리핑을 듣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 26분쯤 제주항 3부두 인근 해상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실종자 가족들은 거친 파도를 향해 울분을 토해내고 눈물을 흘렸다. 한 실종자 가족은 연신 "오빠! 불쌍한 우리 오빠!"를 외치며 울부짖기도 했다.

31일 오전 10시 26분쯤 제주항 앞바다에서 32명민호 선원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31일 오전 10시 26분쯤 제주항 앞바다에서 32명민호 선원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현장을 찾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시신 수습 상황을 듣지 못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 실종자 가족은 "지금 시신이 발견됐다고 얘기만 들었지 수습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가족대표 한 명이 가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인데 아무런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습이 됐으면 수습됐다고 이야기를 해달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푸지바스키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관 영사도 실종된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의 가족을 대표해 현장을 찾았다.

푸지바스키 영사는 "관련 정보를 듣는 대로 인도네시아 선원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가족들은 날씨가 좋아지는 대로 수색이 재개되길 바라고 있고, 실종 선원들이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사고 현장에는 강한 눈발과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31일 오전 제주항 방파제에서 수색을 하는 대원들31일 오전 제주항 방파제에서 수색을 하는 대원들

이날 발견된 시신은 ‘32명민호’ 조리장 선원 김모씨(73·경남)로 확인됐다.

김씨의 가족은 KBS와의 통화에서 "안면에 찰과상이 조금 있었고 깨끗한 상태로 발견됐다"며 "내일 기상이 좋아져 다른 가족분들도 빨리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 발견 현장을 둘러본 뒤 제주시수협에 있는 현장 통합지원반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경은 밤샘 수색에 이어 이날 오전 7시부터 선박 9척과 항공기 5대를 투입하고, 해안가에 해경과 소방 인력 등 700여 명을 투입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기상이 호전되는 대로 항공기와 헬기를 동원하고, 잠수 수색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 측에 생존 신호를 확인할 당시 통화 내용 공개와 구조 당시 정확한 상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내역 공개에 대해 해경 측은 "가족들을 대상으로 통화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선위치 발신 장치 V-PASS 신호 없어

제주시 한림선적 39톤급 저인망어선인 '32명민호'는 지난 29일 오후 7시 44분쯤 제주항 북서쪽 2.6km 해상에서 전복됐다. 최초 신고는 배에 있던 인도네시아 선원이 텔레그램을 통해 육상에 있는 다른 동료에게 알리며 접수됐다.

32명민호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 (사진=제주해양경찰서 제공)32명민호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 (사진=제주해양경찰서 제공)

해경은 악천후로 선박을 발견하지 못하다 이날 밤 9시 8분쯤 제주항 북서쪽 1.6km 해상에서 전복된 32명민호를 발견했다.

해경은 이튿날(30일) 새벽 3시 10분쯤까지 10차례 넘게 배에 갇힌 선원들과 통화하고, 30분 간격으로 타격 신호를 보내 한국인 2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3명 등 5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했다. 선원 7명 가운데 5명이 6시간 넘게 생존해 있었다는 말이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침몰 방지를 위해 리프트백을 설치하고, 8차례에 걸쳐 선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기상 악화와 어선 주변 그물 등의 영향으로 진입에 실패했다.

32명민호는 이후 파도와 강풍에 휩쓸려 표류하다 새벽 3시 47분쯤 제주항 서방파제에 부딪혀 파손됐고, 배에 있던 선원 7명은 실종됐다.

이천식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은 지난 30일 브리핑을 통해 "성산항에서 한림항으로 이동하다 기상 악화로 전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2명민호에는 어선위치 발신장치 V-PASS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복 당시 신호는 발신되지 않았다.

해경에 따르면 32명민호의 V-PASS는 지난 29일 오후 7시 22분쯤 신호가 사라졌다. 외국인 선원이 동료에게 전복 사실을 알리기 20여 분 전이다.

V-PASS 신호는 위험할 때 SOS를 누르거나, 기울기가 일정각도 이상 넘어지면 신호가 발신된다.

이 과장은 "침수가 되면 기계가 망가지거나 급격히 넘어가면 신호가 발신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2명민호 성산항서 출항 당시 해상에 풍랑주의보

32명민호가 성산항에서 출항한 시각은 29일 오후 4시 3분이다. 이 시간은 V-PASS 시스템상에 찍힌 시간이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32명민호는 39톤으로,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르면 30톤 미만 어선은 풍랑주의보 때 출항이 금지되고, 30톤 이상은 출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1일 오후 제주항을 방문한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밤 12시부터 풍랑경보로 날씨가 좋지 않아 구조에 어려움이 있었다. 기상이 너무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 아침 오전에 바다 날씨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파제 테트라포드를 중심으로 정밀 수색에 임하고, 연안 수색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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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31 19:42:23
    • 수정2020-12-31 20:53:09
    취재K
31일 오전 제주항 3부두를 찾은 32명민호 실종 선원 가족들

"오빠! 불쌍한 우리 오빠 어떡해…"

선원 7명이 실종된 ‘32명민호 전복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31일 오전 제주항 방파제를 찾았다.

제주시수협에 있는 현장통합지원반에서 브리핑을 듣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 26분쯤 제주항 3부두 인근 해상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실종자 가족들은 거친 파도를 향해 울분을 토해내고 눈물을 흘렸다. 한 실종자 가족은 연신 "오빠! 불쌍한 우리 오빠!"를 외치며 울부짖기도 했다.

31일 오전 10시 26분쯤 제주항 앞바다에서 32명민호 선원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현장을 찾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시신 수습 상황을 듣지 못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 실종자 가족은 "지금 시신이 발견됐다고 얘기만 들었지 수습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가족대표 한 명이 가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인데 아무런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습이 됐으면 수습됐다고 이야기를 해달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푸지바스키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관 영사도 실종된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의 가족을 대표해 현장을 찾았다.

푸지바스키 영사는 "관련 정보를 듣는 대로 인도네시아 선원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가족들은 날씨가 좋아지는 대로 수색이 재개되길 바라고 있고, 실종 선원들이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사고 현장에는 강한 눈발과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31일 오전 제주항 방파제에서 수색을 하는 대원들
이날 발견된 시신은 ‘32명민호’ 조리장 선원 김모씨(73·경남)로 확인됐다.

김씨의 가족은 KBS와의 통화에서 "안면에 찰과상이 조금 있었고 깨끗한 상태로 발견됐다"며 "내일 기상이 좋아져 다른 가족분들도 빨리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 발견 현장을 둘러본 뒤 제주시수협에 있는 현장 통합지원반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경은 밤샘 수색에 이어 이날 오전 7시부터 선박 9척과 항공기 5대를 투입하고, 해안가에 해경과 소방 인력 등 700여 명을 투입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기상이 호전되는 대로 항공기와 헬기를 동원하고, 잠수 수색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 측에 생존 신호를 확인할 당시 통화 내용 공개와 구조 당시 정확한 상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내역 공개에 대해 해경 측은 "가족들을 대상으로 통화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선위치 발신 장치 V-PASS 신호 없어

제주시 한림선적 39톤급 저인망어선인 '32명민호'는 지난 29일 오후 7시 44분쯤 제주항 북서쪽 2.6km 해상에서 전복됐다. 최초 신고는 배에 있던 인도네시아 선원이 텔레그램을 통해 육상에 있는 다른 동료에게 알리며 접수됐다.

32명민호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 (사진=제주해양경찰서 제공)
해경은 악천후로 선박을 발견하지 못하다 이날 밤 9시 8분쯤 제주항 북서쪽 1.6km 해상에서 전복된 32명민호를 발견했다.

해경은 이튿날(30일) 새벽 3시 10분쯤까지 10차례 넘게 배에 갇힌 선원들과 통화하고, 30분 간격으로 타격 신호를 보내 한국인 2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3명 등 5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했다. 선원 7명 가운데 5명이 6시간 넘게 생존해 있었다는 말이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침몰 방지를 위해 리프트백을 설치하고, 8차례에 걸쳐 선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기상 악화와 어선 주변 그물 등의 영향으로 진입에 실패했다.

32명민호는 이후 파도와 강풍에 휩쓸려 표류하다 새벽 3시 47분쯤 제주항 서방파제에 부딪혀 파손됐고, 배에 있던 선원 7명은 실종됐다.

이천식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은 지난 30일 브리핑을 통해 "성산항에서 한림항으로 이동하다 기상 악화로 전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2명민호에는 어선위치 발신장치 V-PASS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복 당시 신호는 발신되지 않았다.

해경에 따르면 32명민호의 V-PASS는 지난 29일 오후 7시 22분쯤 신호가 사라졌다. 외국인 선원이 동료에게 전복 사실을 알리기 20여 분 전이다.

V-PASS 신호는 위험할 때 SOS를 누르거나, 기울기가 일정각도 이상 넘어지면 신호가 발신된다.

이 과장은 "침수가 되면 기계가 망가지거나 급격히 넘어가면 신호가 발신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2명민호 성산항서 출항 당시 해상에 풍랑주의보

32명민호가 성산항에서 출항한 시각은 29일 오후 4시 3분이다. 이 시간은 V-PASS 시스템상에 찍힌 시간이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32명민호는 39톤으로,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르면 30톤 미만 어선은 풍랑주의보 때 출항이 금지되고, 30톤 이상은 출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1일 오후 제주항을 방문한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밤 12시부터 풍랑경보로 날씨가 좋지 않아 구조에 어려움이 있었다. 기상이 너무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 아침 오전에 바다 날씨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파제 테트라포드를 중심으로 정밀 수색에 임하고, 연안 수색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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